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년 만에 밝혀진 ‘이집트 미라’ 살인의 기억
지난 1834년 이집트의 고대도시 테베(현 룩소르)에서 미라가 발견됐다. 영국의 부유한 상인인 토마스 그렉은 이 미라를 사들여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로 옮겼다.
미라는 머리카락과 피부 상태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여서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왔다. 이후 북아일랜드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고,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미라는 ‘타카부티’(Takabuti)로 명명됐다.
이집트 고고학자인 에드워드 힉스 박사는 미라가 수 천 년 간 간직해 온 상형문자를 해독했다. 여기에는 그녀에 대한 인적사항이 담겨 있었다. 타카부티는 2600년 전 이집트 25대 왕조 말기 테베에서 살았다.
또 이 여성의 아버지인 네파레는 이집트 신화 속 신인 아문(Amun)을 숭배하던 사제였고, 어머니 타세니릿은 가정주부였다. 또 이 여성은 사망 당시 결혼한 상태였고 연령이 20대라는 것도 확인됐다.
키는 152cm였다. 죽은 후에는 하츠셉수트 신전 근처에 묻혔다. 생전의 신분은 매우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라에 대한 연구는 과학이 발달되면서 급진전됐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과 퀸즈대학 공동 연구진은 이 미라를 대상으로 엑스레이(X-ray) 및 CT 분석을 진행했다. 완벽 보존된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방사성 탄소 분석 등을 통해 미라의 역사가 기원전 6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DNA를 분석한 결과, 미라의 주인인 여성의 외모나 혈통은 현대의 이집트인보다 유럽인에 훨씬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타카부티의 어머니는 유럽계나 백인계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CT 스캐닝을 하면서 깜짝 놀랄만한 것을 발견했다. 미라의 등 위쪽과 왼쪽 어깨 부위에 큰 칼자국이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등 뒤에서 칼로 내리 찌른 모양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상처가 이 여성이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이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2600년 동안 이 여성의 몸에 간직하고 있던 ‘살인의 기억’을 밝혀냈던 것이다.
퀸즈대학의 생물학 전문가인 엘린 머피 교수는 “‘타카부티’는 관 속에 매우 평화롭게 누워있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미라는 왼쪽 어깨 부위에 여전히 명확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이 상처가 여성을 빠르게 죽음으로 내몰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의 몸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치아가 정상범위를 넘는 33개였고, 척추뼈도 보통 사람보다 한 개 더 많은 희소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희소 증상이 나타날 확률은 전체 인구의 약 2%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여성의 미라에는 심장이 있었다. 이전의 검사에서는 심장이 소실됐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번에 새로 확인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시신에서 장기들을 모두 제거했지만 심장을 그대로 남겨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후세계에서 심장의 무게를 달아야 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고학 큐레이터인 그리어 램지 박사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발견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엑스레이, CT스캔, 헤어 분석, 라디오 탄소 연대 측정 등을 했다”며 “이번에 새롭고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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