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잔혹한 아내 고유정 ‘제주 전남편’ 살인사건


제주 전남편 살인사건은 ‘역대 가장 잔인한 범죄’ 중 하나다. 사전에 계획된 치밀한 범행, 살해방법, 시신훼손, 시신유기, 증거인멸 등 범행 전 과정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범죄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고유정(범행당시 36세)은 완전범죄를 노리고 치밀한 ‘살인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준비된 각본대로 차근차근 실행했고, 동갑내기인 전남편 강아무개씨(36)를 잔혹하게 죽였다.

고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속속 드러나는 정황과 증거 앞에서도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희대의 악녀’ ‘악마’로 불리고 있는 고유정의 실체를 조명했다.

고유정은 제주의 한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사업하는 아버지 덕분에 돈 걱정 없이 부유한 삶을 누렸다. 지역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제주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했다.

고씨와 학교를 다닌 동기들은 “상냥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평범했다”고 기억한다.고씨는 대학에서 동갑내기인 강씨를 만나 ‘캠퍼스 커플’로 만나 연애를 했다. 약 6년간의 열애 끝에 2013년 6월11일 결혼에 골인했고, 다음해 11월 아들까지 낳았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고유정은 결혼 후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강씨의 동생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형이 휴대폰으로 맞아 피부가 찢어진 적도 있고, 고유정이 아이 앞에서 흉기를 들고 광적인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아들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던 강씨는 아내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2017년 이혼을 요구했고, 두 사람은 협의 이혼한다.

강씨는 아들의 양육권을 가져오고 싶었으나 그럴 처지가 되지 못했다. 당시 그는 제주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학생 신분이라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권은 고유정이 가져갔다.

강씨는 매달 40만원의 양육비를 보내주기로 합의했다. 그는 빠듯한 생활을 하면서도 대학원 연구수당과 아르바이트를 해서 꼬박꼬박 양육비를 고유정의 은행계좌로 입금했다. 아들의 생일이나 어린이날에는 선물을 챙겨서 보내줬다.

고유정은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주 출신의 공무원인 홍아무개씨(38)와 재혼했다. 고씨는 재혼 후 아들을 친정에 맡기고 자신은 A씨가 거주하는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강씨는 이혼 후 아들만을 생각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면 아들의 사진을 보면서 겨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고유정은 강씨가 아들과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면 갖가지 핑계를 대며 들어주지 않았다.

이혼할 당시 협의사항에는 ‘양육권자는 월 2회 아이를 만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고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집으로 찾아가면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너무도 아들이 그리웠던 강씨는 고유정을 상대로 아들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해 달라는 가사소송을 제기한다. 이 과정에서 고씨가 재혼한 것을 알게 됐다. 강씨는 아들이 양아버지에게 천덕꾸러기 신세나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유정은 계속해서 재판에 불참했다. 재판부는 고씨가 이혼 당시 협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제 이행명령으로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고씨는 2019년 5월9일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강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해 아들과 만나게 하라고 판결하고, 5월25일을 면접기일로 정했다. 강씨는 들뜬 마음으로 아들과의 만남을 준비했지만 고유정은 곧바로 ‘살인계획’을 세운다.

고씨는 5월10일부터 휴대전화로 수면유도제, 니코틴 치사량, 전기충격기, 소각, 분쇄기, 뼈의 무게, 이민 가방 등을 집중 검색했다. 5월17일에는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들어 있는 수면제 7일분을 처방받았다.

승용차에는 톱 등 범행도구 일부도 실었다. 5월18일 고씨는 청주의 아파트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이용해 완도에 도착, 이후 여객선에 승용차를 싣고 제주도로 들어갔다. 고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한 무인펜션을 예약했다. 이곳은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지 않는 곳이다.

범행 3일 전인 5월22일 오후 고씨는 시내 한 마트에서 식칼, 표백제, 청소도구, 고무장갑 등 범행도구를 다량 구입했다. 카드로 결제하면서 포인트까지 적립하는 여유를 보였다. 5월25일 강씨는 자신의 모닝 승용차를 몰고 아들과 만나기로 약속된 서귀포의 한 테마파크로 향했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우리 아들 보러 간다’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강씨의 음성이 녹음돼 있었다.

고유정이 범행 사흘 전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청소용품을 사고 있다.

테마파크에서 만난 세 사람은 이후 한 마트까지 각자 차량으로 이동해 장을 봤다. 오후 4시20분 강씨는 마트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고유정의 차량을 이용해 펜션으로 이동했다. 고유정은 세 사람이 먹을 음식으로 카레를 준비했다. 이때 강씨의 음식에 수면진정제인 졸피뎀을 넣었다. 음식을 먹은 후 강씨의 정신이 혼미해지자 고유정은 아들을 펜션의 다른 방으로 보냈다. 아이는 게임에 몰두한다.

