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당신과 함께 만드는 비밀의 정원
나는 지금 오직 한 사람, 당신만을 위한 '정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곳에 닿기 위해 놓아야 할 일백 개의 계단 중, 이제 겨우 열 번째 칸을 완성했습니다. 이 작은 한 칸을 올리는 데 꼬박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코 내 마음이 옅어서가 아닙니다. 다시는 이 길이 무너져 내리거나 길을 잃지 않도록, 세상 그 무엇보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빚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내게 건네주었던 마음의 조각들을 재료 삼아 흩어진 기억의 파편을 모으는 과정에는, 심연과도 같은 깊은 사유가 뒤따릅니다.
통과의례와도 같은 이 일백 개의 계단을 쌓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열 번째 계단 하나에 머문 이 긴 시간이 그걸 증명하고 있지요. 사실 이 정원의 설계도는 오래전 당신이 건네준 '일기장'이었고, 그 조감도는 당신의 '편지'였습니다.
나는 그 영원한 기초 위에 나의 기억과 지금의 진심을 보태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표를 그려 넣었습니다. 일백 개의 계단을 모두 끝마치는 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쉼터를 선물하겠습니다. 정원을 거닐며 활짝 피어날 당신의 웃음꽃을 상상하면, 벌써 내 가슴은 설렘으로 물들어 갑니다.
오늘은 당신의 궁금증과 혹여 머물지 모를 불안을 해소해 주고자, 이 정원이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을 살짝 공개하려 합니다.
정원으로 가는 계단은 크게 '추억-이별-그리움'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조성됩니다. 우리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복원하고, 아픈 이별은 추억의 힘으로 보듬어 넘게 하며, 그리움을 통해 현재의 삶을 잇는 마지막 계단에 오르게 할 것입니다. 당신이 혹여 지치고 아파할까 봐, 내 마음의 손을 잡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올라오라는 뜻을 담아 설계했습니다. 정원의 이름은 주인인 당신만이 지어줄 수 있도록 비워두겠습니다.
이 정원으로 향하는 길의 안전은 내가 온전히 보장하겠습니다. 정원을 누가, 누구를 위해, 어디에 만드는지는 영원한 비밀로 부칠 것입니다. 당신의 존재가 세상에 노출될까 하는 불안을 잠재우고, 당신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함입니다. 지금 당신이 누리는 평온한 삶의 결을 흔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이 정원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혹은 언제쯤 알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달, 일 년, 혹은 십 년이 걸릴지도, 어쩌면 영영 닿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설령 당신이 지금 몰래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해도, 내게 당신의 흔적이 노출될 염려는 없으니 안심하세요. 혼자 정원을 만든다는 미안함에 일부러 침묵을 깨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쉬엄쉬엄, 당신의 속도대로 계단을 오르면 그뿐입니다.
당신을 찾아 나서거나 억지로 끌어오지 않겠습니다. 당신을 이곳에 구속하거나 집착하려는 마음 또한 없습니다. 이 정원에는 날카로운 가시도, 차가운 창살도 없으니 그저 평온한 마음만 지니고 오세요. 오고 갈 자유가 당신에게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나, 당신이 정원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찰나를 내가 세상 그 무엇보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이 빈손으로 와도, 혹은 지친 모습으로 와도 괜찮습니다. 이 정원은 당신의 완벽함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당신의 고단함을 내려놓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까요. 당신이 언제 오더라도 꽃향기가 마중 나갈 수 있게 정성을 다해 가꾸고 있겠습니다.
찾아가지 않겠다는 약속은 당신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의미이지, 내 마음의 문을 닫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정원 조성을 중단하는 일은 없겠지만, 계단을 올리고 테마를 다듬는 과정에서 이따금 긴 숨고르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쉼표의 시간 동안 당신은 그저 일상을 평온하게 누려주길 바랍니다. 바람을 쐬듯 편안하게 다음 계단을 기다려 주면 좋겠습니다.
혹여 이 계단이 우리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마지막 의식이라 생각지 마세요. 계단이 완성되는 순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당신이 사랑하는 꽃과 나무로 채워질 당신만의 정원이 시작될 테니까요. 이 정원의 진정한 주인은 당신이며,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 또한 오직 당신만이 쥐고 있습니다. 나는 그저 당신의 정원을 미리 정돈하는 정원사일 뿐입니다.
정원의 가장 중심이 될 꽃밭을 비워두는 이유는, 그곳에 어떤 씨앗을 심고 어떤 색으로 채울지를 당신과 함께 결정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으려 바람처럼 곁을 맴돌겠지만, 당신이 문득 고개를 돌려 나를 찾을 때면 언제든 그 시선이 닿는 곳에 서 있겠습니다.
