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진흙밭서 로마시대 황금 반지 발견해 횡재한 트럭 운전사


영국의 평범한 시골 마을에서 땅속에 묻혀 있던 1700년 전 로마 시대의 황금반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물찾기를 취미로 삼던 한 은퇴 군인이 금속탐지기로 찾아낸 이 반지는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발견자에게 평생의 짐이었던 빚을 청산해 주는 뜻밖의 행운까지 안겨주었다.

낡은 탐지기가 울린 날, 밭두렁에서 마주한 역사

영국 윌트셔주 에임즈버리에 사는 케빈 민토(68)는 군대에서 제대한 뒤 트럭을 몰며 생계를 이어왔다. 주말이면 금속탐지기를 들고 들판을 거니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지난 2017년, 그는 서머싯주 일민스터 인근의 한 개인 사유지에서 열린 금속탐지 동호회 행사에 참여했다.

민토가 흙먼지가 날리는 밭을 헤매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탐지기에서 날카로운 신호음이 울렸다. 처음 파낸 흙 속에서는 고대 로마 시대의 구리와 은이 섞인 동전 몇 개가 나왔다. 뜻밖의 수확에 기뻐한 그는 행사 주최 측과 지역 문화재 담당관에게 이 사실을 곧바로 알렸다.

진짜 기적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듬해인 2018년, 그는 오랜 친구인 필 코스텔로와 함께 같은 자리를 다시 찾아가 조금 더 깊은 곳을 수색했다. 그때 둔탁한 신호음과 함께 주먹만 한 흙더미 속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노란빛 물체가 나타났다. 흙을 털어내자 묵직한 황금반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훗날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 ‘일민스터 반지’라고 불리게 된 유물이었다.


이 반지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다. 무게가 무려 48그램에 달하는 대형 금반지로, 성인 남성의 손가락에도 헐거울 만큼 커다란 크기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반지 중앙에 박힌 보석 장식이었다. 보석의 표면에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가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를 몰고 질주하는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지역 문화재 재단인 사우스웨스트 헤리티지 트러스트의 전문가들이 정밀 감정한 결과, 이 반지는 서기 279년에서 297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당시는 로마 제국이 영국 땅을 지배하며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이던 격동의 시기였다.

전문가들은 반지의 엄청난 무게와 세공 수준으로 보아, 이 반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로마 군대의 최고위 장성이나 황실의 고위 관료, 혹은 엄청난 부를 쥔 대지주의 소유물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00년 전 영국 땅을 호령하던 누군가가 들판을 지나다 잃어버린 유물이, 긴 세월을 버틴 끝에 현대의 은퇴 군인 손에 들어온 셈이다.

법에 따른 정당한 보상, 집을 짓누르던 빚을 털어내다

영국은 민간인이 오래된 유물을 발견했을 때 법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가 유물의 가치를 공정하게 매긴 뒤, 유물을 보존할 박물관이 그 금액을 지불하고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때 지급되는 매입 대금은 유물이 발견된 땅의 주인과 유물을 발견한 사람이 정확히 절반씩 나누어 갖는다.


문화재 재단은 이 반지를 포함해 민토가 발견한 유물들을 총 7만 8010파운드(약 1억 5000만 원)에 사들이기로 공식 발표했다. 이 중 반지 하나의 가치만 7만 5000파운드(약 1억 4000만 원)에 달했다.

이중 절반의 금액이 발견자 측에 돌아왔고, 민토는 발견 당시 함께 자리에 있었던 친구 코스텔로와 자신의 몫을 다시 공평하게 나누었다. 최종적으로 민토의 손에 쥐어진 돈은 약 1만9500파운드(약 3500만 원)였다. 아주 큰 부자가 될 만한 액수는 아니었지만, 평생 성실하게 일해온 노년의 트럭 운전사에게는 삶의 숨통을 틔워주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민토는 보상금을 받자마자 오랜 시간 마음을 짓누르던 주택담보대출 잔금을 모두 갚았다. 빚을 청산한 그는 매주 꼬박 꼬박 일해야 했던 트럭 운전 근무 일수를 줄이고 여유로운 노후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교실에서 박물관으로, 들판에 남겨진 또 다른 이야기

민토는 이번 발견을 두고 “모든 금속탐지 동호인이 평생 꿈꾸는 순간이 나에게 찾아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아울러 “반지의 크기와 품질로 보아 당시 이곳에 아주 중요한 인물의 거처가 있었을 것 같다”며, 여전히 그 들판 아래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이야기가 묻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재단 측에 매입된 일민스터 반지는 곧바로 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가지 않는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 역사의 숨결을 전하기 위해 서머싯 지역의 초등학교들을 순회하는 교육 전시 프로그램에 먼저 쓰일 예정이다. 아이들과의 만남이 끝나면 톤턴 시에 있는 서머싯 박물관에 자리를 잡고 대중에게 상시 공개된다.


오래 전 로마의 한 권력자가 손가락에 끼고 들판을 누볐던 황금반지는, 긴 침묵 끝에 한 평범한 노병의 삶을 지탱해 주는 따뜻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차가운 쇼케이스 안에서, 자신을 보러 올 수많은 사람에게 지나간 시간의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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