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제주지검장’ 길거리 음란행위 사건
2014년 8월12일 오후 11시58분쯤, 112에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한 여고생(18)이 “어떤 아저씨가 바지 지퍼를 열고 성기를 꺼내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주 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소속 김 아무개 경위 등 2명이 순찰차를 타고 출동했고, 13일 0시8분쯤 분식점 앞에 도착했다.
이때 분식점 앞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성이 순찰차가 다가가자 자리를 뜨면서 빠르게 옆 골목길로 10여m 이동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 현장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A양에게 음란 행위를 한 사람이 맞는지 순찰차에 갇힌 남성의 얼굴에 랜턴을 비춰 확인을 시켰고, “초록색 티와 흰색 바지, 머리가 벗겨진 점 등을 보니 비슷한 것 같다”는 대답을 듣고 그를 연행했다.
신고자인 A양은 제주시 중앙로(옛주소 제주시 이도2동) 인근 분식점 앞을 지나다 한 남성이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신고했던 것이다.
경찰은 이 남성을 0시55분쯤 오라지구대로 연행했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동생 명의 진술을 해 ‘지문 불일치’로 새벽 3시20분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는 15㎝ 크기의 베이비 로션이 나왔다.
오전 10시6분쯤부터 1시간 가까이 피의자 심문실에서 조사를 벌였으나 그는 계속 혐의를 부인했다.
“산책을 하다가 오르막길이라 힘들고 땀이 나서 문제의 식당 앞 테이블에 앉았으며 다른 남성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며 자신은 누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까지도 이 남성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오전 11시30분쯤 이 남성을 일단 풀어줬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과정에서 이 남성의 신분이 드러나게 된다. 14일 오후 5시쯤 남성의 운전기사가 제주 동부서를 찾아와 ‘김수창 명의’의 진술서를 수사 서류에 첨부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기사가 경찰에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모욕적인 말을 했다.

경찰은 운전기사를 모욕죄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그리고 운전기사의 태도가 강압적인 것에 의문을 품고 포털사이트에서 ‘김수창’을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제주도 검사들을 지휘하는 제주지검장(검사장) 김수창(52, 사법연수원 19기)으로 나왔다. 경찰은 그제서야 음란행위 의혹을 받는 남성이 제주지검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민번호 조회를 통해서도 재차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고, 검찰은 발칵 뒤집혔다. 대검찰청은 감찰본부장을 제주에 급파해 상황파악을 지시했다. 이 사건은 금세 전국 이슈로 떠오르며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가뜩이나 수사권 조정 등 검찰과 경찰의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 터져 나와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 수사를 맡겼다.
8월17일 김 지검장은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서울고검 기자실을 갑자기 찾아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산책을 하던 중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며 “당시 자신과 옷차림이 비슷한 남성이 있었는데 자신으로 오인한 것”이라며 경찰에서 했던 주장을 되풀이했다. 경찰에 체포될 당시 신원을 속인 것은 검경 갈등상황에서 검사장이라는 신분이 약점이 되고 검찰 조직에 누가 될까봐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조직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지검장은 하루 뒤인 18일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6일 만인 20일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사표를 수리하고 면직처분했다.
이 덕분에 김 지검장은 검찰 내부 징계만큼은 피하게 됐다. 또 연금, 변호사 개업 등에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청와대도 눈감아준 것이다.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그의 거짓이 속속 드러났다.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에 김 지검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인 중앙로 일대 CCTV를 모두 확보해 분석했고, 한 남성이 음란 행위를 하는 장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2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김 지검장이 “이도동 도로변 등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가 인정 된다”고 결론 내렸다.
다음은 경찰이 밝힌 사건 당시 김수창 제주지검장의 동선이다.
김 지검장은 지난 12일 오후 6시쯤 업무를 마치고 운전기사와 함께 제주지검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500m 떨어진 관사로 돌아왔다.
그는 오후 7시40분 쯤 관사를 나와 북쪽으로 약 3㎞ 떨어진 음식점으로 40∼50분 정도 걸어서 이동해 저녁식사를 했다. 오후 8시50분 쯤 음식값을 내고 나온 김 지검장의 행적은 1시간가량 묘연해진다.
김 지검장은 오후 10시쯤 홀연 사건 현장인 제주시 중앙로(옛 제주시 이도2동) 모 음식점 길 건너편 남쪽으로 약 100여m 떨어진 모 여자고등학교 인근 건물에 설치된 CCTV에 등장한다.
초록색 상의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김 전 지검장은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간 뒤 다시 계단을 타고 내려와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어 1∼2분 뒤 맞은편 오토바이 가게 옆을 뛰어가 한라산 방향으로 70여m 떨어진 상가 1층 실내 CCTV에도 오후 10시10분쯤 김 지검나장이 온다.
10시11분쯤 그는 1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 2명이 건물에 들어오고 나서 바로 뒤따라 들어선다. 영상에는 여성들이 복도 끝 화장실에 들어가려다가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자 김 지검장은 이들을 스쳐 지나서 반대편 다른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간다.
그는 건물 밖으로 나온 뒤 4초 동안 여성들이 있는 건물 안쪽을 뒤돌아 봤다. 다시 1시간여 김 지검장의 행적이 묘연해지지만 문제는 이다음부터다. 김 지검장은 오후 11시32분쯤 최초 목격된 음식점 맞은편 건물의 CCTV에 신체 주요 부위를 드러낸 채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찍혔다.
그는 20분간 7차선 대도로변을 무단횡단하며 음식점 앞에서 2차례, 맞은편 건물에서 3차례 등 2곳에서 모두 5차례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나온다. 여자고등학교와 상가 인근에서 승용차와 버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도 개의치 않고 대도로변을 향해 또는 도로를 등지고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학교와 병원, 학원, 음식점 등이 들어서 있는 대도로변이어서 그런지 혼자서 또는 무리를 지어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이 과정을 집에 돌아가던 여고생 A(18)양이 우연히 목격하게 됐고 오후 11시58분쯤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경찰은 이런 근거를 토대로 김 지검장을 ‘공연음란죄’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의 발표가 있고 나서 약 4시간 후 김 지검장은 변호인이 대신 연 기자회견에서 “경찰 수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법절차도 성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또 “충격과 크나큰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사죄하고 정신문제도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11월25일 검찰은 “김수창 전 지검장은 범행 당시 오랫동안 성장 과정에서 억압된 분노감으로 비정상적인 본능적 충동이 폭발해 이성적 판단이 제대로 작동 못해 욕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된 정신 병리현상인 ‘성선호성 장애’ 상태였다”고 밝히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수창 제주지검장은 누구
1962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제19기로 수료한 후 1993년 창원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검찰 조직에 몸 담았다.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대구지검 포항지청장, 부산지검 차장검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대구고검 차장검사를 거쳐, 2013년 12월 제주지검장에 임명됐다.
인천지검 2차장 검사로 재직했던 2010녀에는 당시 유명 댄스그룹 ‘2NE1’의 멤버인 가수 박봄이 국내 반입이 금지된 마약류 암페타민 80여 정을 밀수하려던 사건을 직접 지휘했다.
김 지검장은 박씨 사건에 대해 법률에도 없는 입건유예 처분을 내려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2012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있을 때는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비리 사건’의 특임 검사를 맡았다. 당시 김 부장검사를 구속기소하고 징역 12년 6월을 구형했다.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을 떠난 후 2015년 9월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 등록하고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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