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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혼부부 전민근·최성희 실종 사건


이들은 왜, 어떻게,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리의 한 아파트에는 신혼인 전민근씨(34)와 최성희씨(33) 부부가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2015년 11월 결혼해 이 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남편 전씨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밴드활동을 하다가 음식점을 차리면서 자영업자로 변신했다. 아내 최씨는 극단에 소속된 연극 배우였다.

결혼 1년차이던 2016년 5월28일 최씨가 갑자기 공연을 앞두고 사전에 연락도 없이 극단에 나오지 않았다. 전씨는 5월29일 식당 동업자에게 “내가 해결해야만 하는 사건이 있다.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못 나갈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낸다.

다음날인 5월30일 최씨는 극단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는데, 여기에는 “제 상태로는 공연을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난번처럼 사고를 쳐서 또 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지금 한동안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부부가 각각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한동안 연락이 안 될 것 같으니 이상하게 생각말라”는 것이었다. 이 문자가 도착하자 주변인들은 부부가 어떤 사정으로 인해 잠시 집을 떠난 것으로 생각한다.

5월31일 전씨 아버지는 경찰에 “아들 부부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접수한다. 경찰과 가족이 부부의 집을 찾아가보니 마트에서 사온 식재료는 식탁위에 그대로 있었고, 키우던 강아지만 홀로 남아 있었다.

집안에는 외부 침입과 몸싸움한 흔적이 없었으며, 혈흔 반응에서도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다. 휴대전화와 지갑 등 최소한의 소지품만 사라진 상태였다. 부부의 차량은 주차장에 그대로 있었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들어 일시 잠적이나 자발적 가출에 무게를 두고 적극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CCTV에 나가는 모습이 없다

그런데 실종 일주일이 지나도록 부부의 연락이 없고, 행방이 묘연하자 경찰은 강력사건으로 전환하고 본격 수사에 나선다.

우선 부부의 실종 당일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엘리베이터에는 실종 전 집에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최씨는 5월27일 밤 11시35분에 마트에서 산 물건을 담은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으며, 이튿날 새벽 3시10분에는 전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귀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의아한 것은 부부가 집안으로 들어온 모습은 있었지만 나가는 모습이 어디에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부부가 사는 아파트에 설치된 22대의 CCTV를 전수 조사했지만 부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부부가 살던 아파트는 2014년 준공된 신축아파트였고, 복도식이 아니라 한층에 두 가구 정도만 배치된 ‘계단식'(타워형) 구조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현관문이 있었다. 부부는 이 아파트 15층에 살았다. 당시 아파트 내부에는 엘리베이터, 1층 출입구, 지하주차장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

부부가 갑자기 증발하지 않은 이상 CCTV 사각지대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경찰은 부부가 빠져나갔을만한 동선을 다각도로 분석했고, 두 가지 가능성에 주목한다.

부부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비상구 계단을 이용하면 1층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다만 1층 출입문으로 나왔다면 출입구에 있는 CCTV에 찍혔어야 하는데, 여기게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곳을 이용했다는 것이 된다.

놀라운 것은 1층 비상계단 끝, 즉 출입문을 나오기 전에 아파트 단지로 연결되는 쪽문이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 아파트 비상구와 같은 철제 방화문 형태였으며, 입주민들은 평소에는 잘 이용하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었다. 만약 부부가 이 문을 이용했다면 아파트 내부에 있는 CCTV에 포착되지 않고 단지까지 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 다시 아파트 밖으로 나가려면 화단이나 담장을 넘어 외곽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지하주차장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었다. 비상계단을 통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뒤, 차량 사이사이를 지나 CCTV가 없는 기둥 뒤편 통로로 나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부부가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CCTV 위치와 화각(비추는 범위)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움직였어야 한다는 점이다. 첩보 영화보다 더 복잡한 동선을 통해 나갔어야 했는데,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 말 그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부부가 어떻게 CCTV를 피해 밖으로 나갔는지는 이 사건의 최대 의문점 중 하나다.

경찰은 부부가 아파트를 빠져나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보고 집안부터 샅샅이 수색했지만 그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부부의 휴대전화 마지막 위치도 석연치 않았다. 남편 전씨의 휴대전화 신호는 6월2일 오전 9시쯤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교리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것이 확인됐다. 최씨의 경우 같은 날 오후 10시쯤 서울시 천호동 인근에서 잡힌 것이 마지막이었다. 부부의 휴대전화 신호가 각각 다른 지점에서 끊어진 것이다.

부부의 실종이 장기화되면서 아내 최씨의 주변에서 이상한 말들이 떠돌기 시작한다. 극단 대표가 최씨에게 받은 문자메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최씨가 평소 매우 성실한 사람이었고, 갑작스럽게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공연을 펑크 낼 사람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씨가 보낸 문자의 어투도 평소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했다.

이에 따라 지인들은 이 문자가 최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심했다. 최씨 측은 그와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한 번도 당사자와 연결되지 않았는데, 대신 남편 전씨가 등장했다.


5월29일 최씨의 극단 동료는 그와 통화를 시도했는데 전씨가 대신 전화를 받았고 “아내가 당분간 출근을 하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 실종 이후인 5월31일 극단 관계자는 전씨와 통화했는데 이때 그는 “아내가 과거처럼 약을 먹어 지금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

공연 또한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최씨는 우울증 환자였고, 과거에 수면제를 먹고 극단선택을 시도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어느 병원에서도 최씨가 진료를 받았거나 입원한 기록이 없었다.

