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초자연현상

강철 군함의 순간이동 ‘필라델피아 실험’의 진실


1943년 10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 삼엄한 경비 속에서 최첨단 자기장 장치를 장착한 구축함 ‘USS 엘드리지 호’가 정박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미 해군이 야심 차게 준비한 이른바 ‘레인보우 프로젝트’의 최종 단계였다.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투명 군함’을 만들겠다는 이 실험은, 인류가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물리법칙의 금기를 깨뜨리며 현대사에서 가장 기괴하고 끔찍한 미스터리를 남겼다.

수천 톤의 강철 군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나타난 그날, 과연 필라델피아 항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공간 이동, 버지니아에서 나타난 유령선

실험의 핵심 이론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통일장 이론’이었다.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의 공식으로 통합하여 강력한 에너지장을 형성하면, 빛을 굴절시켜 물체를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가설이었다. 당시 실험실에는 니콜라 테슬라와 폰 노이만 같은 당대 최고의 천재 과학자들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오전 9시경, 엘드리지 호에 설치된 거대한 발전기들이 굉음을 내며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선체 주변으로 기묘한 녹색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배 전체를 감싸 안았다. 구경하던 해군 관계자들과 과학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안개가 걷힌 그곳에는 파도만이 일렁일 뿐, 수천 톤의 구축함 엘드리지 호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레이더뿐만 아니라 인간의 육안에서도 완벽히 사라진 순간이었다.


엘드리지 호가 필라델피아에서 사라진 그 시각, 약 320km 떨어진 버지니아주 노퍽(Norfolk) 항구에서는 믿기 힘든 보고가 들어왔다. 수 분 동안 노퍽 앞바다에 엘드리지 호와 똑같이 생긴 군함이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처럼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공간 이동’이었다. 단순히 빛을 굴절시켜 숨기는 ‘스텔스’ 실험이 예상을 뛰어넘는 과부하를 일으키며 시공간의 틈을 열어버린 것이다. 약 15분 후, 엘드리지 호는 다시 필라델피아 항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시 나타난 배의 상태는 목격자들의 평생을 괴롭힐 만큼 참혹하고 기괴했다.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배 위로 올라간 수색팀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옥도였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승조원들의 상태였다. 일부 군인들은 강철로 된 갑판이나 벽체 속에 몸이 박힌 채 발견되었다. 마치 분자 단위로 분해되었다가 다시 결합하는 과정에서 선체와 인체가 뒤섞여버린 듯했다. 벽에서 상반신만 튀어나온 채 죽어있는 병사, 갑판 아래로 다리가 파묻힌 채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병사들이 가득했다.

살아남은 자들도 온전치 않았다. 어떤 이들은 갑자기 몸이 투명해지며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가 며칠 뒤에 나타나기도 했고, 상당수는 극심한 정신 분열과 환각 증세에 시달리다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미 해군은 즉시 실험을 전면 중단하고 모든 기록을 일급비밀로 분류하여 폐기했다.


이 사건은 1955년, UFO 연구가 모리스 제섭(Morris Jessup)에게 배달된 의문의 편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자신을 ‘카를로스 미겔 얼렌드’라고 밝힌 발신인은 자신이 당시 실험을 옆에서 지켜본 목격자라고 주장하며 상세한 내막을 폭로했다. 그는 미 해군이 ‘통일장 이론’을 이용해 시공간을 조작했으며, 그 대가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낱낱이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실험은 단순한 도시 전설일까, 아니면 인류가 통제하지 못한 과학의 비극일까.

천재들의 이름과 뒤섞인 허구

이 사건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기괴하고 끔찍한 미스터리로 기록됐지만, 사실은 거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다.

이 실험의 매혹적인 점은 당대 최고의 천재 과학자들이 거론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공식, 니콜라 테슬라의 코일, 폰 노이만의 연산 기술이 집약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차가운 역사적 사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니콜라 테슬라는 실험 예정일 전인 1943년 1월에 이미 사망했다.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통일장 이론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론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물 군함을 이동시키는 장치를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놀라운 이야기를 처음 UFO 연구가 모리스 제섭에게 알린 카를로스 미겔 얼렌드(본명 카를 알렌)는 훗날 조사 결과, 평소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던 인물로 밝혀졌다. 그의 편지 외에는 엘드리지 호의 공간 이동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물리적 증거나 다른 신뢰할 만한 목격자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미 해군이 공개한 항해 일지에 따르면, 엘드리지 호는 1943년 8월 27일에 취역했으며, 실험이 있었다고 주장되는 10월 내내 뉴욕항 근해와 바하마 인근에서 호송 임무 및 훈련 중이었다. 즉 필라델피아에 정박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당시 목격자들이 보았다는 기이한 현상들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역사학자들은 전시 상황의 특수 작전이 민간인의 눈에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당시 미 해군은 독일의 자기 기뢰(배의 자성을 감지해 터지는 기뢰)를 피하기 위해 선체의 자성을 없애는 ”자기소거'(Degaussing) 작업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전류가 흐르며 발생할 수 있는 ‘전기적 소음’이나 ‘푸른 빛'(코로나 방전)이 목격자들에게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오해받기에 충분했다.

실제 카를 알렌이 목격했다는 ‘공간 이동’ 역시 해군이 수행하던 자기 소화 작업 중 발생한 ‘세인트 엘모의 불'(St. Elmo’s Fire) 현상을 오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강한 전계(Electric field) 내에서 발생하는 발광 현상으로, 돛대 끝이나 선체 주변에 도깨비불처럼 나타난다. “기묘한 녹색 안개”가 실제로는 기상 현상이나 전기적 방전 현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공포가 빚어낸 현대판 신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 실험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모론자들은 여전히 실제 실험이 있었다고 믿고 있다. 특히 모리스 제섭은 1959년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음모론자들은 이를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의 소행’이라 믿으며, 이 신화에 비극적인 무게감을 더했다.

일부 대중들도 여전히 이와 비슷한 실험이 실제 있었거나 진행중일 것이라는 믿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통제할 수 없는 과학 기술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 때문일 것이다. 미스터리한 녹색 안개는 사라졌지만, 그 이야기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인간은 때때로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환상을 믿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필라델피아 실험은 비극적인 실제 사건이 아니라, 과학의 비약적 발전기에 탄생한 가장 매혹적인 현대판 신화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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