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베스트클릭심령·공포

귀신 들린 엘리베이터 ‘엘리샤 램 변사사건’


심령 미스터리는 이성의 빛이 닿지 않는 ‘논리의 빈틈’에서 잉태된다. 분명 물리적인 증거가 존재함에도 그 증거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상식을 비웃을 때, 우리는 형언할 수 없는 원초적 공포를 느낀다.

특히 죽음의 문턱에서 포착된 기이한 행동이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장소에서의 발견은, 이 사건이 단순한 사고를 넘어 초자연적인 영역의 부름이 아니었는지 묻게 만든다.

현대 심령 미스터리의 정점으로 불리는 ‘엘리사 램 사건’은 그 기괴한 잔혹함의 전형이다.

2013년 2월 19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서 깊은 세실 호텔(Cecil Hotel). 평화로워야 할 아침은 투숙객들의 역겨운 민원으로 깨졌다. 수돗물의 수압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은 물론, 수도꼭지에서 검은색 이물질이 섞인 액체가 흘러나오며 “맛과 색깔이 이상하다”는 호소가 빗발친 것이다.

호텔 측이 원인을 찾기 위해 옥상의 대형 물탱크 해치를 연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2.5m 높이의 거대한 물탱크 안에는 실종됐던 중국계 캐나다인 대학생 엘리사 램(Elisa Lam, 21세)의 알몸 시신이 차갑게 식은 채 떠 있었다. 캐나다 명문 UBC 재학생이었던 그녀가 홀로 캘리포니아 여행을 떠났다가 차가운 물탱크 속 주검이 되어 돌아온 순간이었다.


투숙객들이 세수하고, 양치하며, 마셨던 그 ‘검은 물’은 바로 그녀의 사체가 부패하며 만들어낸 죽음의 침출수였던 것이다.

과학적 수사를 비웃는 완벽한 미궁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지만, 사건은 파헤칠수록 상식의 궤도를 벗어났다. 1월 31일 실종 직전까지 가족과 꾸준히 연락하며 여행의 설렘을 전했던 그녀의 죽음에는 납득하기 힘든 정황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제기된 타살 의혹은 부검 결과 앞에서 힘을 잃었다. 시신에서는 외상이나 성폭행 흔적(정액 반응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약물이나 마약에 취해 환각 상태에서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혈액 분석 결과 알코올이나 마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사건 현장인 옥상은 관계자만 출입 가능한 보안 구역이었다. 옥상 문을 강제로 열면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어 있었으나, 그날 밤 경보는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2.5m 높이의 거대한 물탱크를 여자의 몸으로 기어 올라가 스스로 뛰어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고된 일이다. 발견 당시 해치가 열려 있었다는 관리인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여전히 의문을 던진다. “그녀는 왜, 그 높은 곳까지 기어올라가 스스로 ‘수중 감옥’을 선택했는가?”


마지막 4분, 엘리베이터의 기괴한 춤

사건을 전 세계적인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그녀의 실종 직전 모습이 담긴 엘리베이터 CCTV 영상이었다. 영상 속 램은 여러 층의 버튼을 마구잡이로 누른 뒤, 문이 닫히지 않자 누군가를 피하듯 구석에 몸을 잔뜩 웅크린다.

이어지는 행동은 소름 끼치도록 기이하다.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간 그녀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팔과 손을 기괴한 각도로 꺾으며 대화하는 듯한 몸짓을 반복한다. 마치 중력에 저항하거나 허공을 헤엄치는 듯한 이 기이한 몸짓은 인간의 관절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니었다.

영상의 마지막, 그녀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마자 아무도 없는데도 엘리베이터 문은 소름 끼치도록 매끄럽게 닫혔다. 마치 무언가가 그녀를 데리고 사라졌다는 듯이.

저주받은 장소, 되풀이되는 악몽

경찰은 그녀가 앓고 있던 조울증 약을 복용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인한 익사’로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대중은 이 허망한 결론을 믿지 않았다. 이 사건이 영화 <다크 워터(검은 물 밑에서)>의 내용-물탱크 시신, 변색된 수돗물-과 소름 끼치도록 일치한다는 점은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정교했다.

더욱이 세실 호텔의 어두운 역사는 심령설에 무게를 더한다. 대공황 시기 수많은 이들의 자살 명소였던 이곳은 ‘리처드 라미레즈’와 ‘잭 운터베거’ 같은 희대의 연쇄살인마들이 장기 투숙하며 살인을 저질렀던 장소다.


끊임없이 유령 목격담이 나돌던 이 저주받은 공간은 이름을 ‘스테이 온 메인’으로 바꾸며 과거를 세탁하려 했으나, 엘리사 램이 남긴 기괴한 영상과 차가운 물탱크의 기억은 여전히 도심의 전설로 남아 투숙객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