만약 최씨가 집안에서 극단 선택을 시도한 것이라면 급박한 상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15층에서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고 볼 수 없으며, CCTV 사각지대를 피해서 병원에 갔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은 다.

최씨의 실종이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이슈가 되자 6월2일 전씨 아버지는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아들 전씨가 보낸 “괜찮아요”라는 짧은 내용이었다. 만약 이때까지 전씨가 살아있고, 최씨 주변인 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그가 보낸 것이 맞다면 전씨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이거나 그에 동조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또는 강요나 협박에 의해 보냈을 수도 있다.

전씨 가족의 대응도 최씨 측과는 사뭇 달랐다. 실종 이후 최씨 가족과 지인들은 최씨를 찾기 위해 적극 나섰지만, 전씨 측은 “어딘가에 잘 있을 것이다”, “돌아올테니 기다려 보자”는 등의 말을 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최씨 측은 얼굴 사진과 이름 등을 공개하며 찾았지만, 전씨 측은 사진과 이름 등이 공개되는 것을 극구 꺼리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실종신고는 전씨 가족이 먼저 했고, 나중에는 전씨 측도 이름과 얼굴 등 신상이 공개되는 것에 동의하며 이전의 태도와는 달리 적극성을 보였다.


남편 전씨 전 여자친구의 수상한 행적

경찰은 남편 전씨의 주변인들을 탐문하다 한 여성을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린다. 그는 전씨의 전 여자친구인 A씨였으며, 부부의 실종 전후 행적도 수상했다.

A씨와 전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첫사랑이었다. 이때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만남을 이어가며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관계가 원만한 것은 아니었고,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A씨는 2004년 다른 남성과 결혼했고, 전씨는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다 최씨를 만나 사귀기 시작한다.

A씨는 결혼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이혼소송을 거쳐 남편과 결별한다. 한동안 홀로 지내던 그는 2014년에 다른 남성과 두 번째로 결혼하면서 노르웨이로 떠난다.

이때도 전씨와는 내연관계를 유지했다. A씨 첫째인 어린 딸을 잃자 그 원인이 전씨와의 불륜관계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면서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의 원인을 전씨에게 돌린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며 전씨를 원망했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여기에 집착한다.

그러다 전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예민하게 반응했다. 전씨에게 수시로 협박성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 괴롭혔으며, 여기에는 최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결혼식이 다가오자 “결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말을 하며 살해 협박까지 일삼았다.

최씨는 두려운 마음에 개명도 하고 전화번호도 바꿨지만 A씨의 협박을 비켜가지 못했다. 이때부터 우울증에 시달렸고, 나중에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전씨는 결혼식장에 경호원까지 배치하며 A씨의 돌발행동에 대비했다.

전씨 부부의 실종 전후 A씨의 행적도 석연치 않았다. 경찰이 출입국 기록을 살펴보니 A씨는 부부 실종 보름 전에 입국했다가 실종 일주일 뒤 출국했다. 그의 입국과 출국은 물론 국내 행적도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국내에 들어와서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자신이 입국했다고 알리거나 연락하지 않았다. 체류중에는 모텔이나 찜질방 등에서 잠을 자고, 카드 대신 추적이 불가능한 현금만 사용하며 자신의 행적을 철저히 감췄다.

출국도 당초 일정보다 2주 정도 앞당겨 한국을 빠져나갔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현지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비하다가 종적을 감췄는데, 이런 행적도 일반적이지 않다.

이에 경찰은 A씨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2017년 3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얼마 후 현지 경찰에 체포된다. A씨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다. 경찰은 외교부와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했지만 노르웨이 법원이 발목을 잡았다.


현지 법원은 한국 경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A시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부족하고, 범죄인 인도 조약상의 요건도 미비하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의 송환 요구를 거부했다. 이때 A씨도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된다.

경찰은 사건발생 2년10개월 만인 2019년 3월 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부부의 사진과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고 수배 전단을 배포했지만 유의미한 제보는 없었다. 사실상 A씨가 국내로 송환되지 않는 한 사건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생활반응 전무, 생존가능성 희박

그렇다면 전씨 부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살아있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현재 부부의 생사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통신이용, 금융정보, 카드사용, 병원이용기록 등 생활 반응이 전무한 것으로 볼 때 생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공식적인 출국 기록도 없다. 이를 토대로 보면 부부는 국내 어딘가에서 살해돼 유기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잠적한 후 제3자의 조력을 통해 은신해 있거나 밀항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확률은 높지 않다.

최소한의 짐만 챙긴 것으로 봐서 영원히 떠날 준비라기 보다는 급히 누군가를 만나러 가거나 피신해야 할 상황에 가깝다.

만약 A씨의 협박이 무서워 잠적한 것이라면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실종된 지 약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은신해 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또 A씨가 부부의 실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을 가능성은 크지만 모든 일을 혼자 실행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부부가 집을 나오는 과정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들 부부가 밖으로 나온 과정에 강제적인 외력이 작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자발적으로 나왔다면 어떻게 CCTV를 피할 수 있었으며, 굳이 그렇게 나올만한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부부가 A씨 등 외부의 협박 등에 못이겨 밖으로 나온 후 청부를 받은 괴한들이나 제3자에 의해 납치돼 살해됐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이 사건은 우발적이거나 즉흥적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우연으로 보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지 않으면 앞뒤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 모든 의문을 푸는 열쇠는 한 사람, 노르웨이에 있는 A씨가 쥐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부산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에서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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