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새끼 ‘1만 마리’ 출산한 세계 최고령 악어


지구상에 생존하는 파충류 중 가장 거대하고 위협적인 존재를 꼽으라면 단연 악어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 대륙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해 온 나일악어는 압도적인 크기와 치명적인 공격성으로 인류에게 오랜 공포의 대상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주의 ‘크록월드 보호센터’에는 전 세계 파충류 학계와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특별한 주인공이 살고 있다. 포획 기록을 바탕으로 학계와 기관에서 현존 최고령으로 강력히 추정되는 나일악어 ‘헨리(Henry)’다.
이 악어는 공식·비공식 기록을 통틀어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헨리의 일대기 뒤에는 흥미로운 사실과 함께,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사뭇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인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 130년의 세월

우선 헨리의 나이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헨리의 출생년도를 1900년 12월16일로 알고 있지만, 보호센터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이날은 헨리가 태어난 날이 아니라 인간에게 ‘포획된 날’이다.

헨리의 고향은 남아공의 이웃 나라인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다. 1900년 포획 당시 헨리는 이미 몸집이 거대한 성체 악어였다. 학자들이 악어의 성장 속도와 골격 등을 바탕으로 역산한 결과, 포획 당시 헨리의 나이는 최소 4~5세로 추정되었다. 즉 헨리의 실제 출생년도는 1895년 혹은 1896년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주의 ‘크록월드 보호센터’와 헨리 소개 안대판.

2026년 현재 헨리의 나이는 약 130세에 달한다. 인류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발명하며 우주로 향하는 동안 이 악어는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온 셈이다. 야생 나일악어의 평균 수명이 45년에서 60년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 수명의 두 배를 훌쩍 넘겨 생존하고 있는 경이로운 수치다.

헨리를 둘러싼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그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식인 악어’였다는 전설이다. 과거 보츠와나 부족민들이 공포에 떨며 사냥꾼을 고용했다는 이야기는 극적인 흥미를 위해 각색된 측면이 크다.


당시 오카방고 삼각주 인근 부족들이 유명한 코끼리 사냥꾼이었던 ‘헨리 뉴먼(Henry Neumann)’에게 도움을 요청한 진짜 이유는 인명이 아니라 ‘경제적 피해’ 때문이었다. 성체 나일악어였던 헨리는 원주민들이 생계 수단으로 기르던 소와 염소 등 가축들을 지속적으로 습격했다. 마을의 자산인 가축이 반복해서 사라지자 부족의 생존이 위협받았고, 결국 포획 작전이 전개되었다.

보호센터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헨리.

사냥꾼 헨리 뉴먼은 며칠간의 추격 끝에 이 거대한 악어를 산 채로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생포된 악어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딴 ‘헨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헨리는 여러 소유주를 거치며 정착하지 못하다가, 1985년 약 90세의 나이로 현재의 크록월드 보호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생태계의 거인, 그리고 남다른 번식력

현재 헨리의 신체 스펙은 압도적이다. 몸길이는 약 5m에 달하며, 몸무게는 700kg을 가뿐히 넘긴다. 간혹 나일악어가 현존하는 악어 중 가장 큰 종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지만, 생물학적 분류상 가장 거대한 악어는 ‘바다악어’다.
최대 6~7m까지 자라며 무게가 1톤에 육박한다.
나일악어는 그다음인 세계 2위의 대형 악어 종이다. 비록 대형 종 중에서 2위라 할지라도, 눈앞에서 마주하는 5m의 몸집은 나일악어의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크기로 공룡의 후예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위용을 자랑한다.


보호센터로 이주한 이후 헨리는 종 보존 측면에서도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시설 내에서 총 6마리의 암컷 악어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고 있고, 지금까지 1만 마리가 넘는 새끼를 번식시킨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악어는 파충류 중에서 드물게 강한 모성애를 보이는 동물이다. 특히 나일악어는 암컷이 알을 모래 속에 묻은 후 새끼가 깨어날 때까지 몇 달 동안 곁을 지키며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한다.

보호센터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헨리.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올 때가 되면 소리를 내어 어미에게 신호를 보내고, 어미는 입안에 새끼들을 조심스럽게 넣어 물가로 이동시키는 지극한 돌봄 행동을 보인다. 헨리가 이토록 많은 자손을 퍼뜨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와 짝을 이룬 암컷들의 지극한 모성애와 보호센터의 관리가 더해져 높은 생존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기존의 일부 잘못된 정보들은 호주의 바다악어인 ‘미스터 프레시’가 140세까지 살다가 2010년에 폐사하여 역대 최장수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헨리는 2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 왜곡이다.

호주 퀸즈랜드주에 살았던 ‘미스터 프레시’는 자연 생태계에서 한쪽 눈을 잃은 채 인간과 유대감을 쌓아 유명해진 악어다. 그는 2016년에 폐사했으며, 사망 당시 추정 나이는 140세가 아니라 약 40세였다. 호주 민물악어는 나일악어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고 수명 역시 50년을 넘기기 힘들다.

보호센터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헨리와 암컷들.

따라서 잘못된 수치 오류로 만들어진 미스터 프레시의 140세 설은 허구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인간의 관리하에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세계 최고령 악어의 왕관은 포획 기록이 문서로 남아있는 ‘헨리’의 몫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헨리보다 나이가 많다고 주장하는 악어들도 있다. 예를들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동물원의 미국앨리게이터 ‘무자’는 1937년 입소 당시 성체였으며 현재까지 생존해 있어 헨리와 최고령 타이틀을 다툰다. 헨리가 1위인 이유는 정확한 포획 일자(1900년)가 문서로 기록되어 역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30년 전 보츠와나의 야생 늪지대에서 태어나 가축을 사냥하던 청년 악어는, 이제 지구 반대편의 보호소에서 인류의 근현대사를 몸소 증명하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자리 잡았다. 크록월드 보호센터 측은 헨리가 고령 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한 식욕을 유지하고 있으며, 철저한 식단 관리와 온도 조절을 통해 앞으로도 그의 장수 기록이 갱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