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발냄새’ 맡고 싶어 구두 20켤레 훔친 남성
퇴근길, 신발장에 놓인 구두가 갑자기 새것으로 변해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동화 속 요정의 선물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 기묘한 친절의 뒤편에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반전이 숨어 있었다. 일본의 한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이른바 ‘새 구두 바꿔치기’ 사건의 전말이다.
2021년 1월30일 오후, 일본 아이치현 나가쿠테시에 있는 한 교육 시설. 음악을 가르치는 20대 여성 강사 A씨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신발장 앞으로 향했다. 출근할 때 신었던 슬리퍼를 벗고 자신의 구두에 발을 밀어 넣은 순간, 이상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녀가 신던 구두는 오래되어 낡을 대로 낡은 상태였다. 값어치로 따지면 5000엔(한화 약 5만 원) 정도에 불과했고, 굽이 많이 닳아 걸을 때마다 몸이 위태롭게 흔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발을 감싸는 느낌은 너무나 빳빳했고, 가죽에서는 반짝반짝 윤이 났다. 낡은 구두가 완전히 새로운 구두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상표와 색상, 심지어 치수까지 원래 신던 것과 똑같았지만 엄연히 다른 새 제품이었다. 누군가 몰래 구두를 바꾸어 놓았음을 직감한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제 구두는 너무 낡아서 걸을 때마다 흔들렸는데, 퇴근하려고 보니 새 구두가 되어 있습니다. 너무 이상합니다.” 범죄 소설에나 나올 법한 기괴한 신고 전화였다.
신발장 속에 숨겨진 20개의 비밀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피해자의 주변을 맴돌았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주변 탐문에 들어갔다. 그리고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인 4월6일 용의자의 신원이 드러났다. 그는 카츠 히로아키(33)라는 남성이었다. 경찰은 그를 주거지에서 체포하고, 경찰서로 연행했다.

히로아키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털어놓았다. 범행 과정은 생각보다 치밀했다. 사건 당일 오전 10시30분쯤, 히로아키는 A씨가 실내화로 갈아 신고 한창 일에 집중하는 틈을 노렸다. 신발장에 접근한 그는 A씨의 낡은 구두를 조심스럽게 꺼낸 뒤, 미리 준비해 온 새 구두를 그 자리에 대신 넣어두고 사라졌다. 피해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같은 상표의 동일한 모델을 수소문해 구매하는 정성까지 들였다.
A씨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던 그에게 왜 이런 짓을 벌였냐고 묻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히로아키는 “여성이 신던 구두의 냄새를 맡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새 신발을 미끼로 던져 피해자의 의심을 피하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체취가 남은 낡은 신발’을 손에 넣으려는 계산이었다.
경찰은 범행의 치밀함과 독특한 동기로 보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히로아키의 집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집 안에는 각기 다른 여성들의 것으로 보이는 낡은 구두 20켤레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끈이 없는 단화부터 굽이 낮은 신발, 정장용 구두까지 종류도 무척 다양했다. 모두 누군가의 발때가 묻고 낡은 신발들이었다. 그는 다른 장소에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여성들의 신발을 새것으로 바꿔치기하며 자신만의 수집품을 늘려왔던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 사건을 두고 여태껏 보지 못한 기이한 절도 행각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경찰은 히로아키를 남의 물건을 훔친 혐의(절도)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그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형법 체계와 유사한 판례로 보면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스토킹의 다른 얼굴
이 사건은 단순히 ‘이상한 취향을 가진 도둑의 해프닝’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시사점을 남긴다. 겉보기에는 피해자에게 경제적 이득(새 구두)을 준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타인의 사생활과 신체 영역을 심각하게 침해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범인이 피해자의 동선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피해자가 신는 신발의 상세한 정보까지 미리 수집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전형적인 스토킹 행위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누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일상을 관찰하고, 내가 몸에 지니는 물건을 제멋대로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은 피해자에게 엄청난 정신적 공포를 안겨준다.
친절한 호의의 가면을 쓰고 다가오는 범죄는 피해자가 위험을 바로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교묘하다. 이번 사건은 일상적인 공간조차 누군가의 일방적인 집착 앞에서는 안전지대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며, 주변을 향한 경계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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