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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모텔 중학생 살인사건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표아무개씨(남·26)는 일명 ‘여중생 사냥꾼’이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채팅방에 덫을 놓고 먹잇감을 찾았다. 주로 여중생들을 노렸다.
미성년자 시절인 2016년에는 SNS로 만난 10대 여자 청소년을 강제추행해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그의 범행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20대 초반 때인 2019년 9월 표씨는 오픈채팅방에서 A양(15)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자 본색을 드러내며 자신의 집으로 불러낸다. A양이 “싫다”고 거절하자 그동안 주고받았던 메시지 대화내용과 영상 등을 학교 등 주변에 유포할 것처럼 협박했다. 이에 겁먹은 A양이 늦은 밤 표씨 집을 찾았고,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성폭행했다.

표씨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상 강간 등)로 구속기소됐고, 법정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듬해 11월 1심 재판부는 표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5년간 보호관찰 및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만 14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강간하고 협박한 사안으로 수법과 피해의 정도 등을 보면 죄질이 나쁘다”면서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표씨의 형량은 항소와 상고를 거쳐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된다.


표씨는 2025년 7월 만기 출소해 사회로 나왔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또다시 오픈채팅방에서 여중생들을 노렸다. 같은 해 11월 중순쯤 표씨가 친 그물에 친구인 B양과 C양이 걸려든다. 표씨의 신상이 성평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돼 있었지만 이를 알지 못했다.

표씨는 이전 범행처럼 이들을 자신의 거주지로 불러들여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 이때는 성범죄에 나서지 않았지만 B양에게 호감을 갖고 연락을 이어온다.

술과 흉기를 구입한 후 모텔로 들어가는 표씨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YTN 방송화면 캡쳐).

12월3일 오후 2시45분쯤 표씨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소재 모텔을 예약한 뒤 인근 마트에서 술과 흉기를 구입해 3층 객실로 올라간다. 이어 B양에게 연락해 “할 말이 있다”며 모텔로 불렀고, 오후 4시24분쯤 B양은 C양과 함께 해당 모텔을 찾아갔다.

표씨는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 나가 달라”며 C양을 모텔 밖으로 내보냈다. 얼마 후 객실 안에서 ‘쿵’ 소리가 나자 겁먹은 C양은 모텔에 오기 전 함께 있었던 D군과 E군에게 “빨리 오라”며 불렀다. 마침 인근에 있던 두 사람은 곧장 모텔로 달려온다.

표씨는 이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객실에서 함께 마주했고, 서로 대화하다가 시비가 붙는다. 그때였다. 표씨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마구 휘둘렀고, C양을 제외한 3명이 칼에 찔려 바닥에 쓰러졌다. 표씨는 C양에게도 흉기를 들이댔으나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칼에 찔린 B양은 오후 5시7분쯤 112에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수화기 너머에서는 “(신고) 하지 마”라는 표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찰은 긴급상황으로 판단해 소방에 대응을 요청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C양도 112에 전화해 목격한 사실과 모텔 위치를 알려준다. 경찰은 첫 신고 4분 뒤 현장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당황한 표씨는 경찰을 피해 8m 높이의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객실 화장실에서는 피해자들이 흉기에 찔린 상태로 발견된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창원의 모텔(YTN 방송화면 캡쳐).

경찰과 소방은 모텔 외부에 떨어진 표씨와 객실에 있던 피해자들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남자 중학생 1명을 제외한 3명은 사망한다. 표씨는 다발성골절 등 중상을 입은 채 치료를 받다 숨을 거둔다. C양은 경찰에서 “표씨가 범행 당일 B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이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가 숨지면서 진상을 규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유일한 생존자인 C양의 진술만 있는 상황이다.

우선 표씨의 살인 혐의가 ‘계획적’인지 아니면 ‘우발적’인지가 확실치 않다. 그가 범행 전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것은 맞지만 용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B양에게 호감을 가졌다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했다는 것 때문에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그의 범행 패턴을 보면 살인은 다소 의아한 면이 있다.

표씨의 궁극적인 범행 목적은 성폭행 등 성범죄다.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여중생들을 거주지 등으로 유인해 욕구를 채우는 수법이다.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비슷한 수법의 성범죄 전력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두 번째 범행으로 5년간 실형을 살고 출소했으나, 누범기간(3년) 중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 범행 패턴도 이전과 비슷하다.


이런 그가 단 한 번 만난 여중생에게 호감(연애감정)을 느껴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살인을 계획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표씨가 B양을 범행대상으로 삼고 C양보다 더 관심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사건현장인 모텔로 들어가는 계단 출입문에 경찰통제선이 쳐져 있다(YTN 방송화면 캡쳐).

범행 당일 표씨는 모텔을 잡고 B양에게 전화를 걸어 유인했다. 이전 범행으로 보면 B양을 위협해 성폭행하려고 했고, 미리 준비한 흉기는 이런 용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때 B양이 함께 있던 C양과 동행하면서 돌발변수가 생긴다. 여기에 남자 중학생 2명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계획이 완전히 꼬인 것이다. 모텔 안에서의 시비 내용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표씨는 이 과정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표씨는 B양을 모텔로 유인해 성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다가 변수가 생기면서 우발적 살인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표씨가 모텔 건물에서 추락한 것도 극단적 선택을 위한 투신인지, 경찰을 피해 달아나려다 떨어진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당황한 나머지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표씨의 범행은 막을 수도 있었다. 그는 이전 범행의 재판과정에서 성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발찌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한 청구 전 조사에서는 ‘일탈적 성적 환상 가능성’이 있고, ‘과잉 성욕 장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자해를 지속하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점도 재범 위험 요인으로 분석됐다.

당시 검찰은 표씨의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전자장치 부착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실형 선고와 보호관찰명령 등으로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표씨가 누범기간에 또다시 비슷한 형태의 범행을 반복하면서 재판부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과거 성범죄 전력에도 불구하고 재범 위험성을 걸러내지 못한 사법 시스템의 한계다.

경찰과학수사반이 표씨가 투신한 모텔 앞에서 감식을 벌이고 있다(YTN 방송화면 캡쳐).

표씨가 출소 후 단기간 내에 다시 범행에 나선 것은 성범죄 전과자에 대한 사회 복귀 후 관리와 재범 방지 교육이 실효성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로인해 피해자인 두 명의 청소년이 목숨을 잃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체 부검, 휴대전화 포렌식,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 규명에 나섰지만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 잘못된 만남이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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