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무서운 ‘오멘의 저주’ 666의 비밀
1970년대 세계 영화계는 두 편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해 거대한 공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1974년 ‘엑소시스트’가 퇴마라는 소재로 인간의 영혼을 흔들었다면, 2년 뒤인 1976년 개봉한 ‘오멘(The Omen)’은 ‘적그리스도’라는 성서적 공포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오멘’은 단순히 흥행에 성공한 공포 영화를 넘어, 제작 과정과 개봉 전후로 발생한 수많은 비극적 사건들로 인해 이른바 ‘오멘의 저주’라는 괴담을 탄생시켰다.
영화의 제목인 ‘불길한 징조’가 현실이 되어 제작진과 배우들의 삶을 파괴했다는 주장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악마의 아이 ‘데미안’과 헐리우드 신사 ‘그레고리 펙’
영화 ‘오멘’의 시작은 1973년, 밥 멍거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성경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짐승의 수 ‘666’을 몸에 새긴 적그리스도가 만약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어떨까 하는 가정이었다.
제작자 하비 버나드는 이 컨셉에 매료되어 시나리오 작가를 물색했으나, 소재의 불길함 때문에 많은 이들이 거절했다. 결국 TV 작가 데이비드 셀처가 펜을 잡으며 악마의 아들 ‘데미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경영난을 겪던 ‘20세기 폭스’는 경쟁사 워너브라더스의 ‘엑소시스트’ 성공을 지켜본 후, 이 작품에 사활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오멘’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여기서 벌어들인 자금은 훗날 영화사의 운명을 바꾼 ‘스타워즈’ 시리즈에 투자되는 기틀이 되었다. 파산 위기의 스튜디오를 악마의 아이가 구원한 셈이다.
제작진은 주인공 로버트 쏜 대사 역을 맡기기 위해 윌리엄 홀든, 찰턴 헤스톤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그들은 종교적 거부감과 불길함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대배우 그레고리 펙이었다.

평소 도덕적이고 신사적인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그는 이 영화를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심리 스릴러로 해석하고 출연을 승낙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과 맞물리게 된다. 출연 계약 직후 그의 아들 조너선 펙이 서른 살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악마인 줄 모르고 아들을 키우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결국 제 손으로 죽여야 하는 아버지의 운명이 현실의 비극과 묘하게 겹쳐지며, 사람들은 이를 ‘저주의 서막’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에서 쏟아진 ‘불길한 징조’들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제작진은 기이한 사고에 휘말렸다.
1975년 9월, 그레고리 펙이 촬영을 위해 영국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엔진에 벼락을 맞았다. 놀라운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 데이비드 셀처가 탄 비행기 역시 벼락을 맞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제작자 하비 버나드 역시 로마 출장 중 바로 옆에서 벼락이 치는 경험을 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의 집결을 막으려는 듯했다.
가장 아찔했던 사건은 리처드 도너 감독의 경비행기 예약 취소 사건이다. 감독은 항공 촬영을 위해 예약했던 비행기를 예산 문제로 직전에 취소했는데, 그 비행기를 대신 빌린 승객들은 이륙 직후 새 떼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 추락하며 전원 사망했다. 더욱 기괴한 것은 비행기가 추락하며 덮친 차량에 조종사의 아내와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감독이 계획대로 촬영을 진행했다면 ‘오멘’은 영영 미완성으로 남았을 것이다.
저주는 지상에서도 계속되었다. 제작진이 머물던 런던의 힐튼 호텔과 그들이 예약했던 레스토랑은 촬영기간 중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폭탄 테러로 파괴되었다.
동물들조차 평정을 잃었다. 묘지 장면 촬영 중 훈련된 로트와일러들이 갑자기 돌변하여 스턴트맨의 목을 물어뜯으려 했고, 사파리 촬영 중에는 원숭이들이 광분하여 차 유리를 깨부술 정도로 몰아붙였다. 촬영 직후, 인근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참변이 일어나며 현장은 순식간에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언론은 연일 ‘저주받은 영화’라는 헤드라인을 쏟아냈다.

숫자의 낙인과 끝나지 않는 악몽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영화의 특수효과 담당자 존 리처드슨에게 일어났다. 그는 영화 속에서 사진기자 제닝스가 유리판에 목이 잘려 나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영화 개봉 후인 1976년 8월13일, 그는 네덜란드에서 차를 몰고 가던 중 대형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이 날이 하필 13일의 금요일이었다.
함께 타고 있던 보조원이자 연인인 리즈 무어는 영화 속 장면처럼 목이 잘려 사망했다. 사고 직후 정신을 차린 리처드슨이 본 것은 길가에 세워진 이정표였다. 그곳엔 ‘Ommen(오멘까지) 66km’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네덜란드의 지명인 ‘오멘’과 악마의 숫자 ‘666’이 결합된 이 사건은 ‘오멘의 저주’를 단순한 괴담에서 확신으로 바꾸어 놓았다.
저주의 그림자는 2006년 제작된 리메이크작 ‘오멘 2006’까지 따라붙었다. 촬영 중 필름 1만 3500피트가 원인 불명으로 손상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데미안의 머리카락 속 666 표식을 확인하는 핵심 장면이었다.
현장 조명이 갑자기 폭발하여 배우 리브 슈라이버가 부상을 입는가 하면, 현장 계량기에 숫자 ‘666’이 찍히는 등 기이한 현상은 반복되었다.
원작에서 데미안 역을 맡았던 아역 배우 하비 스펜서 스티븐스 역시 성인이 된 후 폭행 사건으로 법적 처벌을 받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며 저주론에 무게를 더했다.

영화 ‘오멘’은 시각적인 잔인함보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압박과 ‘불길한 예감’이 주는 공포가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증명했다. 리처드 도너 감독은 끝까지 이 영화를 ‘호러’가 아닌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에서 벌어진 비극들은 이 영화를 역사상 가장 오싹한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영화의 마지막, 살아남은 데미안은 대통령의 손을 잡고 뒤를 돌아보며 관객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짓는다. 이 결말은 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며, 우리 곁에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불길한 메시지를 던진다. 어쩌면 현실의 저주야말로 영화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데미안의 마지막 인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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