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영화 ‘친구’ 모방해 교실서 동급생 살해한 고교생


‘모방범죄’는 다른 사건의 범죄를 모방해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범죄의 동기는 있으나 들키지 않을 방법을 다른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행하는 경우다. 모방범죄는 TV, 영화, 범죄서적 등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2001년 10월13일 오전 부산 남구 용당동에 있는 D공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당시 절찬리에 상영된 폭력영화를 모방해 일어났다. 이 사건은 같은 해 3월 이 학교 환경화공학과 1학년 2반에 ‘짱’으로 불리는 박아무개군(17)이 입학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자기보다 약한 동급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이를 자랑하고 과시했다. 특히 같은 반인 김아무개군(17)을 입학 때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박군은 김군이 자신 보다 키가 크다는 이유로 툭하면 머리를 때렸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등 육체적·정신적으로 괴롭혔다.

같은 해 9월28일 점심시간이었다. 이날 학교가 끝나고 몇몇 학생들이 노래방에 갈 계획을 세웠는데, 박군과 김군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박군이 자신도 가겠다고 했지만, 친구들이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박군은 김군에게 노래방에 함께 가자고 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김군에게 화풀이를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0여 분간 김군을 마구 폭행해 코피가 나고 입술이 찢어졌을 정도였다.

박군의 보복이 두려웠던 친구들은 누구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고, 수수방관했다. 이후 김군은 박군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학교 측은 김군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학교에 보내라”는 정도의 조치만 취했다.

10월13일 오전 김군은 어머니에게 “학교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한 손에는 가방 대신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 도착한 김군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어머니에게 전화해 “잘 지내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김군은 정문 앞에서 학교 안을 살피며 1교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9시50분쯤 수업이 끝나고 10분 후 2교시 수업이 시작되자 김군은 쇼핑백에서 신문지에 싼 물건을 들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 4층으로 올라갔다.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에게 살해된 박군의 책상(MBC 방송화면 캡쳐).

당시 1학년 2반은 사회 수업 중이었고, 신아무개 교사(41)는 학생들을 번호대로 교탁에 불러 노트필기 검사를 하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 교실 뒷문을 거칠게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김군이었고, 손에는 식칼이 들려 있었다.


김군은 다짜고짜 뒷문 바로 옆 맨 뒷좌석에 앉아 있던 박군에게 다가갔다. 당황한 박군이 “뭐냐”라며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김군이 등을 칼로 세게 찔렀다. 박군은 비틀거리며 교탁쪽으로 나가다가 바닥에 쓰러진다.

교실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시 교실에는 교사와 학생 등 30여명이 있었으나 아무도 김군을 제지하지 못했다. 박군은 흉기에 심장을 관통한 상태였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도중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김군은 사건 직후 동래구 낙민동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 옷가지 등을 챙겨 나오다 오후 1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다. 그는 경찰에서 “박군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김군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동안 집 컴퓨터를 이용해 조직폭력배들의 의리와 배신을 다룬 영화 <친구>를 40여 차례 봤으며, 이 영화의 대사를 전부 다 외울 정도로 심취해 있었다.

그는 “장기간 괴롭힘을 당해 죽이고 싶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군은 영화 대사 중 “칼로 허파를 찌르면 90초 안에 죽는다”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낮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를 살해하고 경찰에 붙잡힌 김군(MBC 방송화면 캡쳐).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군은 1심에서 징역 장기 10년, 단기 7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장기 8년, 단기 5년으로 감형됐다. 김군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2심 형량이 확정됐다. 재판과정과 결과는 소년법 적용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현재 김군은 출소한 상태다.


이 사건은 잔혹한 폭력 영화에 나온 범행 수법을 고교생이 그대로 따라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줬다. 한동안 폭력 영화를 모방한 청소년 범죄가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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