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탈옥

한국의 마지막 미성년자 사형집행 ‘배진순 김철우’ 사건


1990년 6월12일 오후 4시40분쯤, 서울 강동구 둔촌동 강아무개씨(여‧41) 집에 10대 강도 4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강씨의 한 살 짜리 아들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인다”고 위협해 1천500만원을 빼앗았다. 그리고 신고를 못하게 하겠다며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강씨의 딸(21)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이들은 1989년 6월부터 1990년 9월까지 1년3개월간 10차례에 걸쳐 범행을 이어갔다.

부녀자 등 여성 5명을 성폭행하고, 모두 3천여 만원의 금품을 강탈했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에는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기도하거나 정신이상이 된 경우도 있었다. 강도 행각을 통해 빼앗은 돈은 유흥비로 흥청망청 날려버렸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배진순·김철우·박영환·김권석을 특수강도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피의자들은 모두 만 18~19세의 소년범이었다. 당시에는 소년범 기준이 만 20세 미만이었으나, 2005년에 형법을 개정해 만 19세 미만으로 하양 조정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가정 파괴범을 엄벌에 처해달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1심에서는 배진순‧김철우‧김권석에게 사형을, 박영환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김권석을 감형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나머지는 원심을 인용했다. 이들은 형량이 무겁다며 상고했으나 1991년 8월28일 대법원은 2심을 인용해 배진순‧김철우 사형, 김권석‧박영환은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중에서 김철우는 살인 전과가 있었으나. 배진순의 경우는 강도 전과 2회에 불과한데도 이례적으로 사형이 확정됐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배씨는 가정집에 침입해 가족들을 흉기로 위협해 결박한 후 부녀자를 강간하는데 앞장섰다. 배씨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부녀자와 어린 딸을 강간했고, 이런 사실을 주변에 자랑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우리 사회의 법질서와 윤리체계를 송두리째 파괴했다는 점에서 피해자뿐 아니라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으며 짐승과 같은 집단적, 계획적 범행수법으로 볼 때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한 살짜리 아들 목에 칼을 들이대는 등의 방법으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 5명을 성폭행한 범행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사법부는 이들 10대 흉악범들에게 이례적으로 극형을 선고했다. 이것은 잔인한 범죄와 가정파괴범에 대해서는 미성년자라고 해도 엄단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1995년 11월2일 한국의 마지막 소년범 사형수였던 배진순과 김철우는 지존파 등 사형수 19명과 함께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날 사형집행은 교수형으로 치러졌으며 오전 8시부터 서울구치소에서 15명, 오전 10시부터 부산구치소에서 1명, 대구교도소에서 2명, 광주교도소에서 1명이 각각 집행됐다.

한국 범죄사에서 ‘배진순‧김철우’는 몇 가지 기록을 남겼다. 10대가 사형이 확정된 것은 1985년 김아무개에 이어 두 번째이며,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 사형이 확정돼 집행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