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교주 행세한 백수 ‘여신도 살해’ 암매장 사건
경북 영주에 살던 박아무개씨(남·41) 직업이 없는 백수였다. 그는 어느 날 “나는 살아있는 하나님”이라며 사이비 교주행세를 시작한다. 영주에 있는 원룸을 아지트로 삼았다.
박씨 부모는 같은 교회에 다니던 A씨(여)를 아들에게 소개한다. 이때부터 그녀는 박씨의 원룸에서 기도 하거나 설교를 듣는 종교행위를 했다. A씨는 박씨가 ‘기적을 행하고, 영적인 능력이 살아 있는 하나님, 성령의 사람’이라고 믿었다.
박씨는 그 지역에 홍수가 나자 “얼마 전 홍수도 내가 낸 것”이라며 예수 흉내를 냈다. A씨는 언니 B씨(58)와 남동생에게 박씨를 소개했다. 원래 교회를 다니던 남매는 수차례 박씨의 설교를 듣고 그를 주님으로 모시기 시작한다.
2016년 2월부터 A씨 자매는 원룸에서 박씨 부모와 함께 합숙을 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A씨의 남동생은 가끔 예배에 참석했다. 박씨는 강압적으로 신도들을 통제했다. 하루 2~4시간만 자고 20시간 넘게 자신의 설교를 듣거나 예배를 하라고 강요했다.
자신의 설교 도중 신도들의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 “믿음이 부족하다” “귀신이 들어 순종하지 않는 것”이라며 무차별 폭행했다. ‘원산폭격’ 같은 얼차려를 주며 강도높은 체벌을 가했다.
나체 상태로 칼날 위에 앉으라고 위협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주먹과 발로 벽에 부딪힐 정도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박씨는 키 180cm, 몸무게 160kg의 거구였다. 키 150cm의 왜소한 체격의 B씨가 견디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B씨에게 합숙은 지옥이었다. 이로 인해 B씨는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졌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2016년 4월11일 박씨의 원룸에서는 새벽 2시부터 설교가 있었다. 여기에는 A씨 자매와, 박씨의 부인 등 신도들이 참석했다. 설교가 길어지자 B씨는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전 10시쯤 박씨는 B씨가 자신의 설교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수 시간 동안 욕설을 하며 폭행을 가했다. 결국 B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박씨는 B씨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대신 욕실로 끌고 갔다. 온몸에 찬물을 뿌리고 효자손과 가죽 혁대 등으로 피부가 벗겨질 때까지 6시간 동안 전신을 가격해 숨지게 했다.
박씨는 B씨가 숨지자 그의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가 죽었으니 이곳으로 오라”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 등이 한 자리에 모이자 “내가 하나님과의 채널링을 통해 B씨를 다시 살릴 테니 우선 매장하자”고 말했다.
B씨의 여동생은 언니의 폭행·살해 과정을 모두 지켜봤지만 “노모에게 이를 알리면 충격을 받을 테니 알리지 말자”는 박씨의 말을 듣고 암매장에 가담했다. 뒤늦게 살해현장에 불려온 B씨 남동생 역시 “하나님 심판을 받아 죽었다”는 박씨 말에 시신을 제대로 확인도 못한 채 시신 유기에 동의했다.

박씨의 말은 하나님의 명령과도 같았고 누구도 거스리지 못했다. 박씨 부모 등은 박씨와 함께 다음날 오전 3시쯤 경북 봉화군의 한 야산에 B씨의 사체를 암매장했다.
박씨와 박씨의 아내, B씨의 여동생은 시신을 암매장한 뒤에도 3개월 가까이 원룸에서 생활하며 예전처럼 예배를 이어갔다. 박씨는 “기도해야 언니를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배 중 폭행도 여전했다. B씨의 동생들은 박씨가 주변에 또 다른 원룸을 구해 그곳에서 새로운 여신도와 예배하는 틈을 타 원룸에서 탈출했다. 남매는 강원도 모텔을 돌아다니다 2016년 7월 중순 부산으로 와서 경찰에 폭행·살해·암매장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영주시의 박씨 원룸에 잠복해 있다 그를 검거했다.
박씨는 범행을 부인하다 피해자 시체 발굴 사진 등을 보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내 말을 듣지 않아 때렸으며 돈 때문에 범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교주 행세를 하며 이웃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여신도들에게 수 천 만원을 갈취, 생활비로 쓰거나 버스를 샀다.
박씨는 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반성은커녕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자신은 B씨를 살해하지 않았고 지병으로 자연사하거나 오히려 B씨 가족에게 맞아 죽었다”며 B씨의 동생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그 결과가 매우 중하고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전혀 없는 중대한 범죄다. 박씨의 범행으로 인해 B씨는 가장 소중한 생명을 잃게 돼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박씨는 자신을 영적인 능력이 있는 존재로 가장해 피해자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재산상 이익을 누린 끝에 잔혹한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체 유기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씨의 부모와 박씨의 아내에게는 징역 3년을, B씨의 여동생과 남동생에게는 각각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박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2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영적 능력이 있는 것처럼 B씨에게 접근해 상당한 재산상 이익을 얻고 종교의식을 하던 중 B씨가 자신을 의심하자 반복적으로 심하게 구타해 숨지게 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박씨가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B씨를 죽게 만든 사실 자체를 후회하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원심이 선고한 징역 30년은 너무 무겁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