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 윤세준 일본 실종사건
홀로 장기 배낭여행 떠났다가 갑자기 연락두절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마지막 행방 오리무중
강원도 원주 출신의 윤세준씨(26)는 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그는 2023년 4월 복지관을 그만둔다. 고향인 원주로 돌아온 후 새 직장을 구하기 전 휴식 차원에서 일본 여행을 계획한다.
윤씨는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이전에도 일본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는 자유로운 여행을 즐겼다. 유명 관광지나 번잡한 대도시보다는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는 한적한 지역을 선호했다.
실종 전 숙소 확인 안 돼
같은 해 5월9일 윤씨는 일본으로 혼자 장기 배낭여행을 떠났다. 관광비자로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후 후쿠오카, 오사카, 교토 등 약 한 달에 걸쳐 일본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주로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해 다녔고, 수시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메시지와 여행 사진을 보내면서 자유로운 여행을 만끽했다.
윤씨는 6월7일 오후 3시29분쯤 열차를 타고 오사카 남부에 위치한 와카마야현 쿠시모토초에 도착한다. 이곳은 일본 혼슈의 최남단 바닷가 지역으로 인구 약 1만 4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바다 풍경을 보거나 낚시를 위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유명 관광지는 아니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객들이 붐비지는 않는다.

윤씨는 시오노미사키 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인 6월8일 오전 10시10분쯤 체크아웃했다. 그는 쿠시모토초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6시20분쯤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오후 6시58분쯤 윤씨는 큐야쿠바마에 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해 오후 7시20분 시오노미사키 마을의 한 우체국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윤씨는 오후 8시 이후 한국에 있는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새로 묵기로 한 숙소에 가는 길인데 비가 많이 오고 어둡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인데 시골이라서 버스가 일찍 끊겼다“고 말했다. 남매는 약 30분 정도 통화하다가 윤씨가 “10분 뒤에 도착한다”고 말하며 통화가 끝났다. 9시26분쯤 윤씨는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이후 윤씨의 연락이 두절됐다. 이때부터 전화를 받지도 않고 문자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가족과 지인들은 며칠이 지나도록 윤씨와 연락이 닿지 않고 휴대전화가 꺼져 있자 신상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윤씨 가족은 주오사카 한국 총영사관에 이런 사실을 알렸고, 영사관은 일본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서 윤씨의 행적을 탐문했고, 숙소 인근 와카야마현의 한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것이 확인된다.

이후 경찰은 편의점과 숙소 인근을 헬기와 보트로 수차례 수색했다. 또 마을 내에서 안내방송을 통해 윤씨를 찾았고, 숙소 주변인들을 상대로 탐문을 실시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수색에도 윤씨 행방은 파악되지 않았다.
심지어 윤씨가 도착했다는 숙소조차 찾지 못했다. 숙소 예약기록이나 카드 사용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 윤씨는 여행하는 동안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저렴한 숙소를 찾아 그때그때 카드로 결제하거나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마지막 숙소에서 현금으로 냈을 가능성이 있다.
윤씨에 대한 흔적이 더이상 나오지 않자 현지 경찰은 가족에게 공개수사 필요성을 알렸다. 가족의 동의를 얻어 6월16일부터 공개수사로 전환되면서 윤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이 언론에 제공된다. 일본의 주요 방송에서도 윤씨의 실종 사실을 보도했지만 유의미한 제보는 없었다.
국내에서도 별도 수사에 착수해 윤씨의 카드 사용내역 등 금융거래 내역을 분석했지만, 6월8일 이후 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을 출금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 생활반응이 끊긴 것으로 볼 수 있어 윤씨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골든타임 놓치면서 미궁에 빠져
일본 경찰의 초동수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종자가 발생하면 통신사를 통한 휴대전화 위치추적은 기본이다. 그래야 실종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경찰은 실종 수사의 가장 기본인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하지 않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제작진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엉뚱하게도 윤씨의 누나에게 한국 통신사에서 위치파악이 안 되는지 묻는다. 자국 통신사에 요청하면 곧바로 확인이 가능한데도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알 제작진이 일본 통신사에 문의해보니 휴대전화의 전원이 켜져 있을 당시의 위치 기록은 파악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실종신고 직후 곧바로 통신사를 통해 위치추적을 했다면 윤씨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실종 수사는 속도인데 이로인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볼 수 있다.
