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조원동 피자가게 점주 칼부림 살인사건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대낮에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칼을 휘두른 사람은 놀랍게도 피자가게 점주였고, 피해자들은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임원)과 인테리어 업자인 아버지와 딸이었다.

대체 점주는 왜 자신의 가게에서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끔찍한 살인극을 벌인 것일까.

2025년 9월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동(옛 신림8동) 주택가의 한 건물 앞에 인테리어 업자의 빨간색 렉스턴 스포츠 차량과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이 타고 온 검은색 그랜저 차량이 연이어 도착한다.

이들은 차량을 주차한 후 건물 1층에 입주해 있던 피자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문밖에 나와 있던 점주 김동원(남·41)은 본사 직원인 A씨(남·49)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가게로 함께 들어섰다.

곧이어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했는데, 주로 김씨와 인테리어 업자 B씨(남·60)가 옥신각신하며 말을 이어갔고, A씨는 이들을 중재하려고 애를 썼다. B씨의 딸이자 디자이너인 C씨(여·32)는 아버지 옆에 앉아 있었다.

대화는 서로의 주장을 반복할 뿐 타협점이 없었다. 그사이 김씨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말다툼을 벌였고, 분위기는 험악해져갔다.

오전 10시57분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김씨는 주방으로 가서 흉기를 꺼내 휘두르기 시작한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A씨와 B씨, C씨가 칼에 찔려 바닥에 쓰러졌다. 김씨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오전 11시2분쯤 112로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119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이어 오전 11시6분에는 피해자 중 한 명이 119에 전화해 “칼에 찔렸다”고 신고한다. 소방관이 ‘어디에 찔렸냐’고 묻자 “배”라고 답하고, ‘누가 찔렀냐’는 질문에는 “주인이 찔렀다”고 했다. 신고자는 “제가 움직일 수가 없다. 빨리 와 달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얼마 후 119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보니 바닥에 쓰러져 있던 네 명 모두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심정지 상태이거나 중상을 입고 신음하고 있었다. 119구급대는 의식이 없는 피해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점주인 김씨를 제외한 피해자 3명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일어난 피자가게에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경계를 서고 있다(KBS 방송화면 캡쳐).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피자가게 안은 피로 흥건했는데, 특히 유일한 여성인 C씨의 경우 옷이 피에 다 젖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작은 종잇조각들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김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범행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인 가게 앞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문에는 안쪽을 볼 수 없게 신문지로 막아놓고 현장 감식을 벌였다.

범행동기는 인테리어 문제가 발단이 됐다.

김씨의 피자가게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2021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1인 가구와 MZ세대들을 겨냥해 길쭉한 사각형 형태의 1인 피자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전국 매장은 100여개에 달한다.

김씨는 2023년 10월 본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거주지 인근인 조원동에서 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가게 인테리어는 B씨와 계약을 맺고 작업을 맡겼다. 그런데 공사한 지 2년도 안 돼 누수가 생기고 바닥 타일이 깨지는 등의 하자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김씨에게 B씨의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한 것은 가맹점 본사였고, 해당 업체와 직접 계약한 것은 김씨였다. 하자가 발생하자 김씨는 B씨 측에 무상으로 하자 보수를 요구했지만 보증기간이 끝나 유상스리 해야 한다며 거절 당한다.

실제 김씨와 B씨 업체의 계약서에는 ‘하자 보증 및 보증기간은 완공일로부터 1년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B씨 측은 김씨의 무상 보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피자가게에서 경찰 과학수사반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JTBC 방송화면 캡쳐).

김씨는 본사에 지원을 요구했으나 그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서 3자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본사가 중재에 나섰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점 본사 측은 인테리어 업체 선정에 있어서 본사가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점주가 직접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만 점주가 업체를 잘 모르는 경우에는 몇몇 업체들를 통해 최저가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는 것이다.

이때도 선택은 점주가 직접하고, 인테리어 업체를 강제로 정하거나 이에 대한 일체의 리베이트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점주가 인테리어 업체 선정을 본사게 별도로 요청하면 몇몇 업체의 견적을 제공해 이중 가장 경쟁력 있는 업체를 직접 선택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즉 인테리어 업체 선정과 관련해 본사 측은 최저가격이나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만 강요나 이로 인한 리베이트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하자가 생긴 이후 이 문제를 놓고 점주인 김씨, 인테리어 업자, 가맹점 본사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김씨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일에도 인테리어 문제 협의를 위해 관련 당사자들이 모였지만 이번에도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김씨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불러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우발적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수사과정에서 계획적 범행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범행 하루 전 범행도구를 매장 내부에 숨기고, 범행 직전에는 폐쇄회로(CC)TV를 가리는 등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피자가게 인근 주민들은 김씨에 대해 “성격이 시원시원하다”, “항상 잘 웃고 착하고 인사도 잘했다”, “키도 크고 성격이 좋아 보였다”, “평소에 굉장히 친절했다”며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평소 폭력적인 성향을 표출하거나 이런 모습을 본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김씨의 범행에 대해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김씨는 치료 중 면회 온 가족에게 “순간적으로 눈이 돌아갔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전했다. 김씨가 뒤늦게 범행을 후회하고 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서울 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피해의 중대성, 범행의 잔인성, 범행 증거, 공공의 이익 등을 이유로 김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 구속됐다. 세 명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중범죄에 해당하고 재판에서 중형을 면하기가 어렵게 됐다.

사건 이후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됐다. 또 업계의 인테리어 관련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다양한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 사건이 김씨 개인의 일탈이라기 보다는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오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기회에 또다시 일어날 지 모르는 비극의 사슬을 끊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신이 운영하는 피자가게에서 3명을 살해한 점주 김동원이 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YTN 방송화면 캡쳐).

이번 사건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서 일어난 ‘분노 범죄’에 해당한다. 주거지역에서 층간소음 등 이웃과 갈등을 빚다 살인으로 비화된 사건도 대부분 ‘욱’해서 저지른 분노 범죄에 속한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내면에는 공격성이 잠재돼 있다. 화를 꾹꾹 누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면서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사람마다 표출하는 방법과 수위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김씨의 경우에는 스스로 갈등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요구사항을 어디까지 내세울 지,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차선으로 어떤 대안을 마련할 지 등이 없이 오로지 기존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탈출구를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했다.

전문가들은 평소 감정을 조절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령 화가 나더라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노를 가라앉힌 뒤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등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김씨처럼 어떤 문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갈등이 있을 때는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고 타협점을 찾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우리 속담에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화가 치밀어도 세 번만 참으면 큰 실수나 후회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 살면서 감정조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만약 김가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그대로 따라 했다면 처음부터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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