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전 동거녀를 향한 분노의 살인극 ‘세종시 편의점’ 총기 난사사건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은 2012년 7월1일 세종시가 생기기 전까지는 충남 공주에 편입돼 있었다. 장기면의 9개리와 의당면의 5개리가 합쳐져서 지금의 ‘장군면’이 됐다. 금암리에 있는 주산이 봉우리가 장엄하고 장군의 기상이 있다하여 ‘장군산'(將軍山)으로 불리고 있다.

2015년 장군면 금암리에서 충격적인 총기사건이 발생한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는 강아무개씨(50)는 2월25일 오전 6시26분쯤 수렵복 차림을 하고 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로 갔다.

그는 경찰관에게 “사냥을 간다”며 영치중이던 엽총 2정과 실탄 32발을 찾아갔다. 강씨는 2014년 7월에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총기를 허가받았고, 그곳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사건 발생 이틀 전인 2월23일에 자신의 관할지역이 아닌 공주의 신관지구대로 옮겼다. 총은 각각 이탈리아제와 미국제였다. 강씨는 그동안 경기 수원과 평택, 충북 제천, 경북 의성 등 자신의 주거지나 수렵지 인근 지구대에 총기를 맡긴 뒤 찾았으나 충남 공주에 총기를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충남 공주와 세종 지역에는 수렵 가능한 지역이 없고, 강씨가 포획 허가를 받은 지역은 충북 단양과 제천이다. 총기를 반출해 지구대를 나온 강씨는 사냥터가 아닌 세종시로 이동했다. 그리고 전 동거녀인 김아무개씨(47)가 일하는 금암리 한국영상대학교 인근 GS25 편의점 근처에서 대기했다.


강씨는 오전 8시10분쯤 편의점으로 출근하려고 승용차에 타던 김씨의 오빠(52)를 발견하고 머리 부위에 엽총을 발사해 살해했다. 이어 편의점에서 50m쯤 떨어진 김씨 아버지(74) 집으로 이동했다.

마침 김씨 아버지는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고, 강씨는 주저없이 엽총으로 두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그의 살인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씨는 다시 그 옆 편의점으로 이동해 김씨의 동거남인 송아무개씨(52)에게 엽총을 발사해 살해했다.

강씨는 이렇게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며 순식간에 3명을 살해했다. 피해자들은 출근하려다, 밥 먹다가, 영업 준비하다가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죽임을 당했다. 총기 휴대가 엄격한 우리나라에서 마치 서부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전 동거녀인 김씨는 사건이 일어난 시각 평택에서 세종으로 이동하던 중이어서 화를 면했다.

강씨는 살인극을 끝낸 후에는 준비해 간 시너를 편의점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 범행 후에는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가 차량을 버린 채 도보로 이동했다. 경찰은 오전 9시 10분쯤 범행 현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용의차량을 발견하고 군부대 타격대 지원을 받아 일대를 수색했다.

범행 약 2시간 후인 오전 10시6분쯤 강씨는 사건 장소에서 4km 떨어진 금강 근처 금암삼거리 지점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의 배 위에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엽총이 놓여있었다. 또 다른 엽총 한 정은 차량 안에서 발견됐고, 강씨가 소지한 실탄 32발 중 5발을 범행에 사용했다. 경찰은 강씨가 살인 후 도주하다가 극단 선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강씨는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여러 정황을 보면 강씨의 범행은 우발적이라기 보다는 철저히 준비된 계획범행이었다. 그는 사건발생 이틀 전인 23일 오후 3시21분쯤 동겨녀 김씨의 주거지 관할 공주 신관지구대에 해당 총기 2정을 입고했다.


