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에 아버지 살해한 광주 패륜 남매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에는 문아무개씨(78)가 살았다.
그는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지내다 A씨(여·70대)를 만나 사귀고 있었다.
2016년 5월9일 오후 A씨가 광주의 한 경찰 지구대를 방문해 “문씨와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문씨가 사는 아파트로 출동했고, 안방에 놓인 대형 고무 용기 안에서 이불 10채로 덮인 채 숨져 있는 그를 발견한다.
시신 상태는 끔찍했다.문씨는 얼굴과 신체 여러 곳을 흉기와 공구로 찔린 상태였다. 목 부위에는 공구가 꽂혀 있었다. 대부분의 치아가 뽑혀 있었는데, 여러 차례 얼굴을 폭행당하며 생긴 것이다. 심장과 목을 깊게 찔린 것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었다.
경찰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보니 따로 살던 문씨의 아들과 딸이 사건 현장을 오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들은 5월8일 오전 2시30분쯤 아파트 계단을 통해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다가 같은 날 오전 9시쯤 다시 이 집을 빠져나왔다. 경찰은 남매를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특정하고 문씨의 딸(48)과 아들(43)을 존속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남매의 아버지 살해는 철저히 계획된 범죄였다.
남매는 3차례에 걸쳐 범행을 시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아버지 살해 계획을 세웠다. 사건 현장에서는 대용량 쓰레기봉투 10여 장이 발견됐다.

살해 후 시신처리용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지만 남매는 이것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아파트 계단에 있던 대형 고무 용기를 안방으로 옮긴 뒤 시신을 넣었다.
여기에다 락스를 뿌리고 이불을 덮어 부패로 인한 악취를 감추려 했다. 남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도 적개심과 증오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사건에 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도 유독 아버지에 대한 분노는 강하게 표출했다. 아버지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남매가 아버지와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매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로 이어졌고,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나중에는 치매까지 앓았다. 남매는 이때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2011년 8월쯤 아버지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하자 남매는 격분했다.
이후 남매는 자신들이 살던 오피스텔로 어머니를 모셔왔고, 약 한 달간 치매와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던 어머니를 모셨다. 어머니 간병 과정에서 딸은 아버지를 폭행죄로 신고했고,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다 그해 9월 어머니가 숨지자 아버지 없이 장례를 치렀고, 이때부터 사건 전까지 5년간 왕래하지 않고 살았다. 사실상 부모와 자식 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지냈다. 남매에 따르면, 아버지는 결혼 후 어머니를 매번 폭행하고 학대했다. 어머니가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도 했다.
자신들도 성장 과정에서 학대와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들 남매는 아버지를 ‘사이코패스’로 묘사했다. 아버지에 대한 남매의 증오와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들은 서울의 사립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실패한 후 무직으로 지내왔다.
한동안 연락을 끊었던 남매가 아버지와 다시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문씨가 ‘황혼 연애’를 하면서다. 아버지 문씨는 약 4년전부터 A씨를 만나기 시작했다. 남매는 5월6일과 7일 새벽에 살해 계획을 실행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여자친구 집에 머물면서 범행에 실패했다.
아버지 문씨의 주변인들에 따르면, 아들은 사건 약 한달전쯤 아버지를 찾아가 ‘집문서’를 거론하며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부자간에 다툼이 있었고, 이것 때문에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경찰은 이 사건을 어머니에 대한 연민,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 그리고 재산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여기에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만나면서 그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매가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배경에는 뿌리 깊은 가정불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버지 문씨는 홀로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등 월 36만원 안팎을 지원받아 살았다. 문씨 명의의 아파트(79.67㎡)는 시세가 1억500만원 정도다.

법률적으로 부모와 조부는 ‘존속 관계’다. 현행법상 존속살해죄는 보통 살인보다 형을 가중해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50조 2항은 직계 존속을 살해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일반 살인죄보다 훨씬 무거운 것을 알 수 있다. 어버지를 죽인 남매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남매 중 누나에게는 징역 18년, 남동생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면서 “범행 이후 전혀 반성하지 않고 모든 원인을 피해자인 아버지에게 돌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고등법원에 항소했고, 1심에 이어 범행의 공모사실은 적극 부인했다. 누나 문씨는 변호인을 통해 남동생과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음을, 동생 문씨는 아버지가 먼저 공격해 대항하는 과정에 일어난 사건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고사성어에 나오는 ‘가화만사성’은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뜻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존속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 가족 간의 갈등·폭행·학대·금전 문제 등이 충돌을 일으키면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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