생명나눔

100명에게 새 생명 주고 떠난 진주의 천사

경남 진주에 살던 강아무개씨(남‧59)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앓고 있었다.

폐포(허파꽈리) 벽에 만성염증 세포들이 침투해 폐를 딱딱하게 하면서 폐기능이 저하돼 사망하는 질환이다.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고 증상이 나타난 후 생존 기간이 3~5년 정도 된다.강씨는 절망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잃지 않았다.

그리고 생과 사의 고뇌 속에서 2014년 2월, 경상대병원 장기이식센터를 찾아갔다. 그는 “내가 뇌사 상태가 되거나 사망하게 되면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겠다”는 기증희망등록을 했다.

그리고 9개월 후인 11월19일, 강씨는 증세가 악화돼 호흡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사후 안구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입원 치료를 받는 중에도 가족들에게 본인이 사망하게 되면 꼭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하도록 당부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기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상대병원 장기이식·안은행은 강씨의 안구 상태를 평가했다. 그리고 경상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각막이식 대기자 2명에게 각각 이식했다. 이들은 강씨의 각막을 통해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국내 각막 이식 대기자는 4천여 명에 달하고 이 중 10% 정도만 이식을 받을 수 있다. 그나마 이식에 필요한 각막 중 국내에서 기증받는 것은 10%에 불과해 나머지는 수입 각막에 의존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강씨의 인체조직은 골육종이나 심한 화상 등 장애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대기자 100여 명에게 이식됐다. 그러나 유족들은 고인의 이름과 상세한 내용 등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병원 측에 기증자의 신원을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 당부했다.

강씨는 이렇게 100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죽기 전 ‘생명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영면해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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