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전직 유명 목사부부 자살시킨 ‘이단 사이비교주’


이아무개씨(83)는 4대째 기독교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와 동생도 목회자였다.

이씨는 2003년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아내 전아무개씨(77) 등 가족과 함께 미국 뉴저지로 건너가 개척교회를 세웠다. 한인세계선교대회를 기획하고 뉴저지한인교회협의회 2대 회장을 지내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씨 부부는 2010년 말 지인의 소개로 임아무개씨(여·64)를 만난다. 비극적인 운명의 만남이다. ‘거룩한 무리’라는 기독교 이단계열 교주인 임씨는 자신을 선지자로 소개했다. 이씨를 보자마자 “붉은 용(마귀·사탄을 의미)의 영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침 붉은 용이 나오는 꿈을 꾼 적이 있던 이씨는 임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이씨는 평소 아내와 가족들에게 폭언을 하고 폭력을 행사했었다. 그런데 임씨를 만난 후 이씨가 싹 달라졌다. 가족들은 이게 다 임씨 덕분이라고 생각해 고마워하며 따랐다. 이씨는 2012년 자신의 교회를 정리하고, 임씨와 함께 현지에서 새 교회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임씨는 이씨의 가족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하기 시작했다. 집안 가구 배치, 벽지 색깔, 옷 색깔 등을 정해줬다.


임씨는 2014년 10월18일 미국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고 예언하며 이씨 부부에게 한국의 가평 같은 산간지역으로 피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는 이 말을 믿고 집과 자동차 등을 헐값에 팔고 아들과 딸을 데리고 귀국했다.

이들은 가평의 한 집을 임대했다. 방 4개가 있는 214.5㎡(65평) 규모의 집에는 이씨 부부와 딸을 비롯해 임씨를 따르는 교인 등 7명이 함께 살았다.

임씨는 “전쟁 대비 물자를 사야한다”며 이씨의 재산을 사용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자 신도 상당수가 떠났다. 임씨는 “이번 전쟁이 영적인 전쟁이었는데 기도 덕분에 승리했다”며 신도들을 속였다. 이씨 가족은 이를 그대로 믿었다.

임씨는 신도들의 일상을 철저히 통제하며 “행동을 하기 전에 내 허락을 받아라, 신도들끼리 대화를 나누지 말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씨에게는 “화장실을 오래 쓴다”며 “부부가 화장실에서 음란한 짓을 해서 용에 씐 것”이라고 했다.

임씨는 이씨가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다른 신도에게 지켜보게 했다. 이씨 가족의 TV 시청과 인터넷 사용, 전화 통화 등을 금지하며 외부와 차단했다. 밥도 식탁에서 먹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노인인 이씨 부부에게 아기처럼 순수해 져야 한다며 뽀로로 등 유아용 TV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거나 동화책을 읽게 했다. 임씨는 천륜으로 맺은 가족을 이간질해서 갈라서게 했다. 딸(44)에게는 부모를 ‘할아버지·할머니’로 부르게 하고 “이 더러운 붉은 용아 넌 우리 아빠가 아니야”라는 말까지 하게 시켰다.

이상한 것은 이씨 부부였다. 이들은 임씨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무엇을 시키던지 거부 반응없이 순응했고, 오히려 고마워했다.

2017년 10월부터 이씨 부부는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아들의 잦은 가출 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며 삶의 의지가 꺾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씨 부부에게 임씨는 “하나님에게 가서 응답을 받아라” “어서 회개하고 하나님 곁에 가야 한다”며 사실상 자살을 교사했다.

한 달 뒤 임씨는 이씨 부부의 딸과 함께 자살 장소를 물색했다. 이들은 11월11일 오후 7시46분과 10시5분 경기도 가평군에서 이씨 부부를 차례로 데리고 나와 승합차에 태운 뒤 북한강변 경강교 다리 밑에 버렸다.
이씨는 다음날, 아내 전씨는 4개월 뒤인 2018년 3월24일 북한강 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건 당시 딸은 아버지의 사망과 어머니의 실종사건에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다며 범행 자체를 부인했으나 폐쇄회로(CC)TV에 부모를 차에 태우는 모습이 확인돼 거짓이 탄로 났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임씨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녀는 2007년 목사 안수를 받고 신도들을 현혹하다 1년 만에 교단에서 영구 제명됐다.

2009년부터 미국을 오가며 예언가로 행세하며 추종자들을 모아 ‘거룩한 무리’라는 이단 집단을 만들었다. 임씨는 신도들에게 1억 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아 사기죄로 1년형을 받고 수감된 전력도 있었다. 이때 옥바라지는 추종자들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와 딸은 이씨 부부의 ‘자살교사’와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혐의를 인정해 임씨에게 징역 5년, 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임씨의 혐의에 대해 자살교사가 아닌 ‘자살방조’로 보고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딸에게는 1심의 형이 가볍다며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거들을 따져보면 피해자들이 그 당시에 비로소 자살을 결심한 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미 자살을 결심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들이 많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원래부터 자살할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볼 증거들이 많이 있어 임씨가 자살을 교사했다고 보긴 어렵고,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줘서 자살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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