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서 공포 영화보던 30대 여성 자살사건
2005년 7월1일 공포영화 <아미티빌 호러>가 국내 개봉됐다.
1974년 미국 뉴욕 인근의 소도시 아미티빌의 한 저택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이끌려 부모와 네 남매 등 자신의 가족을 처참하게 살해한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호러물이다.
같은 해 7월3일 일요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의 한 극장에서도 이 영화가 상영됐다. 오후 3시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이 모두 퇴장했다. 10분 후 극장 아르바이트생 홍아무개씨(22)가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앞에서 세 번째 줄 좌석에 앉아 있는 관객을 발견한다.
잠을 자는 것으로 착각한 홍씨는 해당 관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아무개씨(여‧34)가 왼손에 흉기를 들고 고개를 앞으로 숙인 상태로 숨져 있었던 것이다. 목 부위에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홍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타살 흔적은 없었다.
정씨가 들고 있던 흉기는 흔히 부엌에서 쓰는 식칼 보다 조금 작은 것이었다. 나머지 관객 58명은 대부분 정씨 뒷좌석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객들은 정씨가 앞줄에 혼자 떨어져 앉아 있는 바람에 그녀의 이상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자살동기를 찾기 위해 정씨 주변에 대한 탐문에 들어갔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정씨는 27살에 결혼했다가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1년 반 만에 이혼했다. 이후 친정집에서 생활하며 학습지 가정교사를 나갔다.
정씨는 이혼 후 우울증에 시달리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가족들에게는 “이렇게 살면 뭐하느냐. 죽고싶다”는 말을 자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의 친정 부모는 “5년여 전 결혼한 딸이 IMF 외환위기 이후 사업 실패를 겪은 남편과 불화를 겪으면서 가정폭력과 우울증에 시달려 왔으며 이로 인해 1년6개월 만에 이혼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정씨가 영화를 보다 충동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것은 영화를 보던 관객이 공공장소인 극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첫째, 정씨는 오른손잡이다. 그런데 흉기는 왼손으로 잡고 자살했다. 굳이 이렇게 할 이유가 없었는데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둘째, 공공장소인 극장을 자살 장소로 선택한 것도 의아하다.
셋째, 총기 자살자와 달리 흉기를 이용한 자살자가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하는 것도 극히 드물다.
넷째, 관객들이 정씨의 자살을 알지 못한 것도 이상하다. 보통 목을 흉기로 찌르면 피가 뿜어져 나온다. 자살자는 고통 때문에 신음을 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58명의 관객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다섯째, 정씨의 좌석 번호가 예사롭지 않다. 그녀가 앉아 있던 곳은 6층 6관 가열 60번이다. 이걸 이어 붙이면 흔히 서구에서 말하는 ‘악마의 숫자’를 연상케 하는 ‘666’이 포함돼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정씨는 영화 시작 1시간30분 전에 신용카드로 영화표를 샀다.
그렇다면 이 좌석은 정씨가 일부러 구매한 것이 된다. 우연한 숫자인지 아니면 정씨가 일부러 숫자를 맞춰 구매한 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정황이 미스터리하다. 특히 공포영화를 보다 자살했다는 것도 어딘지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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