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학생 보호하라’고 했더니 여고생들 유혹한 학교전담경찰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속담은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지난 2012년부터 일선 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SPO)이 배치됐다.

이들은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의 안전을 지키고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학생을 보호해야 할 학교전담경찰관이 보호대상인 여고생들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발생한다.

이들은 모두 아내와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부산 사하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인 김아무개 경장(33)은 2016년 3월 초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1학년 여고생 A양(17)과 상담을 하게 된다. 김 경장은 A양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가까워졌다.

그는 같은해 5월 말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A양과 신체접촉을 했다. 그리고 6월4일 오후 8시쯤 부산 서구의 한 산복도로에서 자신의 차량을 세워놓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A양과 차 안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이 같은 사실은 A양이 학교 보건교사에게 알리면서 드러나게 된다. 보건교사는 다른 학교전담경찰관(여경)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고 여경은 사하경찰서 담당 계장에게 보고했다.

여고생과 성관계 의혹이 제기되자 김 경장은 갑자기 전화번호를 바꾸고 가족과 함께 나흘간 잠적(휴가처리) 했다. 이때 A양의 부모에게 1천만 원을 주고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 경장은 다음날인 6월9일 “부모 사업을 물려받는다”는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고 15일 수리됐다. 사하서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김 경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사표 수리 이후에 알았다고 부산경찰청에 보고했다.
 
부산 연제경찰서 정아무개 경장(31)은 2015년 2월1일부터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6월에는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B양(16)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6개월 넘게 친분을 쌓았다. B양은 가정환경이나 교우관계를 정 경장과 상의했다.
 
정 경장이 B양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SNS로 무려 1만8449차례 문자를 보내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및 전화통화 1291차례를 보내 호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B양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인 2016년 3월부터 5월 초까지 모텔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주로 방과 후나 주말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B양은 가정불화로 세 차례나 자해를 시도했던 보호 대상 학생이었다.

그러다 이런 사실을 정 경장의 아내가 눈치 채면서 쉼터에 입소해 있던 B양은 고민 끝에 자살을 시도한다. 위험에 처한 B양을 쉼터 직원이 발견해 상담하던 중 정 경장의 비위행위를 알게 된다.

연제경찰서는 청소년보호기관을 통해 소속 학교전담경찰관인 정 경장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알았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B양을 상담한 청소년보호기관이 정 경장에게 사실확인을 하자 정 경장은 “경찰관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사표를 제출했고 정상 수리됐다. 연제서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다가 청소년 보호기관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받았으나 부산경찰청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SPO 업무 지침에는 담당 경찰관들이 이성인 학생을 상담할 때 지켜야 할 조항들이 명시돼 있다. 교외에서 이성 학생을 상담할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야 한다. 상담받는 학생과 같은 동성 경찰관과 자리를 함께하고, 상담 사실은 학교 및 소속 부서장(여성청소년과)에게 사전·사후 보고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최초 면담 뒤에는 상담 학생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기관에 연계해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학생과 성관계를 맺거나 성추행한 SPO들은 이런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두 경찰관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사건이 불거지자 경찰청은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특조단은 두 달여 동안 수사를 벌이고, 김 경장과 정 경장을 파면 조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두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 과정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증거를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김 경장에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혐의와 아동복지법 위반(성희롱 등 성적 학대 행위) 혐의가 적용됐다.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던 정 전 경장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결국 구속이 필요하다고 봤던 김 경장은 구속되지 않았고, 혐의가 있다고 본 정 경장은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 때문에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자초했다.

김 경장은 재판에서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졌고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성희롱이나 성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여고생의 심리 상태를 악용했다며 김 전 경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경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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