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 ‘세계최고령 신문 배달원’ 등재된 92세 일본 여성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 4시, 사방이 컴컴하고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시간이다. 일본 후쿠시마현 다테시의 한 골목길에는 어김없이 바퀴 구르는 소리가 작게 울려 퍼진다.
올해(2026년)로 아흔 두 살을 맞이한 와타나베 요시에(여·92)가 손수레를 밀며 집을 나서는 소리다. 그의 손수레에는 오늘 아침 이웃들이 읽을 따끈따끈한 신문이 가득 실려 있다.
이 평범하고도 끈기 있는 할머니의 아침 일과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세계 기록을 인증하는 기관인 기네스 월드 레코드는 와타나베 씨를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여성 신문 배달원’으로 공식 인정했다. 화려한 무대 위 주인공이 아닌, 매일 아침 골목길을 묵묵히 걸어온 한 사람의 성실함이 일궈낸 결실이다.
서른 살에 찾아온 마을, 예순 살에 잡은 신문 뭉치
1934년 4월6일에 태어난 와타나베는 젊은 시절부터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친척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을 돕던 그녀는 서른 살이 되던 해에 결혼하며 지금의 후쿠시마현 다테시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녀가 처음부터 신문 배달을 직업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다. 세월이 흘러 자녀들을 키우고 남들이 은퇴를 고민할 나이인 예순 살 무렵,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동네 신문보급소에서 “배달할 사람이 부족하니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연락이 온 것이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고 있던 와타나베는 흔쾌히 신문 가방을 메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어섰다. 강산이 세 번 바뀌고 머리가 하얗게 세는 동안에도 그가 돌리는 신문 부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한 달에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단 하루의 휴일을 제외하고,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눈을 떠 이웃들의 집 앞으로 향했다.
와타나베의 배달 경로는 약 1.5킬로미터(km)에 달한다. 젊은 사람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거리일 수 있지만, 아흔을 넘긴 노인의 몸으로는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다. 매일 아침 이 길을 모두 도는 데는 꼬박 1시간 30분이 걸린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무릎과 허리가 예전 같지 않지만, 와타나베에게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 바로 신문을 싣고 다니는 작은 손수레다. 그는 “이제는 이 손수레가 내 몸을 지탱해 주는 지팡이 역할을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문의 무게를 버텨주던 수레가 이제는 그의 걸음을 돕는 버팀목이 된 셈이다.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야외 일인 만큼 고비도 많았다. 특히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손수레를 밀 수조차 없다. 그럴 때면 와타나베는 신문을 등에 나누어 지고 똑같은 길을 두 번씩 오가며 배달을 마쳤다. 춥고 미끄러운 길 위에서 몸 고생을 하면서도, 자신이 배달하는 신문을 기다릴 이웃들을 생각하면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세계 1등이 되어도 내일 아침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네스 세계기록에 이름이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와타나베는 그저 둥그레진 눈으로 “깜짝 놀랐다”는 소감을 전했다. 주변에서는 대단한 경사라며 축하를 건넸지만, 정작 본인은 “세계에서 최고가 되었다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많은 이들이 이제는 고된 일을 내려놓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도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와타나베의 대답은 한결같다. 세계 기록을 세웠다고 해서 그의 삶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내일 아침에도 나는 똑같이 일어날 것이고, 늘 걷던 길을 걸으며 신문을 돌릴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매일의 일과이니까요.”
그녀에게 신문 배달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나 기록을 세우기 위한 도전이 아니다. 매일 아침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호흡이자, 이웃과 세상을 연결하는 따뜻한 끈이다.
내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어둠을 뚫고 번져나갈 그의 부지런한 발걸음은, 빠르게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꾸준함이 가진 위대한 힘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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