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인질로 잡고 현금 강탈한 ‘광주 3인조 사건’
2019년 7월4일 광주광역시는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지속됐다.
북구 용봉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여‧45)는 현관문을 열고 방충망만 닫아놓은 채 16개월 된 아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오후 1시쯤 아파트 앞에는 모자를 눌러쓰거나,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남성 3명이 택시에서 내렸다. 이들 중 2명은 아파트에 올라가 현관문을 열어놓은 A씨 집을 발견하고 다짜고짜 들어가서 흉기를 꺼내 들었다.
한 명은 흉기로 A씨 모자를 위협했고, 다른 공범은 집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돌 반지 등 귀금속을 챙긴 범인들은 “2천만 원을 내놓지 않으면 아이를 죽인다”며 A씨를 협박해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또 다른 공범은 통장을 받아 은행으로 향했다.
범인은 은행 현금인출기 안에 통장을 넣고 A씨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삑삑삑삑’ ‘삑삑삑삑’ 비밀번호 오류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통장을 사용한 지 오래된 A씨가 범인들의 강요에 억지로 기억한 번호가 틀리게 나왔던 것이다. 통장은 수차례 비밀번호 입력 오류로 곧바로 거래 중지가 됐다.
집안에서 모자를 위협하던 강도들은 은행에 간 공범에게 “돈을 못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안을 모색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카드사 앱을 깔아 현금서비스와 카드 대출을 받게 했다.
이번에는 아이를 인질로 붙잡고 A씨가 직접 나가 돈을 찾아오도록 했다. 덜덜덜 떨며 은행으로 향하는 주부 뒤에는 공범 한명이 뒤쫓으며 감시했다.
은행 2곳에서 각각 600만원, 900만원씩 총 1500만원의 현금을 찾은 주부는 은행 밖에서 기다리던 공범에게 이 돈을 건넸다. A씨는 서둘러 아이가 있는 아파트에 되돌아왔다. 흉기를 들이대던 강도들은 이미 도주한 뒤였고 아이는 울지도 않고 무사히 집에 있었다.
16개월 아이는 범인이 집안에 들어온 오후 1시쯤부터 돈을 받아 도주한 오후 3시15분까지 2시간여 동안 붙잡혀 있었던 셈이다. 3인조 강도가 강탈해 간 것은 귀금속 6점(300만원 상당)과 현금 1500만원이었다.

아이의 안전을 확인한 A씨는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이 사실을 지인에게 알렸다. 지인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범인들의 동선을 추적했다. 이들은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
범행 직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택시를 갈아타고 흩어져 도주했다. 최초 2명이 택시를 타고 도주하다, 1명만 중간에 내려 다시 다른 공범을 만나 또 다른 택시를 타고 따로따로 도주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의 추적망을 피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범행 3일 만인 7월7일 뿔뿔이 흩어져 각각 다른 지역으로 도주한 범인들을 차례로 모두 검거했다.
이들은 김아무개(34), 조아무개(30), 한아무개(27)였다. 김씨가 범행 과정에서 망을 보고 조씨·한씨가 집안에 침입해 A씨 모자를 위협했다. 조씨는 두 달 전 특정 인터넷 카페에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하겠다’는 글을 올렸고, 해당 글을 본 김씨와 연락하며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김씨는 최근 ‘돈이 너무 급하다’는 글을 올린 한씨를 범행에 끌어들였고, 모 채팅 어플로 연락을 주고받다 범행 전날인 7월3일 광주에 모였다.

스포츠 도박비 탕진 또는 대출 등으로 빚이 많았던 이들은 당초 금은방을 털 계획을 세웠으나 한 달 전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 보도를 보고 범행 수법을 따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현관문을 열어 둔 채 방충만만 쳐놓은 복도형 아파트의 여러 가구를 물색한 뒤 흉기 위협, 망보기 등 역할을 분담했다. 이들 3인조는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중형을 피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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