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경기 광주 우정선양 실종사건

2004년 9월19일 낮 12시40분쯤.

경기도 광주시 역동 동양마트 앞 공터에서 우정선양(6)이 자전거를 타고 혼자 놀고 있었다. 보조 바퀴가 달린 두 발 자전거에는 예쁜 노란 바구니가 달려 있었다. 당시 정선이는 맞벌이 하는 부모 대신 큰 엄마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낮에는 주로 큰 엄마가 운영하는 식당 앞 공터에서 놀았다.

그날 공터 옆에서는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술병을 따던 한 아저씨의 얼굴에 막걸리가 튀었다. 그 모습을 본 정선이는 눈물로 착각했다.

재빨리 큰 엄마 가게로 들어가서는 “어떤 아저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닦아줘야 해요”하며 휴지를 갖고 나갔다. 큰 엄마는 한창 바쁜 시간이라 정선이가 잘 놀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지난 후 정선이가 보이지 않았다. 큰 엄마는 “얘가 어디갔나”하고 주변을 찾아봤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타고 놀던 자전거까지 감쪽같이 사라졌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아이는 돌아올 줄 몰랐다. 점차 조바심이 들었던 큰 엄마는 경찰에 “아이가 없어졌다”며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정선이를 찾아 나섰다. 인근지역 수색과 목격자 탐문수사를 병행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전미찾모) 회장도 수색에 동참했다. 나 회장은 “당시 아이가 실종된 지역은 개발이 한창 진행되던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빈집이 많았는데, 경찰과 함께 일일이 수색했다”며 “이외에도 하수구, 맨홀, 인근 산악지역 등을 샅샅이 찾았다”고 말했다.

아이를 찾는 실종 전단지도 제작했다. 사진과 인적사항이 적힌 전단지를 실종 지역을 중심으로 배포했다.

이후 아이를 봤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실종 당일 오후 1시15분쯤 광주시 역동의 버스정류장에서 신원 미상의 50대 남성과 다정하게 함께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있었다.

약 7시간 후인 오후 8시15분쯤에는 그곳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의 한 음식점 앞에서 혼자 울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실종 5일째인 9월23일 오후 7시쯤에는 광주시 초월읍 늑현리 길가에서 비슷한 아이가 목격됐다.

정선이로 보이는 아이가 초라한 행색을 하고 과자 봉지를 들고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의 탐문수사를 통해 50대 남성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정선이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박아무개씨(50)다. 그는 공터 앞 슈퍼에서 매일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으로 아이와도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평소 과자를 사주는 등 호감을 샀다는 것이다.

경찰 신원조회 결과 그는 절도 등 전과 7범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씨를 소환해 유괴 혐의를 추궁했으나 그는 완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박씨를 풀어줬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당시 여러 정황을 보면 박씨가 범인으로 강하게 의심됐으나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선이의 실종은 방송 프로그램이나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여러차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2004년에는 실종 프로그램인 KBS ‘공개수사 실종’에서도 다뤘으나 유력한 제보는 없었다.

정선이 부모는 실종 당시만 해도 아이를 금방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실종이 장기화되면서 부모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 부모는 유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버지 우광현씨는 딸을 잃어버릴 당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낮에는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일했고,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우씨는 정선이가 사라진 후 낮에 하던 일을 그만뒀다. 대신 대리운전을 하면서 가는 곳마다 전단지를 돌리거나 붙이며 딸을 찾아 나섰다.

엄마 표순정씨도 아이를 봤다는 제보가 있으면 금방 달려갔다. 하지만 번번이 헛수고였다. 답답한 마음에 역술인도 찾아다니고 굿도 벌이며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실종 아동의 날’에는 행사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과 눈물도 흘렸다. 정선이와 두 살 터울인 동생 예원이가 언니를 찾을 때면 가슴이 메어진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에 따르면 부부는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그만큼 상처가 컸다는 뜻이다.

경찰은 우정선양 실종 사건을 ‘장기미제’로 분류하고 있다. 수사는 답보상태에 있다. 추가 목격자나 제보가 끊긴 상태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2016년 5월 경기 광주경찰서에서 경기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으로 넘어갔다.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겠다는 의지다. 이 사건과 관련한 제보는 전미찾모(02-963-1256)로 하면 된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아이는 유괴됐다.
우양의 실종은 ‘유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시 아이는 집 전화번호와 주소까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 보호하고 있었다면 전화번호를 물어 부모에게 연락이 왔어야 한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시내 이곳저곳을 다녔다면 사람들의 눈에 쉽게 발견됐을 것이고, 또 멀리 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전거까지 사라졌다는 것은 누군가 차량 등을 이용해 유괴했을 가능성이 높다.

2.행적이 이상하다.
우양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말이 맞다면 의문이 생긴다. 실종 초기 우양을 봤다는 목격지역은 크게 3곳이다. 역동 버스정류장(실종 당일 오후 1시15분쯤)-승용차로 20분 거리의 한 음식점 앞(오후 8시15분쯤)-초월읍 늑현리 길가(실종 5일째, 9월23일 오후 7시쯤)다.
우양이 누군가에게 유괴됐다면 이해 안 되는 상황이다. 아이를 납치하면 결박하거나 감금해서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격리하는 게 일반적인 범행 패턴이다. 그런데 우양의 경우 마치 “나 여기 있으니 찾아봐라”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다.
또 목격 당시 우양 옆에는 50대 남성이 있거나, 혼자 울고 있었고, 30대 남성이 함께 있었다. 혼자였거나 각각 다른 연령대의 남성이 옆에 있었다는 것이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동선도 의아하다. 우양이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더 많은 목격자가 나왔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내용의 제보는 없었다.
그렇다면 목격지점으로의 이동은 누군가의 자가용 차량을 이용했다고 봐야 한다. 우양이 유괴된 것이라면 십중팔구는 범인의 차량이다. 목격담이 모두 사실이라면 범인은 왜 이런 행동 패턴을 보인 것일까.

3.범행 목적 ‘돈’은 아니다.
범인이 금품을 노린 것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부모에게 연락을 했어야 한다. 아이의 안전을 담보로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는 시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양 실종 이후 부모에게는 금품을 요구하는 등의 협박 전화는 없었다. 우양 부모의 경제사정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금품을 노린 유괴 가능성은 낮다.자신의 호적에 올려 키우려고 할 수도 있고,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장기 적출 등의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소아기호증을 가진 성범죄자 등이 성추행 등의 목적으로 유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