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45년 만에 드러난 ‘쌍둥이 자매’ 두 명의 아버지


영국에 사는 라비니아 오스본과 미셸 오스본 자매는 1976년의 어느 날, 같은 어머니의 몸에서 몇 분 간격으로 세상에 나왔다. 외모는 조금 달랐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분신처럼 여기며 자랐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될 때까지 두 사람은 자신들이 당연히 한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두 장의 유전자 검사 결과지는 이들이 평생 알아온 가족의 형태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한 어머니에게서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자매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과학적으로 매우 드문 이 사연은 영국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첫 번째 사례로 확인되면서, 가족의 의미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마법 같았던 자매, 유전자 검사 키트를 열다

두 자매의 어린 시절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미혼모인 어머니는 겨우 열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쌍둥이를 낳았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아이들의 곁을 자주 비웠다. 자매는 친척 집과 여러 보호자의 손을 거치며 자라야 했다.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자매가 온전히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서로뿐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특별한 유대감이 있었다. 미셸은 영국의 한 언론과의 만남에서 “쌍둥이만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며 “내가 마음이 힘들면 라비니아가 먼저 알아채고, 라비니아가 아프면 나도 통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린 시절 라비니아가 다리에 뜨거운 물을 쏟아 데었을 때, 멀리 있던 미셸도 알 수 없는 통증을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미셸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작은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서 “어머니가 아버지라고 말해준 사람과 외모가 전혀 닮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의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고, 결국 미셸은 2021년 말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정용 유전자 검사기를 구입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늘 자신의 아버지라고 믿고 살았던 남성과 미셸 사이에는 유전적 연결 고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혀 알지 못하는 다른 남성이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일 가능성이 제기된 순간이었다.

50%가 아닌 25%의 공유, 과학이 말해준 뜻밖의 진실

처음에 라비니아는 미셸의 검사 결과를 듣고도 어머니의 말을 끝까지 믿고 싶어 했다. 유전자 검사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라비니아 역시 이듬해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어진 결과는 자매를 더 큰 충격으로 몰고 갔다.

보통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일반 형제자매나 이란성 쌍둥이는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절반씩 물려받기 때문에, 서로 간의 유전자 공유 비율이 평균 50% 안팎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두 자매의 유전자 분석 결과, 서로 공유하는 비율은 겨우 25%에 그쳤다. 이는 아버지가 다른 ‘반쪽 자매’들이 나타내는 전형적인 수치였다.

라비니아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한 순간, 이것이 거스를 수 없는 사실임을 깨달았다”고 당시를 돌이켜보았다. 평생 삶의 유일한 버팀목이자 확신이었던 쌍둥이 자매와의 관계마저 흔들리는 듯한 깊은 혼란과 슬픔이 밀려왔다.

이 믿기 힘든 현상은 의학계에서 ‘이부성 중복수정’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된다. 여성이 한 번의 생리 주기에 두 개 이상의 난자를 배란하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서로 다른 두 남성과 관계를 가져 각각의 난자가 서로 다른 정자와 만나 수정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은 극히 낮다. 전 세계적으로도 공식 학계나 문서에 기록된 사례는 20건이 채 되지 않는다.


진실을 마주한 미셸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진짜 아버지를 찾는 작업에 착수했다. 친가 쪽 친척으로 추정되는 인물들과 조심스럽게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마침내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미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언니 라비니아의 친아버지를 찾는 일도 도왔다. 라비니아의 유전자 정보를 추적해 런던에 살고 있는 한 남성을 찾아냈고, 추가 검사를 통해 그가 라비니아의 생물학적 아버지임을 최종 확인했다. 라비니아는 오랜 망설임 끝에 런던에서 친아버지를 직접 만났다.

자매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당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원히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자매는 자신들이 정확히 어떤 상황 속에서 잉태되고 태어났는지 끝내 알 길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어머니의 외로움과 삶의 상처들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 어머니의 과거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아버지를 찾은 후 두 자매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는 서로 조금 달랐다. 미셸은 자신을 둘러싼 뿌리를 명확히 알게 되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라비니아는 진짜 아버지를 만난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평생 아버지로 알고 지낸 사람에 대한 기억과 미셸과 아버지가 다르다는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피보다 진한 시간, 기적이 남긴 자리

오늘날 기술의 발전으로 집에서도 간편하게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과거에는 영원히 묻혔을 가족의 비밀이 뜻밖의 방식으로 세상에 드러나는 일이 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평생을 지탱해 온 정체성을 뒤흔드는 커다란 소용돌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폭풍 같은 진실 앞에서도 두 자매가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유대감은 무너지지 않았다. 미셸은 “나는 여전히 내 쌍둥이 언니를 깊이 사랑하며, 그 어떤 진실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단단하게 말했다. 라비니아 역시 자신들의 존재를 ‘기적’이라 표현하며, 그동안 함께 겪어온 삶의 궤적과 쌍둥이라는 끈은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이 말하는 평범한 가족의 기준은 이들 앞에서 힘을 잃었다. 비록 몸속에 흐르는 아버지의 피는 달랐지만, 거친 세상을 함께 버텨내며 나누었던 수많은 계절과 서로를 향한 온기는 유전자의 숫자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그들의 삶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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