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년 만에 외관 완성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중심가에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일같이 돌을 깎고 다듬는 거친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 있다.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사망 당시 남성·73세)가 온 삶을 바쳐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의 공사 현장이다.
1882년 땅을 파고 첫 돌을 놓은 이래 무려 144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성당은 마침내 바깥쪽 건물을 모두 올리며 온전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한 세대를 넘어 여러 세대에 걸친 사람들의 손길과 땀방울이 이어지며 완성된 이 거대한 건축물은, 인류의 끈기와 예술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로 평가받는다.
불타버린 설계도, 눈을 감고 길을 찾아 나선 후대의 장인들
이 장대한 여정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3년, 당시 서른 살이던 젊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남)는 성당의 전체 설계를 맡으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 “자연은 신이 만든 최고의 건축물”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인공적인 직선보다는 자연이 선물한 부드러운 곡선에 주목했다.
그 결과 성당 안쪽에 세워진 돌기둥들은 곧게 뻗은 일반적인 대리석 기둥이 아니라, 마치 울창한 숲속의 아름드리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성당 내부로 걸어 들어가 천장을 바라보면, 나뭇잎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가우디는 이 거대한 건물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다 끝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주위의 걱정 섞인 목소리에 늘 “내 건축주는 서두르지 않으신다”라며, 신을 향한 깊은 믿음과 함께 후세의 사람들이 이 일을 반드시 이어갈 것이라는 확신을 보였다. 실제로 그는 1926년, 전차에 부딪히는 뜻밖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0여 년 동안을 이 성당 안의 작은 작업실에서 먹고 자며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가우디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후, 성당을 짓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1930년대 스페인에서 일어난 스페인 내전으로 인해 성당 건물의 일부가 불에 타는 아픔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가우디가 남긴 유일한 설계 도면과 입체 모형마저 대부분 부서지고 말았다.

앞길이 막막해진 상황이었지만, 뒤를 이은 건축가들과 장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깨진 도면 조각들을 정성스럽게 모으고, 가우디가 평소에 남긴 글과 건축 철학을 깊이 연구하며 희미해진 발자국을 한 걸음씩 따라가기 시작했다.
설계도를 잃어버린 건축물을 지어 올리는 일은 마치 눈을 감고 낯선 길을 찾는 것만큼이나 고된 과정이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정성과 전 세계에서 답지한 후원금, 그리고 대를 이어 참여한 석공들의 집념이 건물을 조금씩 위로 올려 세웠다. 돌 하나를 정교하게 깎아 맞추는 데 며칠씩 걸리는 힘겨운 작업이었지만, 장인들은 가우디가 꿈꾸었던 하늘의 모습을 땅 위에 그대로 재현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냈다.
그리고 2026년 6월10일, 마침내 성당의 18번째 탑이자 가장 중심에 자리 잡은 최고 높이의 ‘예수 그리스도 탑’이 완성되었다. 성당은 예수의 탄생과 고난, 그리고 영광을 나타내는 세 개의 커다란 문(파사드) 위로 18개의 높은 탑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평생을 바쳐 ‘돌로 된 성경책’을 만들겠다던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에 이루어진 결실이다.
가장 높은 중앙 탑이 마침내 제 자리를 찾으면서, 성당은 높이 172.5미터에 이르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종교 건축물로 우뚝 섰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신의 창조물인 자연보다 높을 수는 없다는 가우디의 뜻에 따라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언덕 몬주익(173m)보다 약간 낮다.
마지막 탑의 꼭대기에 커다란 별 모양의 돌 조형물이 얹히고 환하게 불빛이 켜지던 날,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이들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감탄과 탄성이 흘러나왔다.
건물이 한 층씩 올라가는 동안 세상은 참 빠르게 변했다. 마차가 느릿느릿 다니던 흙길에는 자동차와 지하철이 들어섰고, 장인들의 투박한 정과 망치 대신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과 삼차원(3D) 인쇄 기술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러한 첨단 기술들은 공사 기간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19세기 아날로그 시대에 시작된 한 인간의 꿈이,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거쳐 마침내 현실이 된 셈이다.

외관은 완성되었지만… 앞으로 남은 10년의 과제
다만 이번에 마무리된 것은 건물 바깥쪽의 전반적인 외관 공사일 뿐이다. 성당의 주 출입구(정문)가 될 ‘영광의 문’ 주변 공사와 건물 내부의 세부적인 장식 공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가우디가 처음에 설계했던 대로 성당 앞쪽에 넓은 광장을 조성하려면, 현재 성당 주변에 들어서 있는 여러 상업 시설과 주거 건물을 헐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오랜 세월 이곳에서 삶을 일구어온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외관은 웅장한 모습을 갖추었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완전히 문을 열기까지는 앞으로도 10년 정도의 세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외관을 완성한 것은 단순히 거대한 건축물 하나가 새로 지어졌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한 인간의 깊은 상상력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단단한 끈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해 준 역사다.
이제 오랜 세월 동안 성당을 둘러싸고 있던 철제 크레인과 먼지 날리던 가림막은 모두 걷혔다. 공사 중인 성당의 모습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바르셀로나의 하늘은, 이제서야 온전하고 부드러운 성당의 실루엣을 품에 안게 되었다.
백 년 넘게 돌을 쪼던 장인들의 거친 손길은 잠시 멈추었지만, 성당 내부를 가득 채운 무지갯빛 유리창(스테인드글라스)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아침 햇살이 낮게 스며든다. 144년 동안 매일같이 다르게 흘러갔던 시간은, 이제 이 고요한 공간 속에서 영원히 멈추지 않을 이야기로 흐르기 시작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