그가 최소 이틀 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씨는 총기를 무차별 난사한 것이 아니라 조준 사격을 했고, 피해자들과 함께 있던 다른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이것은 강씨가 살해할 타깃을 미리 정해놓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씨의 범행은 한 마디로 ‘너 죽고 나죽자’는 식이었다. 단순히 사람만 죽인 것이 아니라 편의점에 시너를 뿌리고 불까지 질렀다. 그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은 강씨의 범행동기를 ‘금전 갈등’으로 추정했다. 동거녀였던 김씨는 1년6개월 전인 2013년 9월까지 강씨와 동거하다가 송씨를 만나 함께 지내왔다.

김씨와 강씨가 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편의점 투자 지분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두 사람은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헤어지고 나면 남남이니 ’10원짜리’ 하나라도 꼼꼼하게 따질 수밖에 없는 게 남녀관계다.

해당 편의점은 김씨 아버지 명의로 돼 있었는데 실질적인 주인은 김씨였다고 한다. 강씨가 편의점에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분을 주장한 것을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간 것으로 짐작됐다.

강씨가 계속 소유권을 주장하자 김씨 아버지는 위자료 명목으로 3000만원을 건네기도 했으나 강씨는 계속해서 편의점 운영으로 인한 수익의 분할을 요구해 왔었다. 경찰도 “강씨가 편의점 소유권 문제와 김씨 여동생과의 관계 등 때문에 불만을 품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씨 입장에서 보면 옛 동거녀가 자신과 헤어진 뒤 또 다른 남자와 동거하는 것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다 편의점 투자로 갈등을 겪게 되자 극단적인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강씨가 자살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사건이후 총기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총기 입출고 절차에 문제는 없었지만, 사냥용 엽총이 살인도구로 이용됨에 따라 총리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총기휴대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총기관리도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헐리웃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상황이 재현된 것은 언제든지 같은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었다. 살상용 엽총 같은 경우 사람에게 겨누면 그 즉시 위험한 무기가 된다. 실제 이번 총기사건에서 여러 허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개인 총기소지 허가를 엄격히 하는 등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우선 총기 소유를 까다롭게 했다. 폭력 성향의 범죄경력자에게 총기 소지를 금지했다.

또 이번 사건에서 문제된 총기 입출고 관서를 ‘소지자의 주소지 경찰서’와 ‘수렵장 관할 경찰서’로 제한하기로 했다. 총기소지자의 허가 갱신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시행규칙 일부도 개정했다. 수렵이나 야생동물 포획용으로 총기를 소지하려면 정신과 전문의의 검진을 받도록 했다.


총기를 출고자가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 위치파악이 가능하도록 했다. 총기를 경찰서에서 출고하려면 휴대전화에 자신의 위치정보를 알리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수렵용으로 허가된 엽총이나 공기총 등을 경찰서에서 돌려받으려면 위치정보수집 동의서도 써야 한다.

경찰은 총기 반출 후에도 위치정보를 알리는 앱의 작동을 멈추거나 휴대전화를 꺼두면 추후 총기 반출을 불허하거나 총기 소지허가를 정지 또는 취소하기로 했다. 이전보다는 총기소지가 한층 강화된 대책이다. 그러나 그 뒤에도 엽총에 의한 총기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사건 후유증도 컸다. 사건 이후 편의점 건물은 흉물스런 모습으로 한동안 방치됐다. 마치 ‘귀신의 집’을 방불케 했다.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유족들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다 생계터전까지 불에 타 버려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함께 닥쳐왔다. 화재로 검게 그을리고 타버린 건물이 방치되면서 흉흉한 소문까지 떠돌았다. 매일 건물 앞을 지나야 하는 공주영상대 학생들도 여러 가지 불편함을 호소했다.

주민들의 손해도 만만치 않았다. 불타버린 편의점 인근에 있는 원룸 주인들은 “임대가 안 된다”고 아우성을 쳤다. 원룸을 계약했던 학생들도 “무섭다”며 계약해지가 속출했다고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세종시는 이들을 위해 ‘집단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치정과 금전관계로 인한 끔찍한 총기 살인극. 범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피해자 유족과 마을 주민 등은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 등에 시달려야 했고, 경제적인 손실까지 감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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