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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 빙의된 수녀의 괴이한 편지


1676년 8월 11일 새벽, 시칠리아 팔마 디 몬테키아로 수녀원은 비명과 공포에 휩싸였다. 평소 독실하기로 유명했던 마리아 크로시피사(본명 이사벨라 토마시) 수녀가 온몸이 검은 잉크로 범벅이 된 채 발견된 것이다.

그녀의 손에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기괴한 암호로 가득 찬 14줄의 편지가 들려 있었다. 마리아 수녀는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동료 수녀들에게 속삭였다.

“사탄이 내 몸을 빌려 이 글을 쓰게 했다. 그는 나를 강제로 신으로부터 돌려세우려 한다.”

그녀의 고백은 단순한 헛소리가 아니었다. 편지가 완성된 후, 그녀를 괴롭히던 극심한 두통과 발작은 씻은 듯이 사라졌고,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성자(Santo)!”라는 의문의 외침을 남긴 채 숨을 거두었다. 이 편지는 곧 수녀원 깊숙한 금기의 구역에 봉인되었다.

이것이 300년 넘게 인류를 괴롭힌 ‘악마의 편지(Lettera del Diavolo)’의 시작이었다.


천재 수녀의 가문과 숨겨진 광기

마리아 수녀의 정체는 사실 당대 최고의 명문가인 람페두사 가문의 영애였다. 이 가문은 후대에 이탈리아 근대 문학의 거장 주세페 토마시를 배출할 만큼 지적 능력이 뛰어났지만, 동시에 극단적인 종교적 강박과 신경질환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회의론자들은 그녀의 비범한 배경에 주목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에티오피아어 등 수많은 고대 언어를 독학한 언어의 천재였다.

따라서 이 편지는 악마의 소행이 아니라, 극도의 고립과 종교적 압박 속에 분열된 그녀의 ‘제2의 자아’가 자신이 습득한 다국어를 조합해 만든 고도의 개인 암호 체계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언어학자나 암호 해독가도 이 14줄의 문장을 풀어내지 못하면서, 편지는 영원히 미궁 속에 빠지는 듯했다.

341년 만에 입을 연 알고리즘

영원히 침묵할 것 같았던 편지는 사건 발생 341년 만인 2017년, 현대 과학의 힘으로 그 베일이 벗겨졌다.

이탈리아 라둠(Ludum) 과학센터 연구진은 정보기관에서 사용하는 고성능 암호 해독 알고리즘에 고대 게르만어, 그리스어, 아랍어 등 수백 가지 언어를 입력해 분석을 시도했다. 다크웹에서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개발된 알고리즘이었다.


알고리즘은 마리아 수녀가 알고 있던 고대 언어들의 알파벳과 문법 구조를 대조했고, 마침내 70%의 내용을 복원해 냈다. 그 내용은 가히 파멸적이었다.

“성삼위일체(성부, 성자, 성령)는 인간에게 지워진 죽은 무게(Dead weights)일 뿐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유롭다 믿지만, 사실 누구도 구원받지 못하는 노예일 뿐이다.”

“이제 저승과 이승을 잇는 스틱스(Styx) 강은 확실해졌다.”

“신은 인간이 만든 환상이며, 이 체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당시 가톨릭의 심장부인 이탈리아에서 수녀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은 목숨을 건 행위였다. 만약 이것이 조작이었다면 그녀는 파문을 당하거나 마녀로 몰렸겠지만, 수녀원 측은 그녀의 평소 성품이 너무나 고결했기에 ‘악마에게 고통받는 피해자’로 결론짓고 그녀를 끝까지 보호했다.

과연 이 글은 마리아 수녀의 잠재의식이 쏟아낸 신성모독의 파편일까, 아니면 정말로 시공간을 넘어온 악마의 속삭임일까?

악마의 편지 원본을 보관 중인 팔마디몬테키아로 수녀원.

하지만 여전히 30%의 내용은 현대 과학으로도 풀리지 않는 암흑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부분은 문법이 완전히 붕괴되어 있거나, 마치 누군가 강제로 펜을 가로채 휘두른 듯한 불규칙한 기호들로 가득하다. 일부 학자들은 이 해독되지 않은 구간에 ‘인류의 종말’이나 ‘교회의 몰락’에 대한 더 구체적인 예언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마리아 수녀가 죽기 직전 부르짖은 “성자!”는 악마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구해달라는 간절한 기도였을까, 아니면 자신이 써 내려간 지옥의 진실을 목격한 후의 절규였을까?


현재 이 편지의 원본은 수녀원에, 사본은 대성당에 보관되어 전 세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정교한 환각인지, 아니면 정말로 시공간을 넘어온 악령의 속삭임인지, 그 완벽한 진실은 아직 해석되지 않은 채 남겨진 마지막 30% 속에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