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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선원 16명 몰살한 북한 어선 선상 살인사건


2019년 8월15일 함경북도 김책시의 동쪽 김책만에 있는 김책항에서 17t(길이 15m) 규모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출항한다. 여기에는 선장을 포함한 선원 19명이 타고 있었다. 어선은 러시아 해역 등을 다니며 오징어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선장과 일부 선원들의 가혹행위가 있었고, 20대 선원 3명인 A씨(22)와 B씨(23)는 선장을 죽이기로 계획하고, 여기에 또래인 C씨를 끌어들인다. 이들은 범행을 위해 도끼와 망치 등을 준비하고 선원들이 깊이 잠든 새벽시간을 범행시간으로 잡았다.

10월29일 새벽 일당은 먼저 배의 앞부분인 선수(船首)에 있는 선원 한 명을 망치로 살해한 후 바다에 유기하고, 이어 선미(船尾)에서 또 한 명의 선원을 같은 방식으로 살해해 바다에 빠트렸다. 취침 중인 선장도 아무런 저항없이 살해했다.

순식간에 선장과 선원 3명을 죽인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이 탄로날 것을 우려해 나머지 13명 모두를 죽이기로 모의한다. 방법은 C씨가 근무교대를 핑계로 40분에 2명씩 밖으로 불러내고, 선수와 선미에 숨어 있던 A씨와 B씨가 차례로 살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들은 계획대로 살인극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잠이 덜깬 선원들은 밖으로 나왔다가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일당은 선원들의 시신을 바다에 유기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들이 탄 어선은 아래쪽의 휴식공간과 윗쪽의 조업공간인 갑판이 분리돼 있는 구조였다. 이때문에 깊이 잠들어 있던 선원들은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A씨 일당의 살인극은 해뜨기 전에 모두 끝이 났다. 이어 범행도구를 포함한 증거물을 바다에 던지고, 배에 있는 핏자국 등 살인의 흔적도 깨끗이 닦아냈다.

살인에 가담한 3명은 기관장이나 갑판장 등으로 오랜기간 선원생활을 했으나, 살해된 선원들은 대부분 정식 선원이 아닌 선상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이후 일당은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잡은 오징어를 팔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출항했던 김책항으로 재입항한다. 당초 계획은 돈을 마련해 자강도로 도주하려고 했으나 김책항 인근에서 C씨가 북한 당국에 체포되면서 계획이 무산된다.


10월30일 A씨와 B씨는 다시 어선을 타고 해상으로 남하하면서 북한 경비정의 추격을 받는다. 다음날인 31일에는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우리 해군 P-3 대잠초계기가 이북으로 퇴거시켰다.

11월1일 새벽 어민들의 선박은 NLL을 재차 넘어온다. 이들은 우리 해군의 통제에 불응하고 귀순의사도 표시하지 않은 채 북쪽과 남서쪽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도주를 시도했다.

11월2일 오전 이 선박이 또다시 NLL을 넘자 해군은 도주하는 어선에 경고사격을 하면서 특전요원을 투입시켜 제압해 생포하고 어선은 나포했다. 두 사람은 동해 군항으로 압송된 후 서울 중앙합동조사팀(국정원 중심으로 군, 경찰 등 참여) 건물로 이송돼 정식 조사에 앞서 귀순 의사부터 물었다.

두 사람은 ‘귀순’이란 단어의 정확한 뜻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기(남한)에 있겠다”며 귀순 의향서에 자필 서명한다. 어민들은 또 합조팀의 조사에 들어가기 전 범죄사실을 자백했다.

정부는 사전 첩보를 통해 이들의 범죄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정부는 귀순 동기, 도피 행적,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들의 귀순 의사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귀순을 받아들이지 않고 북송을 결정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도주를 계속해 귀순의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고, 조사에서 범죄를 파악해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법은 테러 등 국제형사범죄, 살인 등 중범죄자나 위장탈북자 등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


11월5일 통일부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어민들의 추방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고, 북측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후인 11월7일 오후 정부는 판문점을 통해 두 사람의 신병을 북한당국에 인계했다.

군 차원에서 민간인 송환은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라 호송은 사복차림의 경찰청 경비국 대테러과 소속 특공대원 8명이 맡았다. 어민들은 판문점까지 포승줄에 묶인 채 안대를 차고 있었다.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서 포승줄을 풀고 안대를 벗기자 그제야 자신들이 북송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민 중 한 명은 북한군이 보이자 고성을 지르고 몸부림치며 거세게 저항했다. 결국 특공대원들이 양팔을 붙들고 군사분계선으로 끌고가 북한 측에 넘기면서 송환은 일단락 됐다.

통상 판문점을 통한 민간인 송환에는 대한적십자사 관계자가 동행하지만 이례적으로 경찰 특공대원이 투입됐다. 송환과정에서 자해 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남측으로 온 북한 주민을 추방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동해 모처에서 보관하던 선박도 다음날 북측에 인계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어민 2명은 북송된 후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는 국가보위성 산하 구류장에 수감돼 조사를 받다가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송된 후 약 50일간 고문받다가 실내에서 참수형으로 처형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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