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개 배설물 청소로 연간 3억원 버는 여성


미국 미시간주 노스빌에 사는 에리카 크루핀(여, 30대)은 매일 아침 장갑을 끼고 집을 나선다. 그의 손에는 원예용 갈퀴와 쓰레기봉투가 들려 있다. 크루핀의 직업은 마당에 남겨진 개 배설물을 치우는 일이다.

누군가는 지저분하고 보잘것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돌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일은 크루핀에게 매년 25만 달러(한화 약 3억 6000만 원)에 달하는 큰 돈을 안겨주는 당당한 사업이다. 정규 대학 졸업장 하나 없이 오직 자신의 발로 뛰어 이뤄낸 결과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크루핀의 20대는 불안정했다. 골프장 술집에서 손님을 맞이하기도 했고, 미용실과 식당을 오가며 수많은 일을 거쳤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던 그녀에게 2005년 작은 기회가 찾아왔다. 친척의 도움으로 동네 약국에서 보조 직원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약국 일은 평화로웠다. 매달 정해진 날에 월급이 나왔고, 신체적으로 큰 무리가 가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크루핀의 마음 한 구석에는 답답함이 쌓여갔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이 조금씩 시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정적인 삶도 좋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도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갔다.

크루핀이 개의 배설물을 치우고 있다.

마당의 배설물에서 발견한 틈새 시장

아이디어는 아주 우연한 순간에 찾아왔다. 어느 날 크루핀은 키우던 반려견이 마당 한가운데에서 대변을 보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마당의 개 배설물을 치우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바쁜 주인을 대신해서 이 똥을 깨끗하게 치워주면 사업이 되지 않을까?’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곧바로 실행으로 이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하나같이 반응이 좋았다. 다들 “충분히 돈을 내고 맡길 만한 일”이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2018년 8월, 크루핀은 ‘크루핀스 푸핀 스쿠핀'(Kroopin’s Poopin Scoopin)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렸다. 거창한 사무실이나 비싼 장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마당에서 쓸 원예용 갈퀴, 쓰레기봉투, 일회용 장갑, 소독제면 충분했다. 여기에 사업자 보험료와 홈페이지 주소 구매 비용, 작은 트레일러 하나를 합치니 초기 투자비용은 1000달러(약 145만 원)에 불과했다.

크루핀은 무모하게 무작정 약국을 그만두지 않았다. 사업의 성패를 장담할 수 없었기에 일단 부업으로 시작했다. 약국에서 받던 시급 20달러 보다 사업으로 버는 돈이 더 많아질 때까지 견디기로 했다.

고객을 모으는 일이 가장 큰 숙제였다. 크루핀은 지도를 펼쳐 들고 동네 동물병원과 반려견 미용실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직접 도넛 상자와 명함을 들고 그곳들을 일일이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마당을 깨끗하게 청소해 드리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사람들도 그의 밝은 인사와 진심 어린 태도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품을 판 지 불과 몇 주 만에 15명의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청소 비용은 합리적으로 정했다. 한 달에 4번 방문 청소하는 기준으로 87달러(약 12만 원)를 받았다. 한 번만 청소할 때는 50달러(약 7만 원), 일주일에 2번 청소하는 서비스는 한 달에 156달러(약 23만 원)로 책정했다. 치워낸 배설물은 이중으로 꼼꼼하게 포장해 집주인의 야외 쓰레기통에 버렸다. 덕분에 따로 쓰레기를 버리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이익을 높일 수 있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빠르게 늘어났다. 마침내 2020년 2월, 크루핀은 결단을 내렸다. 13년 동안 다닌 약국에 사직서를 내고 배설물 수거 사업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했다.

홀로 시작했던 사업은 이제 직원을 두는 규모로 자랐다. 현장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과 사무실에서 급여와 고객 관리 업무를 보는 직원을 따로 채용했다.

크루핀듲 일주일에 5일,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 일주일에 사흘은 행정 업무와 마케팅에 집중하고, 이틀은 직접 현장으로 나간다.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는 새로운 고객을 만나 계약을 맺는다. 땀 흘려 일한 결과, 2024년 기준 연 매출은 25만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그녀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대학 학위가 없어도 아이디어와 부지런함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낸 인물로 조명했다.

크루핀(가운데)과 직원들.

맑은 공기 아래서 얻은 진정한 자유

성공의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크루핀은 웃으며 말한다.

“누군가는 개 배설물을 치우는 일이 지저분하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번듯한 사무실에서 남의 눈치를 보며 일하는 것보다 지금 제 모습이 훨씬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청소 일을 시작한 이후 자신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새소리를 듣고 햇볕을 받으며 밖에서 일하다 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이 일은 단순히 똥을 치우는 게 아니라, 저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물해 준 최고의 직업입니다.”


매일 아침 갈퀴를 들고 마당으로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다. 굳이 남들이 가는 정답을 따르지 않아도, 냄새나고 외면받는 길 끝에 자신만의 빛나는 보석이 숨어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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