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실종 여성 살인사건
충북 청주에 살던 A씨(여·50대)는 이혼 후 홀로 지내며 직장에 다녔다. 2025년 10월14일 오후 6시10분쯤 그는 청주시 옥산면의 한 회사에서 퇴근한 후 평소처럼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다다르자 한 남성이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전 남자친구인 김영우(54)였다. 그는 사전에 약속없이 A씨의 귀가를 무조건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A씨의 차량을 발견하자 곧바로 승용차에 동승한다.
이들은 진천군 문백면의 한 노상주차장으로 이동했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이성 문제가 나오면서 말다툼을 벌인다. 이에 격분한 김씨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10여차례 찔러 살해한다.
이후 김씨는 놀랍도록 태연하고 치밀하게 움직였다. 범행 직후 A씨의 휴대전화로 그의 직장 상사에게 사직 의사를 밝히는 문자를 보내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A씨의 시신과 흉기를 차량에 그대로 둔 채 직접 차를 몰아 밤새 초평저수지와 옥성저주지를 비롯한 청주와 진천 일대를 돌아다녔다. 이때 도로 폐쇄회로(CC)TV를 피해 우회하거나 갓길 주행 또는 역주행으로 이동하며 동선을 감췄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이동 중에 버렸다.
얼마 후 김씨는 자신의 차량이 주차돼 있는 장소로 이동해 시신을 마대에 넣고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 날이 밝을 무렵이 돼서야 집에 들어갔다. 이때도 옷만 갈아입고는 곧바로 나와 시신이 들어있는 차량을 몰고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자신이 운영하는 진천군의 폐수처리업체였다. 김씨는 이곳으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고, 거래처를 돌아다니며 정상적인 업무를 봤다.
평소와 같은 시간대에 퇴근한 김씨는 그 길로 자신의 거래처 중 한 곳인 음성군의 한 육가공업체로 차를 몰아서 폐수처리조에 마대에 담긴 시신을 유기했다. 부패 과정에서 시신이 떠오르지 않도록 밧줄로 고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신을 유기한 김씨는 이번에는 범행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피해자 차량 은폐를 시도했다.

그는 A씨의 차량을 청주 청원구 내수읍 거래처 창고에 숨기고, 번호판을 직접 제작해 교체했다. 누가 알아보지 못하게 차량 전체를 천막으로 덮었다.
A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자 가족들은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한다. 실종 이틀 뒤인 10월16일 A씨 자녀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하며 김씨 관련성을 강하게 의심했다. 폭력 가능성 등 신변 위험 정황을 구체적으로 알렸으나 경찰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성인이라는 이유로 단순 가출로 판단한 것이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A씨 자녀는 김씨의 회사로 찾아가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으나 그는 “안 만난 지 꽤 됐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같은 날 딸의 안전을 걱정한 A씨 어머니는 김씨에게 전화해 “혹시 내딸에게 해를 가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때도 그는 “연락한 지 오래됐다”며 냉담하게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A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후에는 범행 은폐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A씨와의 통화 녹음 등을 삭제하며 증거를 인멸했다. 10월16일부터 23일까지 피해자 차량을 청주 청원구 내수읍 거래처 창고에 숨겼다가 이후 음성군 거래처로 옮겨 다시 감춰둔다. 거래처 업주들에게는 “자녀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빼앗았다. 잠시 맡겨달라”고 둘러댔다.
차량이 발견될 것을 우려한 김씨는 약 한 달 만인 11월24일 새벽 거래처에 있던 이 차를 몰고 충주호로 이동해 물속에 가라앉혔고, 미리 준비한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은 실종 2주 뒤인 10월30일이다. 이때까지도 A씨의 금융과 통신기록 등 생활반응이 전혀 없자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유력한 용의 선상에 떠오른 것은 김씨였다.
두 사람이 교제하다 결별한 뒤에도 이성 문제로 여러차례 다툰 것이 파악됐고, 김씨의 범행 당일 행적, CCTV 분석, 통신 기록 조회 등을 통해 수상한 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씨가 앙심을 품고 A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문제는 A씨의 차량 위치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수사는 제자리 걸음만 했다. 경찰은 김씨의 거래처 탐문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김씨가 얼마 전 차량을 맡겼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수사가 급진전된다.
11월26일 새벽 김씨는 이 차량을 충주호에 몰래 유기했는데, 경찰은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이 장면을 포착하면서 결정적인 단서를 잡는다. 같은 날 오전 김씨는 진천의 한 식당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된다.
