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과 너무 닮아서 ’17년간 억울한 옥살이’한 남자
1999년 5월30일, 미국 캔사스주 로랜드 파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 평화롭던 이곳에서 한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낯선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며 여성을 폭행한 뒤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것이다.
사건 직후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처드 26세의 리처드 존스(Richard Jones)라는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다. 피해자와 주차장 경비원은 경찰이 제시한 사진 속 존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이 범인이 확실합니다.”
존스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이 일어난 시각, 자신은 여자친구의 집에서 파티를 마치고 청소를 하고 있었다고 거듭 말했다. 여자친구 역시 존스와 함께 있었다며 그의 알리바이를 증언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사건 현장에서는 존스의 지문도, 머리카락이나 혈흔 같은 유전자(DNA) 증거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오직 목격자들의 눈과 기억만이 유일한 증거였다.

법정에서도 존스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목격자들의 말을 더 신뢰했다. 결국 법원은 존스에게 징역 19년이라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타인의 잘못된 기억으로 인해 깊은 수렁으로 떨어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존스는 아무런 죄도 없이 교도소의 차가운 벽 뒤로 사라졌다.
“너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밖에 있어”
시간은 무심히 흘러 15년이 지난 2015년이 되었다. 젊던 존스의 얼굴에는 주름이 깊어졌고, 감옥 안에서의 삶은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재소자들이 존스에게 다가와 묘한 이야기를 건넸다. 사회에 있을 때 너와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이 생긴 남자를 본 적이 있다는 제보였다. 그의 이름은 리키 아모스(Ricky Amos)라고 했다.
동료들이 수소문 끝에 찾아내 보여준 사진을 본 존스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사진 속 남성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자신과 닮아 있었다. 나이는 겨우 한 살 차이였고, 183센티미터의 키와 91킬로그램의 몸무게까지 쌍둥이처럼 똑같았다. 수염을 기른 모양과 눈빛까지 판박이였다.
존스는 이 기묘한 닮은꼴 속에 자신이 감옥에 들어오게 된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했다. 그는 곧바로 캔사스 대학교 로스쿨의 억울한 수감자를 돕는 단체인 ‘미드웨스트 이노센스 프로젝트’에 도움을 요청했다. 단체의 변호사들과 조사관들이 추적에 나섰고, 곧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진짜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 남성이, 17년 전 사건이 발생했던 대형마트 근처에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사단은 과거 존스를 범인으로 지목했던 피해자와 목격자들을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존스와 리키의 사진을 나란히 놓아 보여주었다. 두 사진을 번갈아 보던 목격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두 사람의 외모가 너무나 흡사해, 도저히 사진만으로는 당시의 범인이 누구였는지 구별할 수 없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동안 존스를 감옥에 가두었던 유일한 자물쇠인 ‘목격자의 기억’이 완전히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변호인은 재판에서 “당시 경찰의 신원 확인 절차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겉모습이 비슷한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선입견을 품고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2017년 6월, 법원은 마침내 존스의 석방을 명령했다. 거의 똑같이 생긴 다른 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목격자의 말만으로 존스를 범인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억울하게 수감된 지 17년 만인 43세에 존스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어 교도소 문을 나섰다. 가족들과 포옹한 그는 “이런 날이 오기를 매일 기도했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110만 달러의 보상과 남겨진 질문
이후 캔사스주 정부는 오류를 인정하고, 존스의 잘못된 전과 기록을 모두 지운 뒤 피해 보상금으로 110만 달러(약 12억 4000만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청춘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그에게 이 돈은 지나간 17년의 세월을 되돌려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우리는 흔히 눈으로 본 것은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왜곡되기 쉬운지, 그리고 확신에 찬 목격자의 눈빛이 때로는 얼마나 위험한 흉기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존스는 자유를 찾았지만, 그가 잃어버린 시간의 무게는 여전히 가볍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법 시스템의 어딘가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기억의 덫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닐까. 교도소 문을 나서던 존스의 쓸쓸한 뒷모습이 우리에게 던지는 무거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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