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사연

어느 말기 암 환자의 마지막 외출


2017년 11월 22일, 호주 퀸즈랜드주의 뜨거운 햇살 아래 구급차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차 안에는 폐암 말기로 생의 마지막 불꽃이 희미해져 가던 95세 할머니, 조이스 린드먼(Joyce Linney)이 누워 있었다.

그녀는 완화 의료를 위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송되던 중이었다. 덜컹거리는 구급차 안에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조이스 할머니는 곁을 지키던 구급대원 그레임 쿠퍼(남)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나직이 읊조렸다.

“다시는 저 푸른 바다를 보지 못하겠지…”

그것은 누구를 향한 요청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노인이 던진, 세상에 대한 마지막 미련이자 서글픈 고백이었다.

할머니의 떨리는 음성을 들은 그레임과 동료 대원 대니엘 케런(여)은 서로의 눈을 맞췄다.

규정대로라면 즉시 병원으로 향해야 했지만, 그들은 본부에 무전을 쳤다. “환자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본부의 허락이 떨어지자 구급차는 행선지를 틀어 인근 허비 베이(Hervey Bay)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에 도착한 대원들은 할머니가 누워 있는 이동식 침대를 조심스럽게 꺼내 모래사장 근처로 옮겼다. 조이스 할머니의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태평양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레임은 할머니가 바다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비닐 주머니에 바닷물을 담아왔다. 할머니는 주름진 손을 뻗어 차가운 바닷물에 손끝을 담갔고, 입가에는 아이 같은 미소가 번졌다.

“이 물을 마셔봐도 될까요?” 할머니는 바다의 맛조차 잊고 싶지 않은 듯 물으셨고, 그레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손에 묻은 바닷물을 혀끝에 대보며,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마주한 소중한 감각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구급대원 대니얼 케런(왼쪽)과 그레임 쿠퍼(오른쪽).

이 뭉클한 순간은 동료 대원이 찍은 사진 한 장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 속에서 제복을 입은 구급대원 그레임은 바다를 바라보는 노인의 침대 곁을 묵묵히 지키고 서 있었다. 조이스 할머니는 그로부터 며칠 뒤 가족들의 배웅 속에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퀸즈랜드 구급서비스(QAS)가 SNS에 이 사진을 공개하자 수십만 개의 ‘좋아요’와 공유가 이어졌다. 단순히 환자를 이송하는 업무를 넘어, 한 인간의 존엄과 마지막 소망을 귀하게 여긴 대원들의 마음씨에 전 세계가 경의를 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