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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 거인의 행진 ‘현대판 걸리버’의 정체


인류 역사상 가장 키가 큰 사람은 1940년 사망한 미국의 로버트 워들로다. 그의 키는 공식 기록으로 2m 72cm다.

현대에는 튀르키예의 술탄 쾨센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1982년생인 그는 2009년 9월에 기네스북으로부터 ‘세계 최장신’으로 인정받았다. 당시 그의 키는 2m49.5cm였다.

쾨센은 농구선수로 잠시 활동했으나 말단비대증(거인증)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현재는 말단비대증이 완치됐고, 키는 2m51cm에서 멈췄다. 몸무게는 125kg이다. 쾨센의 키는 역대 유럽 최장신 5위이며, 아시아 최장신 공동 4위다.

일본에서는 1600년대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아카시 시가노스케다. 당시 그의 키는 2m58cm로 알려졌다.

그런데 얼마 전 전 세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발칵 뒤집어 놓은 낡은 흑백 영상 하나가 이 기록들을 비웃듯 등장했다.

영상 속 배경은 1890년대 일본의 어느 거리. 일장기를 흔드는 인파 속에서 말을 탄 군인보다 두 배는 더 큰 체구의 ‘거인’이 스모선수 복장을 한 채 유유히 행진하고 있다. 통나무보다 굵은 다리와 족히 4m는 되어 보이는 압도적인 신체 조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 영상이 확산되자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성경 속 거인족인 ‘네피림’의 실존 증거라는 주장부터, 공식 기록에서 삭제된 거대 인류의 생존 기록이라는 가설까지 제기됐다.


특히 영상 특유의 거친 질감과 19세기 말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시민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구체적인 장면들은 이 거인이 단순한 환상이 아닌 ‘실존 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1600년대 일본의 전설적인 거인 아카시 시가노스케(2m 58cm)를 능가하는 존재의 등장에 인류학적 기록을 새로 써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세상을 놀라게 한 이 영상은 1890년의 기록물이 아닌 현대 기술이 빚어낸 치밀한 허구로 밝혀졌다. 영상의 정체는 2007년 개봉한 일본 영화 <대일본인>(大日本人)의 홍보 영상 및 작중 장면이었다.

일본의 유명 감독 마츠모토 히토시가 연출한 이 영화는 전기를 먹고 거대해진 주인공이 괴수와 싸우는 내용을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Mockumentary)’다.

영상 속 4m 거인은 실제 사람이 아닌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I)으로 제작됐으며, 과거의 기록처럼 보이도록 고의로 필름 노이즈와 낡은 효과를 입힌 것이다. 영화적 장치로 제작된 이 ‘가짜 기록물’이 맥락 없이 잘려나가 “1890년대 기밀 영상”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유포되면서 전 세계를 속인 미스터리로 둔갑했다.


결국 인류사를 뒤흔들 뻔한 ‘4m 거인’은 현대의 시각 효과 기술과 SNS의 전파력이 만들어낸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기술이 과거의 기록조차 얼마나 쉽게 왜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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