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7명에게 새 생명주고 떠난 9살 ‘휘파람 소년’

제주 화북초등학교 4학년인 고홍준군(9)은 지난 2010년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해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홍준이가 오는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흥이 많은 아이였다.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 학교 관악부와 화북 윈드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여느 아이처럼 축구를 좋아하고, 과자든 게임기든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가지 못해 집안에서 형들과 노는 시간이 많았다.

2020년 4월의 첫날도 마찬가지였다.

거실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은 뒤 잠 잘 시간이 되자 갑자기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호흡은 돌아왔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다음날 제주대병원으로 옮긴 후 뇌사 판정을 받았다.

고군의 부모는 홍준이가 깨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지만 현실은 절망적이었다. 결국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어디선가 홍준이의 몸이 살아 숨 쉬고, 홍준이가 생전 그랬던 것처럼 다른 아이들을 살리고 떠나는 길을 고심 끝에 결심했다. 평소 베풀기를 좋아하던 아이였기에 ‘죽어서 사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의료진은 심장과 간장, 신장, 각막 등을 적출한 후 모두 7명에게 이식했다. 고군은 이렇게 또래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떠난 것이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 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

고군의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또래 아이들에게 주고 간 아들에게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개학이 늦어져 친구들이 보고 싶다던 아이는 이렇게 하늘의 별이 됐다.

고군은 양지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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