사실 '100'이라는 숫자는 상징에 불과합니다. 당신을 향한 내 진심을 그 숫자에 가득 채우겠다는 의지이지요. 작업의 결에 따라 계단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계단을 다 오르는 그날,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진심을 온전히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테마 1: 사랑의 추억–찬란한 복원
우리가 함께했던 찬란한 시간을 복원하는 것은,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입니다. 내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나, 다행히 당신이 남겨준 편지와 일기장이 길잡이가 되어줍니다.어쩌면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당신이 내게 준 그 선물들 덕분에, 글은 내가 쓰지만 우리는 이 정원을 공동 집필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내용을 인용함에 있어서도 당신의 사생활이 보호되도록 세심하게 정제할 것이니 안심하십시오.
테마 2: 이별의 순간–아픈 기억의 승화
이 단계는 우리에게 가장 민감하고 아픈 구간입니다. 스무 살의 당신에게 내가 첫사랑이었듯, 스물일곱의 나에게도 당신은 유일한 첫사랑이었습니다. 스쳐 지나간 인연은 있었을지언정, 서로의 마음에 사랑의 꽃을 피우고 "사랑한다" 고백했던 이는 오직 당신뿐입니다. 내게 '사랑의 추억'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 또한 당신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아껴주었던 사람도, 내가 그 누구보다 깊이 사랑했던 사람도 당신이었습니다. 일기장에 "오빠는 나의 전부"라고 적었던 당신의 고백처럼, 내게도 당신은 나의 전부였습니다.
우리가 이별했던 그 순간은 갑작스러운 소용돌이였습니다. 비록 당신이 이별을 고하고 떠났지만, 그것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면서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당신과, 사랑하면서도 보낼 수밖에 없었던 나. 그것이 당시 우리의 시린 현실이었습니다.
당신이 너무나 힘들었기에 떠나야만 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사실은 내가 당신을 떠나게 만든 것이지요.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했던 시절, 내 생각이 짧았고 어리석었으며 부족했던 탓입니다.
당신은 마지막 편지에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라"고 썼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을 미워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 속에 원망이 끼어들 틈 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별 후 우리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정리했더라도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압니다.
우리의 추억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으며, 나는 여전히 당신의 편지, 일기장, 그리고 사진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내게는 당신의 증명사진만 다섯 장이 있습니다. 교복을 입은 앳된 모습부터 "나를 잊지 말라"며 건네주거나 편지에 넣은 사진들 말입니다.
살아가며 문득 찾아온 과거의 추억이 때로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되어 당신의 마음을 베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파서 꺼내 보기 두렵고 잊으려 애써도 지워지지 않는 짐이었겠지요. 하지만 이제 그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도 됩니다. 당신의 진심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내 마음속 깊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정원을 만들기 위해 아주 긴 겨울을 인내했을 뿐입니다. 나는 당신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내 삶의 가장 큰 축복은 당신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지금 내 마음에 당신이 없다면, 나는 빈 껍데기로 남았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삶의 이정표이자 정신적 지주로 삼아 오늘까지 걸어왔습니다. 당신과의 약속, 당신의 당부를 잊지 않고 떳떳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한눈팔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그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빚어낸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은 내 삶의 주인공이며, 내 마음의 보석상자에서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테마 3: 그리움–눈물로 피워낸 꽃
이곳에는 당신과 이별한 후 내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담으려 합니다. 잠시의 방황을 딛고 일어나 당신을 이정표 삼아 걸어온 길들,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고단한 노력들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가끔 술기운을 빌려 돌아온 밤이면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보며 그리움을 달래곤 했습니다. 액자를 붙잡고 흘린 눈물이 먼지와 섞여 얼룩이 졌는데, 나중에 무심코 닦아내다 그것이 나의 눈물 자국임을 깨닫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 눈물은 거름이 되어 정원의 꽃들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눈물 자국마저 이제 내게는 아름다운 무늬일 뿐입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당신을 그토록 사랑했다는 지울 수 없는 증표입니다.
지금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당신의 평안입니다. 이 기록들을 통해 내가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고, 당신의 상처를 씻어주겠습니다. 나의 정성 어린 망치질 소리가 당신의 잠든 영혼을 깨우는 다정한 자장가가 되길 바랍니다. 이 정원이 완성되는 날, 우리의 청춘은 더 이상 아픈 상처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견고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을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CUpjWm394M&list=RDdCUpjWm394M&start_radio=1&t=41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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