자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외교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윤씨 실종이 장기화 되는데 한몫했다. 현재 외교부는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해 ‘영사콜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재외국민이나 한국인 여행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영사콜센터를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답답하다. 윤세준씨 누나는 동생의 연락이 두절되자 6월14일 외교부 영사콜센터를 통해 첫 실종신고를 접수한다. 하지만 상담사는 “일본 업무시간이 아니라 현지에 바로 알릴 수 없다”거나 “범죄 징후가 없으면 조금 더 기다려보거나 한국 경찰에 연락해보라”는 등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윤씨 누나가 “동생과 통화가 안 돼서 불안하다”고 하자 이번에는 “카카오톡으로 연락해 보라”거나 “로밍 때문에 전화가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찰에 신고하도록 안내했다. 한국 경찰에 신고했더니 다시 외교부에 신고하라고 하면서 돌고 돌아 원점으로 온 것이다.
윤씨 누나가 현지 영사관 이메일을 찾아 알린 후에야 일본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된다. 외국 현지에서의 자국민 실종에 대한 제대로 된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이렇게 아까운 시간이 허비되면서 윤씨의 흔적도 희미해져 갔다. 한국 총영사관은 뒤늦게 윤씨를 찾는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홈페이지에도 게시했으나 새로운 단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장기미제로 남을 가능성 크다
한때 윤씨가 미국에서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종 약 4개월 후 로스엔젤레스(LA) 해안지역인 LA 샌피드로 주택 단지에서 머리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한 남성이 발견됐는데, 윤씨의 외모와 정황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LA 보건 당국은 이 남성의 신원 파악을 위해 산소호흡기를 끼고 응급실에 누워 있는 얼굴 사진과 발견 장소, 소지품 등의 정보를 지역 언론에 배포했다. 그런데 이 남성의 이목구비와 신체가 윤씨와 비슷했고, 특히 주목된 것은 발견 당시 검은색 배낭과 여행용 위생용품, 일본 화폐가 든 지갑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윤씨도 실종 당시 검은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주LA 한국 총영사관도 해당 남성의 지문을 채취해 한국에 보낸 뒤 윤씨의 것과 대조했지만 일치하지 않으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윤씨 실종이 장기화 되면서 점점 여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현지 경찰 수사도 답보상태에 있다. 윤씨의 행적을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나 제보가 없으면 장기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2023년 1월24일 일본 가고시마현 야쿠시마초로 혼자 여행을 떠난 김성진씨(당시 37세 )가 실종된다. 김씨는 규슈 지방에서 가장 높은 산인 미야노우라다케에 올랐다가 연락이 끊겼다.
김씨가 입산한 후 이곳에는 갑작스러운 폭설이 내려 등산로가 폐쇄됐고, 김씨의 행방 또한 묘연하다. 등산 중 조난당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실종을 둘러싼 4가지 가능성
윤세준씨의 실종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범죄 피해’, ‘교통사고’, ‘바다 실족’, ‘극단선택’ 등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모두 확인되지 않은 추정일 뿐이다.
1.범죄피해를 당했다
윤씨는 누나와 통화한 후 ‘숙소에 도착했다’는 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그가 실제 숙소에 도착했는지는 의문이다. 숙소에 들어갔다고 할 만한 내용이 전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윤씨가 내린 정류장 인근의 숙박업소에서 그를 본 사람도 없었다.
현지 경찰이 탐문하고, 그알 제작진이 윤씨가 하차한 곳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모든 숙박업소에 문의한 결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윤씨가 숙소에서 범죄 피해를 당했는데 숙박업소 주인이 이를 숨길 수는 있다. 또 숙소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누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도착했다고 말하고는 가는 도중 범죄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교통사고 당한 후 은폐됐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윤씨가 내린 버스 정류장 인근에는 여관 등 머물 수 있는 마땅한 시설물이 없다고 한다.
윤씨도 누나에게 숙소가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고 했다. 당시는 어두운 밤인데다 비가 오고 있었다. 또 윤씨의 복장과 배낭이 검은색이어서 걸어가다 식별이 안 됐을 수도 있다.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운전자가 이를 숨기기 위해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3.바다에 빠져 실족사했다
윤씨가 숙소에 도착하기 전 잠시 바닷가 갯바위 등에 있다가 실족했을 수도 있다. 다만 당시는 비가 오고 있었고 1시간 넘게 걸어 피곤한 상태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았을 것을 보인다. 숙소에 있다가 다음날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나왔다가 실족했거나 파도에 휩쓸렸을 수도 있다.
4.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보통 자살자는 사전에 징후를 보인다. 당시 윤씨가 극단선택을 할 만한 사정도, 징후도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가장 낮다. 더욱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휴식 차원에서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신변을 비관해 자살했을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