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린 ‘언어치료사’ 이기원씨

이기원씨는 경기도 포천의 딸 부잣집에서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남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대학에서 언어치료를 전공한다.

대학 졸업 후인 2012년 3월, 기원씨는 오래 전 꿈이었던 ‘언어치료사’가 됐다. 청주교육지원청 특수방과후 지원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녀의 일은 특수교육대상자 가운데 언어장애가 심한 학생을 돕는 것이었고, 주당 3~4일씩 특수학교나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찾아가 말을 제대로 못해 고통받는 학생의 언어재활을 도왔다.

이씨는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활달하고 밝은 분위기 메이커 였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환자들도 그런 기원씨를 좋아했다. 적은 월급이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던 당찬 여성이었다.
 
그런 기원씨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찾아온다.

2015년 5월30일 주말이었다.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뒤늦게 친구가 발견해 충북대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가족들은 10일 동안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기원아, 일어나! 제발, 일어나!! …”를 반복하며 감겼던 눈이 ‘번쩍’ 뜨기를 학수고대 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기원이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부모는 조용히 막내딸과의 이별을 준비했다. 평소 남을 돕던 착한 딸의 뜻을 받들어 장기기증을 결정한다.

6월9일 기원씨의 간(분할)과 췌장, 양쪽 신장을 적출해 불치병 환자 다섯 명에게 기증돼 새 생명을 선물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기원이가 생전에 남을 위한 삶을 꿈꿨기에 그 뜻을 따르고 싶었고 기원이도 기꺼이 허락했을 것”이라며 장기기증의 배경을 밝혔다.

평소에도 남을 돕던 기원씨는 자신의 죽음마저 남을 위해 베풀고 떠났다. 그녀의 숭고한 죽음이 전해지자 그를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은 배려심 많고 늘 친절하던 생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 향년 26세.

유족들은 기원씨의 유품을 정리하다 굿네이버스에 등록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 2명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비영리봉사단체에도 후원금을 내고 있던 것을 알았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평소 성격처럼 누군가를 조용히 돕고 있었던 것이다. 고인의 유해는 화장을 거쳐 향나무에 뿌리는 수목장으로 안치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살려 ‘고 이기원 언어치료사 장학회’를 설립하고, 매년 장애특수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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