고유정은 강씨가 있는 방으로 가서 미리 준비한 식칼을 꺼내 공격했다. 펜션에 남겨진 혈흔으로 보면 강씨는 피를 흘리며 주방으로 나갔고,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고유정은 이런 강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최소 3차례 이상 더 찔렀다. 마지막 순간까지 살려고 안간힘을 썼던 강씨는 이렇게 아들이 있는 펜션에서 전부인에게 무참히 살해된다.

키 180cm, 몸무게 80kg의 건장한 체격인 강씨가 왜소한 고유정에게 쉽게 제압된 것은 졸피뎀 때문이었다. 경찰은 강씨의 통화내역에 근거해 범행 시각을 5월25일 오후 8시~9시16분으로 추정했다. 강씨는 이날 오후 8시쯤 펜션에서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이때까지는 살아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후 9시16분쯤 동생이 전화했을 때는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범행 다음 날인 5월26일 정오쯤 고유정은 아들을 데리고 펜션을 나왔다. 부모가 사는 친정집에 아이를 맡긴 후에는 다시 펜션으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강씨의 시신을 훼손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시신을 톱으로 토막 내다 오른손을 다쳤다.


5월27일 오전 고유정은 펜션을 말끔히 청소해 놓고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 등을 들고 퇴실했다. 이어 시내 한 병원으로 이동해 다친 손을 치료받았다. 오후 4시50분쯤에는 이도1동에서 강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낸다. ‘취업도 해야 하니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지 말아 달라’는 조작 문자였다.

범행도구 구입 후 술집서 웃고 떠든 고유정.

강씨와 연락이 두절되자 가족들은 걱정하는 마음이 컸다. 분명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오후 6시1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고유정에게 전화해 강씨의 행방을 물었다. 고씨는 “강씨가 오후 8시쯤 혼자 펜션을 나갔다”고 둘러댔다. 이때 고유정은 제주를 벗어나지 않고 시내 한 모텔에 투숙해 하룻밤을 더 묵었다.

5월28일 모텔에서 퇴실한 고유정은 제주를 떠날 채비를 했다. 오후 3시30분 범행도구를 구입한 마트에 가서 태연하게 범행에 사용한 후 남은 표백제, 테이프, 청소도구 등을 환불했다. 오후 6시에는 대형마트에서 비닐장갑, 여행용 가방과 종량제 봉투 30장을 구매했다. 이후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이동한 고유정은 훼손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나눠 담았다.

오후 8시30분 완도행 여객선에 오른 고유정은 훼손한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배에 탄 지 1시간쯤 지나자 여행용 가방에 담았던 시신을 7분 정도 버리는 모습이 여객선 CCTV에 포착됐다. 고유정은 인터넷 쇼핑으로 목공용 전기톱을 주문했다.

오후 11시 완도에 도착한 후에는 밤새 운전해 5월29일 오전 4시쯤 경기 김포시의 아버지 소유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곳은 목공용 전기톱의 배송지이기도 하다. 이동 중 완도군 도로변에 일부 시신을 유기하기도 했다. 고유정은 같은 날 인천의 한 가게에서 사다리와 방진복, 커버링, 덧신, 덮개 등도 추가로 샀다. 시신을 추가로 훼손하는 과정에서 혈흔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들이었다.

2차로 시신을 훼손한 고유정은 종량제 봉투에 담은 후 5월31일 새벽 아파트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내다 버렸다. 이날 고유정은 시신훼손에 사용한 전기톱을 들고 청주에 있는 홍씨 집으로 돌아갔다.

치밀한 계획으로 완전범죄를 자신했던 고유정, 그러나 범행 일주일 만에 전격 체포된다. 경찰이 펜션 인근에 있는 CCTV를 확인해 보니 고유정은 확인됐지만 강씨가 나오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또 펜션에서 루미놀 검사를 실시해 강씨의 혈흔을 찾아냈다.


경찰은 고씨가 강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그의 청주 주거지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범행도구인 흉기와 톱 등을 발견했다. 고씨의 승용차에 있던 이불에서는 강씨의 혈흔이 검출됐다. 경찰은 6월1일 고유정을 강씨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제주 동부경찰서로 압송했다. 고씨는 범행은 시인했지만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경찰에 체포되는 고유정.

유족들은 고씨의 얼굴과 신상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고, 제주경찰청은 6월5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개를 결정했다. 고유정은 고개를 숙이고 긴 머리카락을 얼굴을 가려 노출을 막았다.

고유정의 범행동기에 대해 경찰과 프로파일러들은 “재혼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있어 전남편의 존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극심한 불안감을 느껴 완벽한 재혼생활을 위해 전남편의 존재를 없앤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시신 수색에 나섰지만 추가로 발견하는데는 실패했다.

강씨의 장례는 사건발생 100일이 넘은 뒤 시신없이 치러졌다. 유족들은 조문도 받지 않은 채 머리카락 일곱 가닥과 옷가지로 장례를 치렀다. 고유정은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전남편인 피해자를 면접교섭권을 빌미로 유인,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시신을 손괴·은닉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어떤 연민이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고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으나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도 원심을 인용해 형량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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