그는 경찰과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였다. 강도 높은 추궁에도 표정의 흐트러짐 없이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A씨를 실종 당일 만나 그의 차량에서 말다툼하다가 폭행한 사실은 있으나 이후 차에서 내려준 후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피해자 차량이 발견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검거 당일 오후 충주호 수중 수색에 나선 경찰은 A씨의 차량을 인양했고, 그 안에서 혈흔 반응과 다수의 DNA를 확보했다. 여기에 국립과학수사연구연의 분석 결과 등 결정적인 증거가 추가로 나오자 김씨에게 들이밀며 몰아붙였다. 결국 더 이상의 탈출구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

김씨의 진술에 따라 피해자의 시신을 찾아냈는데, 몸 곳곳에는 찔리고 베인 흔적이 있는 등 참혹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계획적 범행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
그는 범행 한 달 전부터 ‘살인을 왜 하나’, ‘안 아프게 죽는 법’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했으며, 도로 CCTV 위치를 조회하고, 카카오톡 사용 시 위치 확인이 되는지도 미리 알아봤다.
뿐만 아이라 피해자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범행 도구도 사전에 준비했다. 범행 이후에도 CCTV를 피해 다니며 동선을 숨겼다. 그는 범행 은폐를 위해 거래처를 적극 이용했다. 시신을 거래처 폐수처리조에 유기하고 차량에 위조 번호판을 달아 추적을 따돌리고, 여러차례 거래처로 옮겨가며 숨겼다.
이런 정황은 김씨가 우발적이 아닌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장기간에 걸쳐 증거를 인멸하려 한 치밀한 계획 범죄임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경찰은 김씨를 살인 및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범행 이후) 지옥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정체도 드러났다. 그는 충북 진천에서 폐수처리시설 업체를 운영하며 ‘알만한 재력가’로 통하던 지역 사업가였다. 오랫동안 지역 장학회에 장학금을 기탁하고, 취약계층 지원에도 적극 참여하며 지역사회에서는 비교적 좋은 평판을 유지했다. 선한 재력가 이미지 뒤에 끔찍한 살인마의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A씨와는 그가 과거 김씨의 회사에 취업하면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사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판단해 관련 진단검사(PCL-R)를 진행했다. 실제 김씨의 범행과정을 보면 사이코패스의 주요 특징과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피해자 가족에게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 것은 양심의 가책이나 공감 능력 결여와 일치하고, 치밀한 범행과 이후 은폐 과정을 보면 매우 지능적인 모습이다. 기부하는 재력가와 범행 후 시신을 차에 싣고 다니며 태연하게 업무를 보는 등 극단적인 이중적인 모습도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점이 보인다. 그러나 검사결과 사이코패스 성향이 아니라고 나왔지만,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그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성인 실종 수사에 대한 난맥상을 또 한 번 드러냈다. 초동수사는 수사의 출발점이자,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른다. 특히 실종사건의 경우에는 초동수사에 따라 피해자의 생사가 걸려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는 실종신고가 접수되기 전 피해자가 사망했으나, 만약 피해자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신고가 이뤄졌다면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단순 성인실종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우선 피해자에게 가출할만한 사전 징후인 행동 변화, 심리적 변화, 소지품 정리, 관계 단절, 암시 등이 전혀 없었다. 반면 피해자 가족들은 처음부터 신변 위험을 직감하고, 이런 정황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그런데도 경찰은 무사안일하게 상황판단을 했다. 피해자 가족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실종 신고 접수 후 3주가 지나서야 김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사이 김씨는 피해자의 시신을 유기하고, 그의 차량을 여러 거래처에 옮겨 숨기는 등 증거인멸과 범행을 은폐할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만약 김씨가 해외로 출국했다면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물론 현행법상 경찰의 성인 실종수사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경찰은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실종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현행법에 의하면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만 18세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에 대해서는 위치추적 등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벌일 수 있다.
문제는 만 18세 이상의 일반 성인 실종이다. 이들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도 강제로 소재를 파악하는 등의 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범죄 상황에 대한 목격자의 진술이 있거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 등이 있어야 휴대전화 위치추적, 인터넷 접속 기록, 카드 사용내역 등을 영장 신청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실종단체 등에서는 일반 성인 실종자는 급증하고 있는데 관련법 미비로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행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을 폐지하고 좀 더 포괄적인 ‘실종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는 성인 실종자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수색하거나 수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실종 성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사생활 침해, 범죄 목적의 악용 소지 등으로 인해 여전히 상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이로인해 ‘성인 실종’은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