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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명 다이빙 명소 ‘뱀 동굴’의 숨은 정체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무라에 자리한 만자 해변은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휴양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코끼리 코 모양을 한 만자모(萬座毛)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햇살을 받아 맑게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평화롭기만 하다. 그러나 그 눈부신 물결 아래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어두운 함정이 숨어 있다.

이곳 해변에서 북쪽으로 800m 떨어진 바다 밑에는 스쿠버 다이버들 사이에서 유명한 해저 동굴이 있다. 이름은 ‘스네이크 홀’이다. 실제 뱀이 살아서 붙은 이름이 아니다. 뱀처럼 좁고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동굴 지형 때문에 얻은 별칭이다.

좁은 입구와 모래 먼지, 시야가 사라지는 순간

스네이크 홀은 겉보기와 달리 매우 위험한 지형을 갖고 있다. 동굴 입구는 수심 약 10m 안팎에서 시작해 내부로 들어갈수록 점점 깊어져 수심 30m 이상까지 내려간다. 동굴 내부 통로는 성인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로 좁아지는 구간이 많다.

코끼리 모양의 만자모.

가장 큰 문제는 동굴 바닥에 두껍게 쌓여 있는 고운 모래와 진흙이다. 이곳은 바닷물의 흐름이 적어 미세한 흙먼지가 수백 년 동안 그대로 쌓여 있다. 다이버가 오리발을 조금만 잘못 저어도 바닥의 모래가 솟구쳐 오르고, 불과 몇 초 만에 물속은 짙은 흙탕물로 변한다.

물속에서 시야가 차단되면 다이버는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는다.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손전등 빛조차 모래 먼지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현지 전문 다이버들이 “스네이크 홀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줄을 설치하고, 들어왔던 길로만 곧장 돌아 나와야 한다”고 거듭 당부하는 이유다.


이처럼 위험한 곳이지만, 현지에서는 다양한 해양 체험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초보자나 어린이는 해변 근처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보트를 타고 나가 수중 탐험을 즐긴다.

특히 스네이크 홀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동굴 내부로 들어가면 바깥의 빛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묘한 긴장감을 준다. 이 스릴을 맛보기 위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다이버들이 연일 이곳을 찾는다.

두 명의 다이버가 동굴로 들어가는 모습(AI 생성 이미지).

하지만 이 위험천만한 동굴의 진짜 모습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관광 안내문에는 ‘신비로운 해저 동굴 탐험’이라는 문구만 강조될 뿐, 동굴 바닥의 모래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이나 길을 잃었을 때의 대처법 등은 자세히 적혀 있지 않다. 일부 다이빙 업체 역시 손님을 모으기 위해 위험 요소를 깊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멈춰 버린 두 다이버의 호흡

결국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로 일어났다. 2025년 8월31일 오후 1시 45분쯤, 만자 해변 인근 바다에서 다이빙하던 외국인 2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사망한 사람은 현지에서 다이빙 강사로 일하던 대만인 A씨(24)와 대만을 떠나 오키나와로 놀러 온 관광객 B씨(28)였다. B씨는 가족과 친구 등 3명과 함께 오키나와를 방문했다. 이들은 현지에 머물던 A씨를 포함해 총 5명이 한 조를 이루어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A씨는 B씨를 이끌고 수심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동굴 내부로 들어간 두 사람은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보트에 남아 기다리던 일행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즉시 현지 해상보안청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구조대는 즉시 수색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 2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5시30분쯤, 수심 30m 아래 동굴 구석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을 발견했다. 구조대는 이들을 즉시 물 밖으로 끌어올려 병원으로 옮겼으나, 두 사람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사고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을 살펴보면 해저 동굴의 무서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동굴 내부로 들어간 두 사람은 통로를 이동하던 중 오리발에 의해 바닥의 모래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크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모래 먼지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고, 눈앞이 완전히 깜깜해지면서 출구를 찾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버들이 모래를 건드리자 모래먼지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는 모습(AI 생성 이미지).

시야가 가려지면 사람은 순간적으로 큰 공포를 느낀다. 호흡이 가빠지고 산소 소비량이 평소보다 몇 배나 빨라진다. 공기통의 산소가 급격히 바닥나면서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은 순식간에 줄어든다.

특히 A씨는 다이빙을 가르치는 강사였지만, 동굴 다이빙에 특화된 교육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바다 다이빙과 위아래가 막힌 동굴 다이빙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동굴 다이빙은 전문적인 교육과 전용 장비가 필수적이다. 강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도감이 오히려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겉모습에 속지 말아야 할 바다의 경고

사고 이후 만자 해변의 스네이크 홀에는 다시 조용한 정적이 찾아왔다. 수면 위는 여전히 맑고 푸른빛을 띠며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풍경 바로 아래에는 여전히 좁고 어두운 동굴과 고요히 쌓여 있는 모래 먼지가 다음 방문자를 기다리고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을 선물하지만, 동시에 정해진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함께 던진다. 보이지 않는 물속 깊은 곳, 좁은 동굴에 남겨진 공기방울의 흔적은 위험을 잊은 채 스릴만을 좇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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