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살 어린 아내와 일곱째 얻은 90살 남성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증명한 부부가 있다. 프랑스 남서부의 한 조용한 마을에 사는 피에르 사블레(91)와 아이샤(39) 부부의 이야기다. 이들의 나이 차이는 무려 52살이다. 반세기를 뛰어넘는 이들의 사랑은 단순한 화제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서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흰 눈 위에서 시작된 뜻밖의 인연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22년 겨울, 프랑스의 한 스키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88세였던 피에르는 눈 덮인 슬로프를 시원하게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젊은이 못지않은 날렵한 자세로 스노보드를 타는 그의 모습은 단번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자리에는 아이샤도 있었다. 아이샤는 며칠 전 지역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 활약하던 피에르를 기억하고 있었다. 피에르는 나이를 잊은 강철 체력과 남다른 운동 실력으로 이미 지역 사회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유명 인사였다.

아이샤는 용기를 내어 피에르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가벼운 대화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이내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는 계기로 이어졌다. 피에르의 건강한 에너지와 따뜻한 성품, 그리고 아이샤의 밝고 솔직한 모습은 50년이 넘는 세월의 간극을 빠르게 메워 나갔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고, 이듬해인 2023년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되었다.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이샤 주변의 걱정이 컸다. 아이샤는 당시 첫 번째 결혼을 끝내고 막 이혼한 상태였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딸이 혹여나 또다시 아픔을 겪지 않을까 염려한 친정아버지는 두 사람의 만남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대해 그는 “딸이 감당해야 할 주변의 시선과 미래를 생각하면 부모로서 쉽게 허락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에르는 진심을 담아 아이샤의 가족을 찾아갔다. 그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건강하고 바른 삶의 철학을 직접 확인한 아버지는 결국 마음을 돌려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

또 다른 걸림돌은 피에르의 복잡한 가족 관계였다. 피에르에게는 이미 과거 여러 명의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있었다. 슬하의 다섯 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큰딸 캐롤(60)은 새어머니가 된 아이샤보다 오히려 21살이나 더 많았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어하던 자녀들도 아버지의 삶에 생기와 행복이 되찾아온 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평소 철저한 건강 관리로 다져진 몸을 자부하던 피에르는 새로운 아이를 갖기를 원했다. 아이샤 역시 사랑하는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 뜻을 함께했다. 고령의 나이 탓에 주변에서는 반신반의했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결국 기적이 찾아왔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샤가 임신에 성공했고, 2025년 8월 건강한 딸 루이자 마리아를 출산했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피에르의 나이는 90세, 아이샤는 39세였다.
피에르가 이토록 늦은 나이에 건강한 아이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실천해 온 운동 덕분이다. 그는 79세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미국 뉴욕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42.195km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를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라톤 대회까지 잇따라 완주하며 강인한 심장과 체력을 증명했다. 매일 거르지 않는 가벼운 달리기와 균형 잡힌 식습관은 90대에도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는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다.

쏟아지는 시선과 흔들리지 않는 다짐
새 생명의 탄생은 큰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시선도 뒤따랐다. 일부 이웃과 누리꾼들은 “아빠가 아이의 성장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너무 일찍 떠나면 남겨진 아이는 어떻게 하느냐”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이에 대해 아이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경을 털어놓았다.
“아이를 일찍 혼자 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돈을 바라고 결혼했다는 식의 비난은 사실이 아니기에 참기 힘듭니다.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가정을 꾸렸고, 아기는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가장 자연스러운 축복입니다.”
실제로 피에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내와 함께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타며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몸은 피곤하지만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이들의 삶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속도로 걷고 있는 이 가족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피에르와 아이샤 부부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며 오늘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있는 서로에게 집중하며 매 순간 아낌없이 사랑할 뿐이다.
비록 남들보다 함께 보낼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짧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나누는 사랑의 깊이만큼은 그 어떤 시간의 한계보다 넓고 단단하다. 오늘도 피에르는 작은 딸의 손을 꼭 쥐며, 지나간 어제보다 눈부신 오늘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