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사연

세상을 바꾼 ‘비닐봉지 메시’ 소년


2016년 겨울, 아프가니스탄 동부 가즈니주의 황량한 고원 지대.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그곳에서 다섯 살 소년 무르타자 아흐마디(Murtaza Ahmadi)는 매일같이 낡은 축구공을 찼다.

소년의 우상은 지구 반대편 스페인에서 뛰는 리오넬 메시였다. TV조차 귀한 마을이었지만, 소년은 이웃집 화면에서 본 메시의 현란한 드리블을 매일 밤 꿈속에서 복기했다.

“아빠, 나도 메시 이름이 적힌 파란 줄무늬 유니폼을 갖고 싶어요.”

농부인 아버지 아리프 아흐마디는 아들의 간절한 눈망울을 외면해야만 했다. 전쟁의 포화가 가시지 않은 땅에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수십 달러짜리 정품 유니폼은 사치였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실망한 무르타자는 며칠을 울며 지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형 호마윤의 가슴은 미어졌다.

형 호마윤은 쓰레기더미 옆에서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는 비닐봉지 뭉치를 발견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상징인 ‘알비셀레스테(하늘색과 흰색)’를 닮은 봉지였다. 형은 정성스럽게 봉지의 양옆과 아래를 오려 조끼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검은색 매직으로 투박하지만 진심을 담아 적었다. ‘MESSI’, 그리고 그 아래엔 등번호 ’10’.


그 조잡한 비닐 조끼를 입은 무르타자의 뒷모습이 SNS에 올라왔을 때, 전 세계는 숨을 죽였다. 가난의 비참함보다 더 눈부신 것은, 비닐 조끼를 입고도 메시가 된 듯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공을 차는 소년의 ‘순수함’이었다.

이 사진은 리오넬 메시의 눈에 띄었고, 기적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메시는 유니세프를 통해 친필 사인이 담긴 진짜 유니폼을 보냈지만, 그것으로 충분치 않았다. 2016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친선 경기 현장. 무르타자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영웅의 손을 잡았다.

경기 시작 전, 소년은 메시의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았다. 심판이 소년을 안아 들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려 할 때도, 무르타자는 마치 꿈에서 깨기 싫은 아이처럼 메시의 바짓가랑이를 꼭 붙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눈시울은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소년의 삶이 탄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다. 유명세 때문에 탈레반의 타깃이 되어 고향을 떠나 피난민 생활을 해야 했고, 유니폼을 빼앗길까 봐 밤잠을 설쳐야 했던 시련도 있었다. 그럼에도 무르타자는 말한다. “메시를 만난 그 5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나는 여전히 축구 선수를 꿈꿔요.”

무르타자의 비닐봉지는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가장 높은 열망의 상징이었다. 소년의 이야기는 보도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꿈은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고,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비닐봉지라도 뒤집어쓸 용기가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