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혼 요구하자 수갑 채워 인두로 고문한 남편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김아무개씨(남·50)는 첫 결혼에 실패한다. 아내와의 사이에 딸이 있었으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고 결국 이혼했다. 딸의 양육권은 김씨가 가졌다.
그는 2009년쯤 14살 연하의 A씨(36)와 재혼했고, 슬하에 딸이 태어났다. 두 사람의 부부생활도 원만하지 않았다.
급기야 2015년 여름 A씨가 김씨 몰래 사채업체 등에서 약 1억원의 대출을 받으면서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격분해 여러차례 폭력을 행사했다. A씨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와 가정폭력 혐의로 고소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 외도한다고 보고 분노하면서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아내에게 극도의 고통을 안겨주고, 함께 죽겠다고 결심한다.

우선 재산 정리부터 시작했다. 주점을 지인에게 넘기고, 5000만원을 대출 받아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에게 이체하고, 자신의 재산목록을 적어 주기도 했다. 재산정리가 끝나자 아내에 대한 복수에 들어갔고, 가죽공예용 전기인두와 수갑, 수술용 칼, 재단용 가위, 의료용과 공업용 테이프, 수면제, 번개탄 등을 구입했다.
2016년 3월5일 아내가 자신이 낳은 딸을 만나러 오는 날 김씨는 큰딸을 이용해 A씨를 주점으로 유인했다. 김씨가 일 때문에 지방에 가 있다고 거짓말했고, A씨는 이 말을 믿고 딸을 만나기 위해 주점으로 향했다.
낮 시간대 A씨가 주점에 들어오자 기다리고 있던 김씨가 흉기로 위협하며 마구 폭행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A씨는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아내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입에 스펀지 재갈을 물리고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의자에 강제로 앉힌 후에는 테이프로 온몸을 의자와 함께 칭칭 감았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고문 도구를 담은 가방을 열었다. 먼저 그 안에서 수술용 칼을 꺼내 A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그어 20cm 정도의 상처를 냈다. 피가 쏟아져 나오자 의료용 테이프를 붙여 지혈시켰다.

김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공업용 전기인두를 꺼내 코드를 꼽아 빨갛게 달궜다. 그는 인두를 들고 A씨의 양 손등과 양볼, 이마, 오른쪽 허벅지를 차례로 지지기 시작했다. 살이 타는 냄새가 역겹게 풍기고, 극한 고통을 느낀 A씨는 비명을 질렀으나 입을 막은 탓에 밖으로 새어나오지는 않았다.
김씨는 “이빨을 뽑겠다”거나 “친정 식구들을 다 죽여 버린다”는 등의 협박으로 공포를 극대화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재단용 가위로 A씨의 등을 내리찍고 신체 일부를 잘라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A씨는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김씨가 여전히 자신에게 미련이 남아 있다고 보고 “00아빠, 우리 다시 시작해 보자, 진짜 내가 잘 할게”라고 회유했다. 이 말에 반색한 김씨는 “정말이지”라고 묻고 A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문을 멈춘다. 김씨는 무려 26시간 30분동안 아내를 감금하고 잔혹한 고문을 했다.
A씨를 병원으로 옮긴 김씨는 보호자를 자처하며 옆에 있었다. 간병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찰에 신고할 지 몰라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 주머니에는 흉기가 숨겨져 있었다. 의료진은 폭행 등 가혹행위를 의심했으나 A씨는 보복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부인했다. 일주일 후 A씨는 웅급실에서 입원 병동으로 옮기게 됐고, 이때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112에 신고한다.
김씨는 살인미수와 특수감금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11년과 2015년에
A씨의 뺨과 머리, 어깨 등을 때려 전치 2주의 고막천공과 두피 좌상 등이 생기게 한 혐의(상해·폭행)도 받았다.
김씨는 재판에서 “아내와 재결합하기 위해 겁을 주려고 했을 뿐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김씨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수갑이 채워져 있어 전혀 반항할 수 없는 A씨를 상대로 얼굴 등을 지지는 등 극도의 반인륜적인 범죄를 했다”며 “A씨에게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해 살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는 오랜시간 생명의 위협과 공포 속에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고 얼굴 등에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어 고통이 심하다”며 “사건 당시 끔찍한 기억은 평생 없어지기 어려워 트라우마도 크며 A씨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A씨가 남편 몰래 많은 돈을 대출받아 갈등이 커졌고,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이 된 점, 뒤늦게나마 범행을 멈추고 A씨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치료받게 한 점, 김씨가 15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형량이 높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는 아내를 언제든 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에게 수치심과 고통을 주기 위한 가혹 행위가 사망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두 사람은 가정법원에서 이혼이 확정되며 남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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