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동학대 성민이 사망사건
울산시 북구에 사는 이아무개씨는 아내와 이혼한 뒤 두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었다. 큰 애는 6살, 작은 아이는 2살이었다. 이씨는 일 때문에 다른 지방에 가서 지낼 때가 많았다.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없게 되자 24시간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2007년 2월 지역에 있는 ‘현대 어린이집’을 소개받았다. 아파트 단지 1층에 딸린 작은 곳으로 근처 어린이집에 비해 10만 원 정도 저렴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 보니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이씨는 두 아들을 이곳에 맡기기로 했다. 평일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돌봐주고 주말에는 집으로 데려오는 방식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이들은 아빠보다 어린이집에서 원장부부인 채씨(여·27)·남씨(남·29)와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다. 이씨는 일이 바빠도 주말이면 아이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씨는 둘째 아이 성민이 머리에서 상처를 발견한다. 이 상처가 왜 생긴 것인지 원장에게 물어봤더니 “형하고 장난으로 박치기 놀이를 하다가 생긴 것”이라고 둘러댔다. 이씨는 원장의 말을 믿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같은 해 5월17일 이씨는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한다. 이날 오후 3시쯤 성민이가 죽어서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어린이집 원장 부부가 이상했다. 당시 원장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 마트에 데리고 갔고, 우유를 먹이자 토해서 등을 두드렸지만 숨을 쉬지 않았다고 했다.
이상한 것은 원장 남편이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원장인 아내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성민이 아빠에게도 바로 연락하지 않았다. 그사이 원장 부부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이 드러났다. 성민이 죽음과 관련해 말을 맞췄다고 의심되는 정황이다.
이상한 것은 또 있었다. 성민이 아빠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원장 남편이 서명을 해서 시신이 냉장 상태에 들어갔다. 사망 시간 특정이 어렵게 된 이유다. 아이의 몸 상태도 심상치 않았다. 얼굴, 머리 등 몸 여기저기에 멍이 있었고, 딱지가 앉아 있는 상처들이 많았다. 누가 봐도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이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외부 충격에 의해 장이 끊어졌고, 이로 인한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부검의도 학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특히 아이의 손등 여기저기에 있는 멍든 상처는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본능적으로 막는 방어흔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일단 얼굴과 머리에 난 피멍과 딱지는 폭행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직접적인 사인이 된 복막염과 패혈증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장이 찢어지거나 터지면 장에서 빠져나온 이물질이 나오면서 복강 안에 염증이 생긴다. 이것을 ‘복막염’이라고 한다.
맹장에 걸려도 그 고통으로 인해 배를 움켜잡고 바닥을 굴러다닐 정도다. 하물며 장이 터져 복막염이 되면 그 고통은 배가 된다. 어른도 참아내기 힘든 데 2살 아이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성민이는 복막염을 방치해 패혈증까지 발생했다. 패혈증으로 인해 온몸의 장기들이 기능을 잃어가고 결국 고통스럽게 죽어간 것이다. 의료진은 보통 3일 정도 복막염으로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 의사는 “차라리 즉사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고통이 심했다는 뜻이다.
어린이집 인근 주민들도 “새벽에 아이가 너무 심하게 울어서 경기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것은 성민이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신음소리를 냈던 것이다. 원장 채씨는 아이가 구토를 하며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태어난 지 23개월, 두 돌도 안 된 아이는 이렇게 죽어갔다.
성민이와 함께 어린이집에서 생활했던 형 성우(가명)는 누구보다 동생이 당했던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성우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동생이 원장 부부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맞았다고 했다. 어떻게 때리고 맞았는지 흉내까지 낼 정도였다.

형 성우가 기억하는 마지막 폭행은 이랬다. 원장 부부싸움 중 성민이가 변을 봤다. 그러자 원장 남편이 성민이 두 손을 잡고 양팔을 벌리게 한 뒤에 발로 복부를 걷어찼다고 한다.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자 발과 주먹으로 배를 짓이기고 얼굴을 가격했다.
