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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아라뱃길 여성 토막 살인사건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를 잇는 경인 아라뱃길은 수심 6.3m, 폭 80m, 길이 18km의 국내 최초 내륙 운하다. 선박 여객과 화물 수송 기능을 목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5월25일 개통했다.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며 운하를 가로지르는 아라뱃길은 자전거길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는 등 섬뜩하고 엽기적인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아라뱃길에서 발견된 시신은 15구였고, 2024년에만 10구가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라뱃길과 관련한 온갖 괴담이 끊이지 않고 있고, 심지어 방송 프로그램에까지 소개됐을 정도다.

지금까지 아라뱃길에서 발견된 시신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극단선택 등 범죄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은 미해결 사건이 하나 있는데, 신원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2020년 5월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3시24분쯤 인천 계양구 아라뱃길 목상교 인근에서 신원미상의 시신 한쪽 다리가 떠오른다. 자전거 도로에서 운동하던 시민이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다. 훼손된 시신은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으나 뼈에 인위적으로 절단된 흔적이 있었다.

피해자의 시신 한쪽 다리가 발견된 아라뱃길 목상교.

경찰은 강력사건으로 보고 나머지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에 나섰고, 9일째인 6월7일 오후 아라뱃길 김포방향 강둑에서 체취견에 의해 나머지 한쪽 다리를 추가로 찾아냈다. 최초 시신 발견지점에서 서해쪽으로 약 5.2km 떨어진 지점이었다.


경찰은 시신 유기지점을 특정하려고 여러차례 실험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일반 하천은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지만 인공하천인 아라뱃길은 평소 수질관리를 위해 서해 쪽과 한강 쪽에서 하루에 두 번 번갈아 가며 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물의 흐름도 일정하지 않고 수로 위치나 바람으로 인해 방향이 달라져 결국 시신 유기지점을 특정하지 못했다.

경찰은 나머지 시신을 찾는데 집중한다. 만약 범인이 시신을 훼손해 한꺼번에 아라뱃길에 유기했다면 다른 부위도 물위에 떠올라야 했지만 더 이상의 시신이 나오지 않으면서 의문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사이 국과수에서 다리 부위에 대한 DNA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시신의 성별은 여성으로 혈액형은 B형이었다. 연령은 30~40대, 키는 160cm에서 167cm로 추정됐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지 한 달 후인 7월9일 오후 계양구 방축동 계양산 중턱에서 약초를 캐던 노인이 백골화가 진행 중인 여성의 머리와 몸통 뼈를 발견한다. 머리는 두개골만 남은 상태여서 얼굴의 형체로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DNA 검사결과 아라뱃길 시신과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범인이 시신을 아라뱃길과 계양산에 따로 유기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피해자의 두개골이 발견된 계양산.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실종자, 미귀가자 등 생존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을 따로 분류해 가족의 DNA와 비교했으나 일치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급기야 피해자의 얼굴을 복원해 공개하고, 미제사건수사팀을 투입했지만 유의미한 제보나 뚜렷한 단서가 없어 수사는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시신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지문과 DNA 대조외에 치과 치료기록 확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이 여성의 경우에는 신원확인이 가능한 신체 부위인 손이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이 시신을 훼손한 후 아라뱃길과 계양산에 유기했지만 손이 있는 팔 부분은 어디에도 없었다. 범인이 이 부위만 제3의 장소에 따로 유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의 훼손된 치아.

특히 이상한 것은 치아 훼손이다. 발견 당시 두개골에 남아 있던 치아는 위아래 어금니 3개 뿐이었다. 위턱(상악) 왼쪽 치아에는 금 인레이, 아래턱(하악) 왼쪽과 오른쪽 치아에는 레진 치료를 한 흔적이 있었다. 아랫니 양쪽 작은 어금니, 위쪽 송곳니 등은 뿌리째 뽑혀 있었다. 피해자가 사망한 후 누군가 강제로 뽑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남아 있는 어금니도 예리한 도구를 이용해 절단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피해자는 사망 전 주기적으로 치과 치료를 받았고, 교정장치나 교정치료를 받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범인은 치과 치료를 통해 신원확인이 가능하다는 사전 지식을 갖고 고의로 피해자의 치아를 뽑고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막살인의 경우 범인이 면식범일 확률이 높다. 특히 신원확인이 가능한 얼굴이나 양손을 훼손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면 가장 먼저 자신이 용의선상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정황상 이 사건의 범인 또한 피해자와 잘 알고 있는 면식범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국과수가 복원한 피해자의 얼굴.

아라뱃길에서는 왜 강력사건이나 자살사건 등이 잇따르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범죄 전문가들은 아라뱃길의 지리적 특성과 인적이 드물고, CCTV도 많지 않은 것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지만 범죄 사각지대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안전관리 부족으로 언제든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CCTV 확충, 안전시설 확보 등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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