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닮아 도축 직전 목숨 건진 흰 물소
이슬람의 가장 큰 명절인 ‘이드 알아드하’를 앞두고 모두가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던 방글라데시의 한 시골 농장, 수많은 가축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흰 물소 한 마리가 있었다. 몸무게가 700킬로그램에 달하는 이 커다란 동물은 보통의 검은 물소들과 달리 온몸이 하얀 ‘백색증'(알비노)을 앓고 있었다. 무엇보다 머리 위에 황금빛 털 뭉치가 소복하게 솟아 있는 것이 남달랐다.
2026년 5월, 이 희귀한 물소는 며칠 뒤면 축제의 제물로 쓰여 생을 마감할 예정이었다.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려 나가 도축 날짜만 기다리던 처지였다. 하지만 평범한 가축으로 사라질 뻔했던 이 물소의 운명은 소셜미디어(SNS)를 만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저 머리 모양,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물소의 주인인 지아우딘 므리다는 처음에 그저 남다른 가축을 키우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그의 남동생이었다. 그는 물소의 머리 위에 얹어진 노란 털 모양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머리 모양을 떠올렸다. 남동생은 장난삼아 물소를 ‘도널드 트럼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재미 삼아 지은 이름은 농장을 찾은 이웃들의 눈길을 끌었고, 물소의 영상이 SNS에 올라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노란 앞머리를 정성스럽게 빗어 넘긴 듯한 물소의 모습은 전 세계 누리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농장은 물소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 물소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성격이 매우 온순하다. 피부가 약한 백색증 특성상 뜨거운 햇볕을 피해 자주 물을 뿌려주어야 하는 까다로운 가축이었지만, 사람을 잘 따라 농장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국적인 관심이 쏟아지자 방글라데시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물소를 보겠다고 매일 엄청난 인파가 좁은 시골 농장으로 몰려들면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제물용으로 판매된 이 ‘국민 스타’가 예정대로 도축될 경우, 대중의 실망과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도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방글라데시 내무부 장관이 직접 움직였다. 정부는 물소를 이미 구매한 사람을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대금을 전액 돌려주었다. 정부가 직접 예산을 들여 가축을 되산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례적일 정도로 높은 대중의 관심과 현장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도축을 중단하고 국가가 직접 보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죽음의 순서만 기다리던 물소는 극적으로 살아남아 수도 다카에 있는 국립동물원으로 이송이 결정됐다. 농장을 떠나던 날, 농장 직원들과 주민들은 이 특별한 동물에게 마치 왕을 배웅하는 듯한 성대한 송별식을 열어주었다.
물소가 걸어가는 길에는 빨간 카펫이 깔렸고, 몸에는 화려한 장식 천이 덮였다. 출발 신호와 함께 하늘에는 색색의 폭죽 가루가 날렸다. 도축장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와 국립동물원의 영구 보호 대상이 된 동물에게 보내는 인간들의 축하였다.
사라진 이름표, 그러나 이어지는 발걸음
현재 다카 국립동물원으로 이송된 물소는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전담 사육사들이 매일 빗질로 트레이드마크인 금빛 머리털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수시로 시원한 물을 뿌려준다. 이제 동물원에는 이 물소를 보기 위해 매일 수천 명의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물소는 방글라데시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동물원 측은 정치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물소의 우리 앞에 붙어 있던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표를 조용히 떼어냈다. 특정 국가의 정상 이름을 가축에게 계속 붙여두는 것이 외교적으로 매끄럽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름표가 사라졌다고 해서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끊기지는 않았다. 여전히 수많은 관람객이 이 특별한 물소를 보기 위해 동물원을 찾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매년 명절마다 수천만 마리의 가축이 제물로 바쳐진다. 그 엄격한 전통의 굴레 속에서, 한 가축이 단지 누군가를 닮았다는 이유로 목숨을 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름표는 사라졌지만, 그 이름이 선물한 기적 같은 삶은 동물원의 푸른 울타리 안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가축 중 하나로 사라질 뻔했던 생명이 대중의 관심이라는 작은 우연을 만나 이어가게 된 하루하루는, 보는 이들에게 생명의 무게와 인연의 묘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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