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 할머니 밥 챙겨주는 순천의 반려견
전남 순천에는 가난한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슬하에 자식이 없던 부부는 반려견 한마리를 애지중지 키웠다. 할아버지는 농사일도 하고 가끔 산에서 나무를 해서 시장에 내다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할머니는 백내장으로 앞을 보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없으면 가사는 물론 밥 짓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치렀지만 홀로 남겨진 할머니가 문제였다. 평생의 반려자를 잃은 할머니는 큰 슬픔에 젖어 삶의 의욕을 잃었다.
그런데 장례를 치른 다음 날 반려견이 이상 행동을 했다. 밥 그릇을 입에 물더니 옆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때마침 주인 아주머니는 부엌에서 일하고 있었다. 강아지는 밥그릇을 마당 한가운데에 놓고는 가만히 엎드린 채 밥그릇만 응시했다.
아주머니는 개가 배가 고파서 하는 행동으로 보고 그릇에 밥을 담아줬다. 강아지는 밥그릇에 입을 대지 않았다. 대신 입에 물더니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집에 가서 먹으려나보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얼마 후 아주머니는 볼일이 있어 외출에 나섰다. 돌 담 너머로 맹인 할머니 집을 들여다 보다 특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할머니는 마루에 걸터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밥그릇이 있었다. 개가 물고 있던 그 밥그릇이었다.

강아지는 할머니의 옷소매 자락을 밥그릇으로 끌어 당기며 밥을 먹으라고 끙끙댔다. 할머니는 손으로 더듬어 밥을 절반쯤 먹고는 밥그릇을 개에게 줬다. 그제서야 강아지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쭉 지켜보던 아주머니는 큰 감동을 받았고, 동네 사람들에게도 들려줬다.
맹인 할머니와 반려견의 이야기는 삽시간에 마을에 퍼져나갔다. 다음날에도 강아지는 밥그릇을 물고 나갔다. 마을사람들은 강아지가 찾아오면 그릇을 깨끗이 씻은 후 따뜻한 밥과 반찬을 골고루 챙겨서 줬다. 강아지는 그걸 물고 할머니에게 가서 먼저 먹게 한 후 남겨진 밥은 자신이 먹었다.
이 반려견의 사연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물며 개도 자신을 키워준 은혜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데, 사람은 어떠한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허다하다. 오죽하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속담까지 있다. 인간이 최소한 ‘개만도 못하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