인형을 빙빙 돌리다가 던지기도 했다. 또 주먹으로 머리와 양볼, 입술을 때렸고, 교구로 이용되는 수막대로 때렸다고 증언했다. 동생이 울면 원장 부부가 시끄럽다고 때리지 못하도록 식탁 밑으로 데리고 들어가 동생을 부둥켜안고 입을 틀어막아 우는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성민이 사망 전 원장은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아이가 전염병에 걸렸으니 안아주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시켰다. 물론 부검결과 아이에게서는 전염병은 없었다. 이것은 성민이의 몸에 있는 상처 등이 다른 교사들에게 발견되는 것을 경계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성민이는 원장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원장 부부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아이를 “단 한 번도 때린 적이 없다”며 오히려 억울하다고 큰 소리쳤다. 눈 옆에 생긴 찰과상은 미끄럼틀 타다 생겼고, 윗입술이 깨진 건 사망 전날 넘어져서 생겼다고 말했다. 또 손등에 있는 방어흔 추정 멍은 책상에 찍힌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피멍과 피로 얼룩진 얼굴과 복막염의 원인은 폭행이 아니라 “피아노 의자에서 떨어져서 다쳤다”고 주장했다. 피아노 의자의 높이는 약 80cm 정도다. 이 높이에서 떨어져 생긴 것이라고 보기엔 설득력이 약했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은 “사망한 날 데려가려고 했는데 죽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검찰은 원장 부부가 성민이의 복부를 폭행한 것으로 보고 상해치사죄 등을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상해치사죄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다며 원장 부부가 아이를 때리거나 학대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아픈 아이를 제때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실수를 범했고, 그러한 과실로 인해 아이가 사망하도록 만들었다면서, 업무상과실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만 유죄로 판단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렇게 해서 어린이집 원장은 징역 1년6개월, 남편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던 것이다. 여론의 거센 비난 속에서 대법원까지 갔지만 판결이 바뀌지는 않았다.
사건 이후 지금까지 성민이 아빠는 원장 부부에게 한 번도 사과의 말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사과할 테니까 그 대신 형사 합의에 응해달라는 요구였다.
특히 원장 남편은 아내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내 아내 돌리도”라는 문자를 성민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파렴치한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죽은 성민이와 남아 있는 가족들만 억울하게 됐다.

아래는 재판 과정에서 ‘성민이 아빠’가 쓴 편지다.
아들을 잃었습니다
가슴시리게 푸르던 지난 5월 아들을 잃었습니다. 아이의 우윳빛 살결과 귀엽고 통통하던 작은 몸은 사라지고, 얼굴과 온몸에 피멍이 든 지친 모습으로 어린 아들은 차가운 영안실에 누워있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여린 손등엔 매질을 막기 위한 마지막 생존의 본능에 피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강아지처럼 보드랍고 따뜻하던 나의 아들은 차갑고 참담하게 식어있었습니다.
그 어린 것이 그 작은 것이, 홀로…… 지독한 고독속에 홀로…… 홀로 공포와 매질을 견뎌야 했습니다. 홀로 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견뎌야 했습니다. 어두운 영안실안에 홀로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두돌이 되던날 미역국도 못먹고 홀로 부검대 위에서 온몸을 찢겨야 했습니다. 홀로 뜨거운 불길속에 불살라지고…….. 홀로 바람에 흩날려야 했습니다.
그 어린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도 홀로….. 한줌의 재로 사라져가야 했습니다. 성민이는 이제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곳으로 떠났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 5월……. 나는 아들을 잃었습니다. 뜨겁고 대단하던 여름이 지나고, 태풍을 지나보내고, 많은 비들을 맞아 보내고… 그렇게 이젠 평화로운 가을을 맞이합니다.
평화로운 가을속에 서있는 내 가슴은 성민이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여전히 장마와 태풍이 휩쓰는 무서운 여름의 한가운데 서있습니다. 성민이 재판은 끝났습니다. 재판이 끝난다는건 끝이 아닌 시작을 의미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 성민이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어둠속에 학대당하며 힘겹게 숨쉬고 있을 제2의 성민이를 구해야 합니다.멈추지 않는 비바람속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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