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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앞둔 마지막 선택 ‘배우 전미선’ 사망사건

1970년 12월7일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안양예고와 서울예전 방송연예과를 졸업했다.

18살 때인 1986년 MBC TV시리즈 베스트극장 <산타클로스는 있는가>로 데뷔했다.

이 드라마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넝마주의 3인방이 산타클로스처럼 선행을 하고 싶어하면서 벌이는 코믹한 해프닝을 다뤘다. 넝마주의 중 한 명이 응삼이로 유명한 박윤배다. 전미선은 극 중간에 살림이 어려워 공장에서 일하는 소녀(여공)로 나온다.

이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대표작으로는 <토지>(1987), <전원일기>(1988>, <태조 왕건>(2000), <야인시대>(2002), <인어아가씨>(2002), <에덴의 동쪽>(2008), <제빵왕 김탁구>(2010), <해를 품은 달>(2012), <구르미 그린 달빛>(2016) 등 수십 편의 드라마에 출연해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MBC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서는 숙이 역을 맡았다. 극중 숙이는 가출했다가 미혼모 상태로 돌아와 서울서 사귄 남자(김동석)와 우여곡절 끝에 김회장집 마당에서 전통결혼식을 올린다. 나중에 숙이 역은 김소이로 바뀐다.

’제빵왕 김탁구‘에서는 주인공 탁구의 친모 역을 맡으며 ’시청률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49.3%까지 치솟았다.

‘해를 품은 달’에서는 주술 실력이 뛰어난 조선 최고의 무당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비밀 조직 ‘무명’의 우두머리인 무극(연향) 역을 소화했다.

전미선은 영화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번지점프를 하다>(2001), <살인의 추억>(2003), <연애>(2005), <마더>(2009), <숨바꼭질>(2013) 등에 출연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영화 ‘살인의 추억’
영화 ‘잘 살아보세’
영화 ‘웨딩드레스’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첫 주연작인 ‘연애’를 위해 촬영지였던 부산에 3개월간 머물며 극중 인물인 어진이 되어 갔다. 동료 연기자들은 전미선에 대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으면서도 현장에서는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였다고 말한다.

한때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다방면에서 끼를 드러냈다.

1990년대 초반 MBC TV 콩트 코미디 <오늘은 좋은날>의 코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내일은 빛나리’에 나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당시 방송사 대기실로 김밥 등을 잔뜩 싸와 출연진과 나눠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무대에 도전했다. 연극 무대에서도 열정을 쏟아냈다. <봄에는 자살금지> <친정엄마와 2박3일> 등의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이처럼 전미선은 사랑과 삶에서 고뇌하던 청춘으로, 또한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우리 앞에 서 있었다. 어디에서든 꾸준했고 누구보다 성실했다.

그녀는 오래전 한 인터뷰에서 “18살에 시작할 때는 어려서 연기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때부터 진짜 연기가 무엇인지, 연기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작은 역할도 소중했고, 배역 하나하나에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종종 시상식 무대에 올라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1994년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서 신인 여우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KBS 연기대상 ‘조연상’을, 2013년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에서는 영화부문 ‘여자우수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SBS 연기대상에서 ‘일일극부문 여자 특별연기상’을 수상하며 팬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전미선은 평생의 반려자도 연기를 통해 만났다. 2006년 12월 한 살 연상의 영화 촬영감독 박상훈씨와 결혼했다. 전미선이 데뷔 15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연애’에서 배우와 촬영감독으로 만나 열애 2년 만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듬해인 2007년 11월 아들을 낳았다.

전미선은 2012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승승장구’에서 “남편이 처음 봤을 때 유부남인 줄 알았다. 남편이 사귀자고 해서 한 달간 계약연애를 했고, 계약연애 기간 동안 첫 키스를 했다. 이후 계약이 끝나기 전 결혼식을 했다”며 러브스토리를 들려줬다. 부부의 애정도 각별했다.

전미선은 남편에 대해 “결혼 후에도 서로 바빠 자주 못 봤지만, 남편의 한결같은 마음이 좋다”며 신뢰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것일까.

2019년 6월29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이 예정됐다. 이 작품은 강부자와 호흡을 맞춰 10년째 공연해 온 전미선의 대표 연극이다. 말기암 환자인 딸이 생의 마지막 2박3일을 친정엄마와 함께 보낸다는 내용이다.

전미선은 공연을 위해 하루 전날인 28일 전주에 내려갔다. 저녁에는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고사동에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매니저가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오전 11시45분 매니저는 호텔 관계자와 함께 강제로 객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전미선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다. 출동한 경찰은 호텔 복도 폐쇄회로(CC)TV를 살펴봤으나 객실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향년 49세.

경찰은 외부침입이 없는 등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이날 예정됐던 오후 2시와 5시 공연은 취소됐다. 주최 측은 일찍이 현장을 찾았던 관객들에게는 “주연 배우의 심대한 일신상의 이유로 2시 공연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전미선의 자살은 공연을 앞두고 있던 터라 더욱 충격이 컸다. 새 드라마 출연도 앞두고 있었다.

전미선은 얼마 전 올케(친오빠 아내)를 잃었고 부모님 모두가 투병 중이라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소속사 측은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지만 유족의 뜻에 따라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빈소에는 동료 배우 등 고인과 직·간접적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염정아, 윤세아, 나영희, 윤유선, 윤시윤, 김동욱, 박소담, 장현성, 정유미, 성훈 등이 빈소를 다녀갔다.

동료 배우들은 SNS 통한 추모의 글도 남겼다.

배우 윤세아는 “편히 쉬어요, 예쁜 사람”이라고 썼다. 한상진은 전미선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게재하며 “선배님 잊지 않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그곳에서는 평안하세요. 힘든 날 많은 생각이 드네요. 저도 힘낼게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 외에도 배우 김권, 한지일, 가수 김동완, 방송인 하리수 등이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전미선의 선행도 뒤늦게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국제 아동 후원단체 ‘플랜코리아’는 공식 SNS를 통해 “당신을 ‘홍보대사’라고 부르기가 언제나 죄송스러웠습니다. 해마다 거액을 후원하는 후원자로, 당신이 후원하신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봉사자로, 뜨거운 여름날 하루 종일, 가져오신 기부 물품을 직접 판매하시던 당신”이라고 전미선을 떠올렸다.

이어 “항상 함께하고도 자신을 내세우길 원치 않으셨던, 나눔이 삶의 이유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당신. 때로는 엄마 같이, 때로는 친구 같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손을 잡아주시며 이름 불러주시던 당신의 모습을 기억합니다”라며 전미선을 기렸다.

고인은 발인을 거쳐 경기 이천시 마장면 에덴낙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전미선 사망 후인 7월24일 유작인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됐다. ‘살인의 추억’ 이후 16년 만에 송강호, 박해일과 호흡을 맞춘 이 영화에서 전미선은 소헌왕후 역을 맡았다.

소속사는 그녀의 마지막 길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늘 우리 옆에 있을 것 같던 배우 고 전미선씨가 밤하늘의 별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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