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딸 성폭행해 정신연령 4세로 만들고 죽게 한 남성
충남 논산에 거주하는 A씨(남·50대)는 오랫동안 보험설계사로 일했다.
그는 2008년쯤 선배 가족의 교통사고 처리를 도와준 일을 계기로 각별한 사이로 지내왔다. 선배의 딸 B씨는 6세 때부터 A씨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믿고 따랐다. 늦둥이 외동딸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받던 B씨는 대학 졸업 후 항공사 승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2021년 11월17일 A씨는 논산의 한 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배우자 차량에 당시 22살이던 B씨에게 “운전을 가르쳐주겠다”고 태운 뒤 성폭행했다. 범행은 같은 달 27일까지 이어졌다. A씨가 30살 어린 딸 같은 B씨를 자신의 사무실과 모텔 등에서 수차례 유린했던 것이다.
얼마 후 A씨가 부모와 함께 사는 B씨의 집에 놀러왔다. 그는 피곤해서 잠시 쉬어가야겠다고 했고, 심심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B씨를 방으로 불렀다. A씨를 믿었던 B씨의 어머니는 베란다에서 쓰레기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B씨의 비명이 들렸고 “부인도 있는데 왜 그러냐”면서 방에서 뛰쳐나왔다. 그러면서 베란다 쪽으로 가서 서서 대 소변을 봤다. 부모가 놀라서 A씨를 돌려보내고 딸을 진정시키자 B씨는 “그 새끼가 할 짓 안 할 짓 다 했다. 성폭행 성추행 다 했다”며 성범죄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이에 B씨 아버지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추궁했더니 그는 “합의하에 모텔에 간 것은 맞지만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 부모는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B씨는 극도로 상태가 나빠졌고, 피해 진술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믿었던 사람에게 성폭행 당한 충격에 B씨의 정신연령은 만 4세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인지능력이 퇴행했다. 멍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가 하면 빵을 먹다가 침을 흘리기도 했다.
결국 B씨는 병원에 입원해 약 한 달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에는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서서히 일상을 되찾아갔다. 그러다 2023년 6월 동네 마트에서 A씨와 우연히 마주치면서 힘들어하다가 두 달 뒤인 8월 피해 사실이 적힌 노트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가 사망하자 A씨는 지역 동호회 등에 ‘B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거나 “평소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힘들어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퍼트리기도 했다.
경찰은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은 유족이 유품을 정리하면서 나온 B씨의 일기장, 자필 메모, 딸의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부모가 녹음한 파일 등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했다.
검찰은 또 차량 블랙박스 영상, 의무기록, 정신과 상담일지 등도 추가 확보해 범죄사실을 확인해 사건 발생 2년5개월 만인 2024년 6월 A씨를 강간치상과 강제추행 등으로 구속했다.
단순 강간죄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것에 비해서 강간치상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지만 B씨가 극단선택을 한 것을 감안하면 강간 치사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검찰은 B씨에 대한 사자명예훼손과 B씨 아버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까지 추가해서 A씨를 재판에 회부했다.
A씨는 수사과정에서 “B씨의 정신적인 문제가 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가 없다. 우리는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무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B씨 아버지 진술 외에 마땅한 증거가 없다”며 “정신 멀쩡할 때 강간당했다고 했어야지, 안 했잖아. 사후에 편지 그거 가지고? 피해자 측은 한방이 없다”라며 자신 만만해 했다.

검찰은 1심에서 A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친삼촌처럼 신뢰하고 따르던 피해자를 강간 및 강제추행하고 피해자가 목숨을 끊어 사건이 기사화돼 소문이 나자, 거짓 해명하며 사자의 명예를 훼손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A씨 측은 형이 너무 무겁고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가 있다며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노트 등을 살펴보면 어떻게 피해를 당했는지 상세히 적혀 있어 객관적 증거 능력이 있는 증거로 봐야 한다”며 “피해자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면 합의 하에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부모님과 피고인의 관계가 깨질 것이 두려워한 흔적도 있고 피고인의 가해 행위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 역시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며 “피해자의 부모와 친하다는 점을 이용해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질러 사정을 고려하면 1심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