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검사, 검사장, 법무부장관, 6선 국회의원, 국회의장 등을 지냈다.

2014년 9월11일 오전 8시30분 박희태 전 국회의장(당시 77세)은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남자 2명, 여자 2명)과 골프 라운딩을 시작했다.

박씨의 옆에는 경기진행요원(캐디) A씨(여‧24)가 따라 붙었다. 그런데 골프에 집중해야 할 박 전 의장은 경기 시작 무렵부터 캐디의 신체를 접촉하기 시작했다. 가슴과 팔 등을 만지면서 성희롱도 이어졌다.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홀을 돌 때마다 같은 행동이 반복됐다. A씨는 이럴 때마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급기야 라운딩 중간에 무전기를 이용해 “캐디를 교체해 달라”고 운영진에 요청했다. 골프장 측은 9번째 홀에서 A씨를 다른 캐디로 교체했다.

A씨는 다음날 오후 원주경찰서를 찾아가 박 전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녀는 고소장에서 “박 전 의장이 팔을 심하게 주물렀다. 다른 사람이 없을 때 등을 감싸며 오른쪽 가슴을 만지고 카트에서도 옆자리에서 허벅지를 만졌다. 마지막 홀에서도 정리를 하고 있는데 엉덩이를 움켜쥐고 갔다”고 주장했다.

해당 골프장 측도 “라운딩 도중에 A씨로부터 ‘박 전 의장의 신체 접촉이 심하다’는 내용의 무전 연락을 받았다”며 “A씨가 9홀을 마친 뒤 스스로 교체를 요청해 곧바로 남성 캐디로 바꿨다”고 증언했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증언들도 나왔다.

박 전 의장이 골프장에서 상습적으로 캐디들을 성추행해 왔다는 내용이다. A씨의 동료 캐디는 “몇 년 전에 내가 모시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행위가 과히 좋지 않더라”며 캐디 동료들 사이에서 ‘기피 고객’으로 소문이 났다고 전했다.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박희태 성추행’은 전국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 전 의장은 시치미를 뗐다. 자신의 성추행에 대해 “내가 딸만 둘이다. 딸만 보면 예쁘다, 귀엽다고 하는 게 내 버릇이다. 그게 습관이 돼서 내가 귀엽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는 이런 이야기다. 그것을 이제 만졌다 이렇게 표현을 (하다니)”라며 황당하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는 또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한 거고 ‘예쁜데 총각들 조심해라’ 이런 얘기를 해줬다”며 “당사자는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손녀 같고 딸 같아서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한 것”이라고 하자 성난 여론은 더욱 분노했고, 그를 질타했다. 박 전 의장은 “해당 캐디를 만나 사과하고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 수사를 강원지방경찰청 성폭력 특별수사대에서 배당했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친 후 박 전 의장에게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출석통지서를 보냈다. 같은 해 9월27일 박 전 의장은 기자들의 눈을 피해 새벽 4시30분에 기습적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은 박 전 의장이 몰래 청사 뒷문으로 들어오도록 도와주고 수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수사관의 SUV 차량까지 태워주며 특별한 대접을 했다. 경찰은 “박 전 의장이 지병 때문에 힘들어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었다.

박 전 의장은 경찰에서 3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다. 그는 “피해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고의는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사건을 질질 끌었다.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결국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박희태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박씨는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재판부는 “박 전 의장은 경기 시작 무렵부터 전반 9홀이 끝날 때까지 경기 중간 중간 A씨 신체 접촉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운영진에게 캐디 교체를 요구했다”며 “A씨가 입은 자존감의 상처, 성적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는 충분히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가 박 전 의장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들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고소를 취하했고 범행 일체를 인정하는 등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도 “피고인의 범행이 순간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인 만큼 강제 추행죄가 성립된다”며 “모범을 보여야 할 전직 국회의장으로서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반성하는 점, 고령인 점 등을 참작하더라도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형량은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의장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2017년 4월28일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이 얼마나 ‘법질서’를 망각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검찰 출신에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하고, 여기에 6선 의원에 국회의장까지 지냈는데도 캐디를 성추행하면서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이것은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문제없어’라는 삐뚤어진 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고, 검찰은 봐주기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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