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난치병 치료해 주겠다” 소금물 관장 목사 부부사건

불치병 환자들은 생사의 막바지에서 살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 가족들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마련이다.

2015년 2월4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한 교회의 조아무개 목사(56)와 아내 강아무개씨(64)를 체포했다.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의 마음을 악용해 주머니를 채웠다.

목사부부는 비행기 모양의 교회를 수련원으로 운영하며 ‘소금물 관장’을 통해 암이 낫는다고 홍보했다.

이런 방식으로 2007년 3월부터 2015년 1월까지 8년 동안 암이나 아토피 등 난치병을 치료해주겠다며 환자들을 속이고 충북 충주, 경기 여주의 휴양시설 등에서 9박10일간 ‘의료 캠프’를 열었다.

그리고 소금물 관장 등 무허가 의료 행위로 돈을 받아 챙겼다. 비용은 한 차례 70~120만원 정도였고, 현장에서 각종 건강식품과 보조제, 의료기기 등도 판매했다.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위해 종교와 성직자라는 것을 십분 활용했다.

소금물 관장 홍보 영상을 제작해 신도들에게 보여주며 불치병을 낫는 치료법으로 소개했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차 피해로 이어졌다. 일부 중증 환자는 캠프에서 소금물 관장이외엔 그 어떤 약도 먹지 못하게 한 까닭에 퇴소 후 곧 숨졌다고 주장했다.

소금물 관장 시술을 받은 환자 중에는 유명 프로야구 선수도 있었다. 1970~80년대 최고의 투수로 활약하던 최동원씨는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다 2007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 후 한때 병세가 호전돼 2009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병세가 악화되며 2011년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는 사망하기 약 9개월 전인 2010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의료 캠프에 참여해 소금물 관장 치료를 받았다. 목사 조씨도 “최씨에게 교통 및 금전적인 편의를 제공한 바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만, 목사 부부의 불법 시술이 최 선수의 사망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 선수는 조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건강기능식품 판매 사이트에 사진이 게재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 홍보에 이용되기도 했다.

목사 부부의 소금물 관장에는 현직 한의사도 개입했다.

소금물 관장을 목사 부부가 주도한 후 한의사가 진맥을 하고 침을 놔주는 방식으로 암과 당뇨에도 효능이 있다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품게 했다. 즉 종교와 의학을 내세워서 중증 환자들의 살고자 하는 열망을 이용해 주머니를 챙겨온 것이다.

조 목사의 아내 강씨는 난치병 치료를 위해선 천일염 섭취와 단식, 관장 등을 통해 체내의 노폐물을 빼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음식연구가 겸 자연치유 전도사로 활동했다. 2008년에는 한 지방 지상파 방송국의 TV특강에 출연한 적도 있었다.

‘소금물 관장’은 아주 위험한 치료법이다. 고농도의 소금물을 직접 항문에 주입하기 때문에 항문이나 장을 쉽게 다칠 수 있어 생명을 해칠 수 있다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목사부부에게 이 치료를 받은 다수의 환자들이 오히려 병세가 악화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금물 관장에 속은 환자들은 실제로 장 통증과 함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소금물 관장을 위해 약을 먹지 않았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죽음의 문턱을 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목사부부는 과학으로 낫지 못하는 것을 ‘민간요법’으로 가능하다고 환자들을 현혹했다. 소금물을 많이 먹게 되면 변이 삼투압이 높아져서 설사가 날 수 있는데, 설사를 여러 번 하니까 관장이 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소금물 관장을 지속하면 몸 속의 전해질 균형이 심하게 훼손할 위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해치게 되고, 말기암이나 당뇨병 환자 등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살려고 소금물 관장에 나섰다가 오히려 죽음을 재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관장에 쓰이는 약은 정해져 있다.

의료전문가들에 따르면 변비 환자 같은 경우에 글리세린이라는 물질로 관장하고, 변비로 응급실에 오는 아이들이나 노인에게는 락툴로스라는 약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즉 정해진 치료법 외에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소금물 관장은 말 그대로 ‘죽음의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 목사부부는 1천571명의 환자들에게 16억 3250만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과 의료법위반,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은 “의료인이 아님에도 영리를 목적으로 어떤 질병이든 낫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많은 돈을 받아 챙긴 것은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아내 강씨가 무면허 의료행위와 사기 범행의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조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 강씨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강씨의 죄를 더 무겁게 본 것이다.

하지만 2심은 이들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이들이 받은 금액은 소금물 관장에 대한 치료비라기보다 9박10일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가로 숙박비와 인건비 등에 대한 경비로 볼 수 있고 사기의 상습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많은 피해자 중에 문제를 제기하며 처벌을 원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인 점, 교육 참가자들이 직접적으로 홍보를 보고 참여하게 된 경우가 많지 않은 점 등도 고려됐다.

1심이 이들에게 선고한 벌금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강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기를 제외한 식품위생법 위반, 약사법위반, 주민등록법위반, 의료법위반의 점 등만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검사와 피고인 양측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 원심대로 사건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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