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무거동 여성 토막 살인사건
울산 남구 무거동은 울산의 상업, 교통, 대학교, 주거의 중심지다.
울산대, 울산과학대, 울산체육공원(울산문수야구장·울산문수축구경기장)이 위치해 있다. 울산고속도로의 종점에는 신복시외버스정류소가 자리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아 사람은 많지만 실거주자는 적은 편이다.
2005년 4월21일 오후 9시30분쯤,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인근 야산 초입에 쌓여 있던 폐목재 더미에서 불이 났다. 화재 신고를 받고 119가 출동해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잔불 정리를 하던 소방대원들의 눈에 담요에 싸여 있던 물체가 들어왔다.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다가간 소방대원들은 기겁했다. 그것은 심하게 훼손된 여성의 시체였다. 두개골은 둔기에 의해 함몰된 상태였고, 양 손목과 발가락 전부가 잘려나가 있었다.
범인은 이것도 불안했던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을 토치램프(고온으로 가열할 때 사용하는 장치)로 그을려 놓았다. 특히 얼굴 부분은 예리한 흉기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심하게 훼손했다.
범인은 훼손도 모자라 시신을 폐목재 더미에 올려놓고 불을 질러 흔적을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119가 신속하게 불을 끄면서 화재로 인한 훼손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피해 여성의 혈액형은 O형이었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도끼로 추정되는 둔기에 의한 두개골 함몰이다. 머리에는 7~8cm 정도의 도끼날 자국이 깊숙하게 나 있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의 신원 파악에 주력했다.
외모는 키 158cm 정도에 다소 통통한 편이었으며 갈색 웨이브 파마를 하고 있었다. 나이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됐다. 출산경험이 없는 것으로 볼 때 기혼보다는 미혼에 무게가 실렸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해자의 지문을 채취해 대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범인이 양 손목을 절단해 지문 채취는 불가능했다. 여기에 얼굴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 피해자가 누군지 밝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경찰은 유일한 단서인 치과치료 기록에 희망을 가졌다.
피해자는 7개의 금니(윗니 2개, 아랫니 5개) 시술을 받았고, 윗 앞니는 V자형으로 돌출돼 있었다. 치과전문의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피해자는 4~7년 전 전문의에 의해 금니 시술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제 피해자를 시술한 치과를 찾으면 누군지 신원 확인이 가능했다. 경찰은 울산치과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기공사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아쉽게도 해당 병원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또 피해자가 입고 있던 속옷 브랜드를 통해 2004년 인터넷 홈쇼핑에서 판매된 것을 확인했으나 피해자 신원까지 접근하는 것은 실패했다.
수사가 난항에 빠지자 경찰은 신고 포상금 2000만원을 내걸고 전국 경찰서를 통해 공개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제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놓였고, 사건발생 15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제자리 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대체 피해 여성은 누구일까. 이 사건은 피해자의 신원만 밝혀지면 범인 검거도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범인은 면식범이다.
토막 살인사건에서 얼굴과 손목을 훼손한 경우 범인이 면식범일 확률이 아주 높다.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날 경우 유력 용의자로 특정될 수 있어서다. 이번 사건의 경우 범인은 피해자의 신원 노출을 극도로 꺼려했다.
먼저 피해자를 살해한 후 하의 속옷만 빼놓고 옷을 모두 벗겼다. 이어 피해자의 신원 확인이 가능한 손가락이 있는 손목을 모두 잘라냈다. 발가락도 예외가 아니다. 얼굴도 예리한 흉기로 훼손했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했던지 토치램프로 온몸을 그을렸는데, 대퇴부(허벅지)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심하게 훼손했다. 마지막에는 폐목재 더미에 올려놓고 불을 질러 아예 흔적을 없애려고 했다. 범인이 피해자와 아는 사이가 아니고서야 이해되지 않는 이상 행동이다. 다만, 우발적 살인인지 계획적 살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2.최초 살해 장소에서 시신을 이동했다.
범인은 치밀했다. 시신의 경직 정도로 사망시간을 추정해 보면 4월21일 오후 4~5시쯤이다. 이후 사체를 훼손하는데 1~2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렇게 되면 오후 7시쯤 모든 작업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 폐목재 더미에서 불이 난 시간은 오후 8시30분이다. 이를 근거로 보면 범행 장소는 약 1시간~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3.피해자가 중국 동포나 한족일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는 금니 시술을 7개나 받았다.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이 이런 시술을 받는 게 흔하지는 않다. 그만큼 해당 치과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런 시술을 한 치과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에서 받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피해자의 신체 특징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신장에 비해 발 크기(110~120mm)가 비정상적으로 작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여성들이 작은 발을 만드는 ‘전족’이라는 전통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피해자가 중국 동포나 한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범인은 화물차 업계 종사자일 수도 있다.
범인은 울산의 지리에 익숙하다. 시신을 유기한 장소에 폐목재가 쌓여 있다는 것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 범행 장소에서 1시간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고 한다면 평소 장거리 운전에 익숙할 수도 있다. 시신을 유기한 곳도 화물차 주차가 빈번한 곳이었다. 경찰 탐문조사에서 시신을 감싼 담요가 화물차 운전자들이 주로 쓴다는 것도 확인됐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범인이 화물차 운전자나 관련업계 종사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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